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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기 위해, 지금 오르던 산을 바꾸는 용기

21. "피봇" 발표: 새로운 방향을 설득하는 법

by jaha Kim

창업가의 대화설계 (Founder's Talk Design)

Part IV. 격변기 헤쳐나가기 - 모든 어려운 대화 설계법


21. "피봇" 발표: 새로운 방향을 설득하는 법



피봇은 실패의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시장에서 가장 비싼 돈을 내고 '학습'한 것을 바탕으로, 방향을 수정하는 가장 용기 있는 전략적 결정이다.




1. 이 대화, 왜 피하고 싶고, 왜 피할 수 없는가? (The Inescapable Conversation)


"조금만 더 하면..."이라는 미련

모든 지표가 '이 길이 아님'을 가리키고 있다. 제품은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얻고, 팀원들은 지쳐간다. 당신은 이 가설이 틀렸음을 직감하지만, 다음 주 전사 회의에서 "우리가 틀렸습니다. 방향을 바꿉니다"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당신은 이 고통스러운 선언 대신, "다음 분기에는 마케팅 예산을 더 투입해 보자"며 이미 가라앉고 있는 배의 속도를 높이려 한다.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고통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피봇을 선언하는 것은 창업가 스스로 자신의 비전과 가설이 틀렸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행위다. 이는 마치 자신의 아이를 부정하는 듯한 고통을 동반한다. 또한, 지금까지 이 비전을 믿고 따라와 준 팀원들과 투자자들의 헌신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배신'처럼 느껴진다. 이 모든 혼란과 비난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틀린 길 위에서 조금 더 버텨보는 '희망 고문'을 선택하고 싶어진다.


집중력 상실이라는 가장 빠른 침몰

하지만 이 대화를 회피하는 순간, 조직은 가장 치명적인 병인 '집중력 상실'에 걸린다. 창업가가 명확한 깃발을 꽂지 않으면, 팀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보는' 상태로 분열된다. 한정된 자원은 두 개의 전선에서 낭비되고, 회사의 속도는 급격히 저하된다. 시장은 당신의 노력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피봇은 '할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라, '가라앉을 것인가, 방향을 틀 것인가'에 대한 생존의 문제다.




2. 오해와 착각: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함정 (The Founder's Fallacy)


'매몰 비용의 오류'에 발목 잡히다

"우리가 이 코드베이스에 쏟아부은 시간이 얼만데, 이제 와서 이걸 다 버리라고?" 창업가는 이미 투입된 시간과 자원, 즉 '매몰 비용(Sunk Cost)'이 아까워서 객관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거야'라는 헛된 희망이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는 명백한 데이터를 이긴다. 이는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심리적 함정일 뿐이다.


'소프트 피봇'이라는 최악의 선택

이 고통스러운 결정을 피하기 위해 창업가가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는 '소프트 피봇'이다. "기존 사업도 유지하면서, 신사업도 '테스트'해보자." 이 모호한 결정은 조직에 두 개의 다른 목표를 동시에 부여한다. 팀원들은 "그래서 우리 회사의 진짜 우선순위가 무엇입니까?"라며 혼란에 빠진다. 결국 리소스는 양쪽으로 분산되고,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둘 다 놓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


명확함을 잃은 조직, A급 인재가 먼저 떠난다

이것이 바로 창업가가 '결단'을 미루고 '모호함'을 선택함으로써 치르는 진짜 대가. 당장 눈앞의 자원 손실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이 혼란스러운 전략을 견디지 못하는 A급 인재들의 '조용한 이탈'이다. '명확한 목표'에 헌신하고 싶은 최고의 인재들은, 리더가 집중을 설계하지 못하고 두 개의 방향키를 동시에 잡으려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다. 당신은 '소프트 피봇'이라는 안일한 선택으로, 조직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인 '사람'의 신뢰를 잃게 된다.




3. 대화의 재설계: 핵심 원칙과 프레임워크 (The Core Principle & Framework)


핵심 원칙 제시: "과거를 존중하고, 현재를 인정하며, 미래를 설득하라."

피봇 대화의 목표는 과거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창업가는 "우리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가장 비싼 교훈을 샀다"는 프레임을 설계해야 한다. 즉, 과거의 헌신을 존중하고, 현재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며, 이 학습을 바탕으로 '왜' 새로운 방향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프레임워크 제시: 피봇 설득을 위한 3막 내러티브


1막 (존중과 인정): "우리의 위대한 학습"

- 과거의 헌신을 인정한다. "우리는 'A'라는 위대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지난 1년간 누구보다 치열하게 달렸습니다.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합니다."

- 그리고 데이터를 근거로 솔직하게 인정한다. "하지만, 데이터는 명확하게 'A가 아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설은 틀렸습니다."


2막 (교훈과 전환): "그래서 우리가 발견한 진짜 문제"

- 이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명확히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고객들이 'A'가 아니라, 'B'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로 고통받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1년간 얻은 가장 비싼 교훈입니다."


3막 (새로운 비전과 집중): "우리의 새로운 깃발"

- 새로운 방향을 단 하나의 명확한 깃발로 제시한다. "그래서 오늘부로, 우리는 'A'에 대한 모든 미련을 버리고, 'B'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리의 모든 자원을 집중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비전이자 유일한 목표입니다."




