CODEX 08. 당신의 제품을 '반드시' 팔리는 상품으로 만드는 법
스타트업은 종종 멋진 아이디어, 탁월한 기술, 훌륭한 성능을 갖춘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런데 막상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고객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건 알겠는데, 나중에 한번 보지 뭐. 꼭 지금 꼭 사야 할 이유는 없네.”
이 한 문장이 수많은 '좋은 제품'들의 실패 원인을 설명한다. 고객이 ‘지금 당장 사야 할 이유’, 즉 필수성 (Essentiality)을 느끼지 못하면, 그 제품은 그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 ‘반드시 팔리는 상품’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제품은 고객에게 비타민과 같은 존재인가, 아니면 진통제와 같은 존재인가? 비타민은 건강에 좋지만, 오늘 당장 먹지 않아도 큰일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통이 극심할 때, 진통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반드시 팔리는 상품은 고객의 극심한 고통을 해결해 주는 단 하나의 진통제와 같다.
기억하라. 고객은 ‘좋은 제품(Nice-to-have)’ 목록을 구경하지만, 정작 돈을 내는 것은 ‘없으면 안 되는 제품(Must-have)’이다.
우리의 역할은 또 하나의 좋은 비타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가장 아픈 곳을 위한 유일한 진통제를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상품이 비타민인지, 진통제인지에 따라 사업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진다.
✓ Might Buy Product (비타민):
고객이 구매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결정은 여러 조건(가격, 대체재, 필요성)에 따라 쉽게 지연되거나 무산된다. 이 상품이 팔리려면 "지금 사세요!"라고 외치는 마케팅의 목소리가 커야만 한다.
✓ Must Buy Product (진통제):
고객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요의 문제다. 사야만 하고, 안 사면 고통이 지속된다. 이 상품은 마케팅 비용이 적더라도, 구조 안에 ‘필수성’이 설계되어 있어 고객이 먼저 찾아온다.
스타트업은 광고 예산으로 밀어붙이는 'Might Buy' 전략보다, 고객 문제에 깊이 파고들어 'Must Buy'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다.
왜 우리는 비타민 구매는 미루면서, 진통제는 즉시 구매할까?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이 그 답을 제시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으로, 인간은 무언가를 얻는 기쁨보다 가진 것을 잃는 고통을 약 2배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비타민’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이득(Gain)’을 제안한다. 이는 매력적이지만, 구매를 미뤄도 당장 무언가를 잃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통제’는 현재 겪고 있는 ‘손실(Loss)’, 즉 건강과 시간을 잃고 있는 상태를 멈춰준다. 손실 회피 본능이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고객은 ‘나중에’가 아닌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결국, ‘반드시 팔리는 상품’을 설계하는 것은 우리의 해결책을 막연한 이득이 아닌, 명백한 손실을 막아주는 시급한 과제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어떤 상품이 고객에게 ‘없으면 안 되는 것’으로 느껴질까? 이 ‘필수성’은 두통을 멈추는 진통제처럼, 명백한 ‘고통’을 해결해 줄 때 가장 강력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강력한 또 다른 필수성이 있다. 바로 주변의 모든 사람이 사용함으로써 그것이 ‘사회적 표준’이 되었을 때, 나만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느끼는 ‘소외감’이나 ‘뒤처지는 불안감’이다. "다들 쓰는데 나만 안 쓰면 이상한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상품은 나에게 또 다른 형태의 필수품이 된다.
중요한 것은, 기능적 고통의 해결이든 사회적 소외감의 해소든, 이 필수성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품 그 자체의 ‘존재 이유’가 고객의 인식 안에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이것은 모두를 위한 제품입니다”라는 말 대신, “이것은 A라는 문제를 겪는 B그룹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고객의 일상 속에서 실제로 불편함, 불안감, 결핍 등 구체적인 ‘고통’으로 느껴지고 있어야 한다.
고객이 그 고통의 순간에, 수많은 대안을 비교하기 전에 “아, 그거!”하며 우리 상품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인식 속에 각인되어야 한다.
기능, 감성, 사회적 가치 등을 통해 고객이 “이걸 이 가격에 사지 않는 것이 손해다”라고 느끼도록, 구매를 스스로 정당화할 명분을 제공해야 합니다.
한 번의 구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일상이나 업무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이거 없으면 안 되겠다”는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 5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제품은 단순한 기능의 집합을 넘어 고객의 인식 속에 ‘없으면 안 되는 것’으로 각인된다.
토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은행 앱들이 있었다. 만약 토스가 "더 많은 기능을 가진 편리한 금융 앱(비타민)"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토스는 단 하나의, 그러나 매우 극심한 고통(Pain Point)에 집중했다. 바로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가 필요한 지긋지긋한 계좌이체'였다.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다.
토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송금 진통제'로 스스로를 명확히 포지셔닝했다. 그들의 메시지는 "모든 금융을 담았습니다"가 아니었다. "이제, 귀찮은 공인인증서 없이 쉽고 빠르게 송금하세요"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였다.
토스는 '금융 앱'이라는 거대 시장이 아닌, '간편 송금'이라는 매우 좁고 명확한 카테고리의 대표 해결책이 되는 길을 택했다. 이처럼 가장 아픈 문제 하나를 완벽하게 해결하자, 고객들은 토스를 ‘없으면 안 되는 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는 금융 슈퍼앱으로 성장하는 단단한 기반이 되었다.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어떻게 특정 문제의 '대표 해결책', 즉 진통제가 될 수 있을까? 해답은 시장을 좁히는 것에 있다.
1. 통증이 가장 심한 환자를 찾아라 (문제 정의)
모두의 얕은 가려움이 아닌, 소수의 극심한 통증에 집중해야 한다. "출산 6개월 이내 엄마만을 위한 영양관리 음료"처럼, 사용자 맥락이 좁고 명확할수록 우리의 해결책은 더욱 절실해진다.
2. 유일한 처방전으로 포지셔닝하라 (대표 해결사)
"이 문제만큼은 우리가 제일 잘 풉니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기능보다 결과를 중심으로, "먹고 나면 속 편해지는 유일한 선택"처럼 고객의 머릿속에 문제와 우리를 1:1로 연결시켜야 한다.
3. 복용법을 명확히 각인시켜라 (사용 맥락 선점)
고객이 언제, 어디서 우리 제품을 떠올려야 하는지 명확한 장면을 제시해야 한다. "아침 출근길엔 무조건 OOO", "식사 후엔 OOO가 기본"처럼, 반복되는 고객의 삶 속에 우리 제품을 끼워 넣어야 한다.
Q1. 우리 제품은 고객의 삶에 있으면 좋은 ‘비타민’인가, 없으면 안 되는 ‘진통제’인가?
Q2. 고객은 어떤 ‘고통스러운 순간’에 우리 제품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가?
Q3. 우리는 ‘모두를 위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소수를 위한 완벽한 해결책’을 만들고 있는가?
Q4. 고객이 구매를 망설일 때, 그 이유는 ‘가격’ 때문인가, 아니면 ‘필수성의 부재’ 때문인가?
당신의 제품이 오늘 당장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진심으로 아쉬워할 고객이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하는가?
광고가 많은 제품이 아니라, 가장 명확한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이 시장을 점령한다. 예산이 없다고 좌절하지 마라. 좁은 시장, 명확한 문제, 선명한 메시지는 자본보다 더 날카로운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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