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낌과 훔침 사이, 저작권이 묻는다”

A sudden thought(갑자기 든생각)

by jaha Kim

한국 저작권법의 시선으로

"베낌과 훔침 사이, 저작권이 묻는다”




"좋은 작가는 베끼고, 위대한 작가는 훔친다?"


어떤 이들은 피카소를 ‘표절의 대명사’로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를 천재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피카소는 복제와 차용의 경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좋은 작가는 베끼고, 위대한 작가는 훔친다."

파블로 피카소


피카소는 뭉크와 로트렉을 베끼고, 브라크를 통해 세잔을 해석했다.

아프리카 원주민 미술에 경탄하고, 곤잘레즈의 철 조각을 자신의 언어로 삼았다.

데 키리코의 그림자, 푸생과 르냉의 구성, 벨라스케즈의 궁정 장면에 이르기까지,

피카소는 시대를 초월해 남의 것을 끌어당기고,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그렇다면 피카소가 오늘날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그의 작업은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받았을까?
한국 저작권법은 그 질문에 매우 명확한 답을 던진다.




피카소가 오늘날 한국에 있었다면, 그는 범법자다


한국 저작권법은 창작된 ‘표현’을 보호한다.
아이디어나 테마는 보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한 형식으로 표현된 것(그림, 음악, 조각, 글 등)에 대해서는

복제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의 권리를 부여한다.

한국 저작권법은 창작된 ‘표현’을 보호한다


피카소가 남의 작품을 모방하거나 변형했다면,

오늘날의 법 체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따라온다:

단순 복제인가, 창작성 있는 변형인가?

원저작물의 핵심적 표현을 침해했는가, 아니면 새로운 저작물을 창조했는가?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았는가, 아니면 공정한 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가?


한국 저작권법(제5조, 제6조)은 '창작성'을 보호의 요건으로 본다.

‘남다른 표현’이 있어야 보호 대상이 되지만,

이 '창작성'은 매우 폭넓게 해석된다.

즉, 피카소가 세잔의 구성을 단순히 모방했다면 무단 복제로 간주될 수 있다.

반면, 세잔을 재해석하여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시켰다면,

이는 '2차적 저작물'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


물론,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역시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는 행사할 수 없다.

결국, 피카소식의 ‘훔침’은 오늘날 한국에서는, 적어도 법적으로는,

권리자 동의가 필요한 작업이다.




Ctrl+C와 Ctrl+V 사이에 멈춰야 하는 이유


이제 Ctrl+C와 Ctrl+V 사이에 멈춰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멈춤은 창작자(권리자)의 허락이다.

Ctrl+C와 Ctrl+V 사이


이는 단순한 도덕적 문제를 넘어,

법적 책임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 저작권법은 "공정 이용(fair use)"이라는 개념도 인정한다.
비영리적 교육, 비평, 연구 목적으로는 일정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인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업적 활용, 2차적 창작, 재배포를 하려면 반드시 권리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예컨대, 피카소가 벨라스케즈의 『궁정의 시녀들』을 재해석하여 전시하고 판매했다면,

한국에서는 원작자 또는 그 상속자에게 사전 허락을 받거나,

저작권 보호 기간(사망 후 70년)이 지난 후에야 가능하다.


하지만 법은 최소한의 룰일 뿐이다.
진정한 창작자는 그 위에 자신의 윤리와 철학을 세운다..




베낌과 훔침, 그 경계에 선 창작자


피카소의 베낌은 단순한 모사가 아니었다.

그는 고대 조각을 흉내 냈지만, 큐비즘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조형 언어를 창조했다.

그는 원주민 미술을 흡수했지만, 아방가르드의 전복(顚覆)적 정신을 이끌어냈다.


피카소가 한 것은 ‘복제’가 아니라 ‘전복’이었다.


한국 저작권법도 이런 경우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
창작성이 부가되고,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된 경우, 법적 보호의 길이 열려 있다.
단,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권리자의 권리와 존중이 전제되어야 한다.

창조의 반대말은 모방이 아니다


창조의 반대말은 모방이 아니다.
오히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
단, 그 모방이 단순 복제에 그치지 않고, 고유한 창조적 전환을 이룬다면.


Ctrl+C와 Ctrl+V 사이에 ‘멈춤’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표절을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창작자의 정신을, 수많은 숨은 노력과 상상력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오래 남는 작가에 대하여


"베끼는" 것은 외형을 가져오는 일이다.
"훔치는" 것은 정신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훔침"조차도 저작권이라는 사회적 약속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작가는 베끼고, 위대한 작가는 훔친다.
그리고 다른 작가를 존중하는 작가만이 오래 남는다."




저자 (Author)가 바라보는 작가(Writer)


나는 아직 작가(Writer)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25년간 컨설턴트로서 수많은 사람들과 경험을 분석하고,

그것을 정리하여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써내는 저자(Author)일 뿐이다.


그래서 더욱, 작가님들의 사유와 표현을 깊이 존경한다.


항상 Ctrl+C와 Ctrl+V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유도,

단순히 저작권법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믿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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