4. 실전 플레이북: 당신의 대화를 디자인하라 (Design Your Talk)


대화의 핵심 키워드 뽑아내기


# 실패로부터의학습 (Learning from Failure):

"우리는 실패한 게 아니라, 가장 비싼 교훈을 샀다." 과거의 노력을 '실패'가 아닌 다음 성공을 위한 '학습'으로 재정의한다.


# 하나의방향 (One Direction):

"두 마리 토끼는 없다. 오늘부터 우리의 유일한 목표는 이것이다." 모든 모호함을 제거하고, 조직 전체가 집중할 단 하나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새로운북극성 (New North Star):

과거의 KPI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새로운 비전을 측정할 명확한 '새로운 북극성 지표'를 선언한다. (예: "더 이상 '가입자 수'가 아니라 '재구매율'이 우리의 유일한 지표입니다.")


핵심 질문 & 표현 가이드 (Talk Script & Tactics)


✓ 피해야 할 표현 (변명과 모호함) :

- "사실 전부터 이럴 줄 알았습니다. 여러분이..." (책임을 팀에게 전가하는 말)

- "일단 한번 해보죠, 뭐." (새로운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는 리더의 모습)

- "기존 사업도 유지하면서, 신사업도 조심스럽게 테스트해 봅시다." (집중력과 리소스를 분산시키는 최악의 메시지)


✓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인정, 교훈, 확신) :

+ (인정과 존중) "여러분 덕분에 우리는 '이 길이 아님'을 누구보다 빨리 깨달았습니다. 그 헌신적인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교훈과 확신) "그 노력 덕분에 우리는 고객의 '진짜 문제'인 B를 발견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모든 자원, 모든 열정을 이 '하나의 깃발' 아래 다시 모읍시다."

+ (집중) "이를 위해, 오늘부로 'A'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중단합니다. 이것은 어려운 결정이지만,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결정입니다."




5. 거인들의 대화: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Case Studies)


사례 분석 (Good): 슬랙(Slack)의 '게임 오버, 그리고 새로운 시작'

슬랙(Slack)은 원래 '글리치(Glitch)'라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던 회사였다. 창업가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3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시장에서 실패할 것임을 직감했다.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 그는 팀에게 "게임은 끝났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인정).

+ 하지만 그는 '실패'를 '발견'으로 재정의했다. "우리가 게임을 만들며 소통하기 위해 개발했던 이 '내부 채팅 툴'이, 어쩌면 게임보다 더 위대한 것일 수 있다."

+ (교훈). 그는 팀원들에게 게임 개발(과거)을 위해 헌신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이제 그 에너지를 새로운 툴(미래)에 쏟자고 설득했다.

이 고통스러운 인정과 명확한 방향 전환이 오늘날의 슬랙을 만들었다.


사례 분석 (Bad): 블랙베리(BlackBerry)의 '방향키 없는 배'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블랙베리의 리더십은 명백한 시장의 변화 앞에서 피봇을 결단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 성공 공식(물리적 키보드, 기업 보안)에 매몰되었다(매몰 비용의 오류). 그들은 '터치스크린'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과감히 전환하는 대신, '물리적 키보드도 유지하면서 터치도 해보는' 애매한 전략(소프트 피봇)을 취했다. 명확한 방향을 잃은 배는 결국 시장에서 침몰했다.




6. 즉시 실행 가능한 체크리스트와 다음 단계 소개 (Checklist & Next Steps)


Takeaway & 행동 강령:

"과거를 존중하되, 미래에 대해서는 단호하라."


피봇 대화의 핵심은 과거의 노력을 폄하하지 않으면서도, 미래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음을 단호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체크리스트

[ ] 왜 피봇해야 하는지 '데이터'에 기반한 '단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했는가?

[ ] 과거 팀의 헌신을 무시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존중'과 '감사'를 표했는가?

[ ] 새로운 비전과 그것을 측정할 '새로운 북극성 지표'가 명확한가?

[ ]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그만두는지'" 명확하게 선언하고 모호함을 제거했는가?

[ ] 팀과 투자자의 예상 질문(Q&A)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준비했는가?


지식의 무기고 확장하기

✓ (해외 도서) 에릭 리스(Eric Ries), 『린 스타트업 (The Lean Startup): '피봇'의 개념을 정립하고, 왜 그것이 실패가 아닌 '학습'인지 알려주는 최고의 바이블.

✓ (해외 도서) 벤 호로위츠(Ben Horowitz) 저, 『하드씽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피봇과 같은 '전시 CEO'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창업가의 고뇌와 통찰을 담고 있다.

✓ (해외 아티클) Stewart Butterfield's "We Don't Sell Saddles Here": 슬랙이 피봇 하며 팀에게 공유한 전설적인 메모.


다음 챕터로의 연결

회사의 방향을 트는 거대한 '피봇'을 성공적으로 선언했다(21장). 이러한 거대한 전략적 결정이든, 혹은 일상적인 업무든, 창업가는 매일 수십 번의 '선택'에 직면한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선택 중 하나는 '하지 않을 일'을 결정하는 것이다. 다음 챕터에서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대화: 집중력을 지키는 법"을 통해, 회사의 가장 귀중한 자원인 '집중력'을 지키는 대화법을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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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brunch.co.kr/brunchbook/leader-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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