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의 품격

시즌5-035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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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말부터 얼마 전까지 정신이 없었다.

까무룩 하게 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3월 말.

일사분기가 끝이 나고 있다.

벌써 한 해의 1/4이 지났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시간은 정말 빠르다.





2


경로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교회 분이 방문하셨다.

그분은 곧 부활절이라며, 포장된 2알의 달걀을 어르신들께 나누어 주었다.

덩달아 봉사 온 팀장님과 나도 달걀을 받았다.

한창 어르신들을 봐드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교회 분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해서, 뒤늦게 미안했다.




3


어머니가 시장에서 달걀을 싸게 판다고 2판이나 사오셨기에 집안에는 달걀 풍년이었다.

달걀 장조림, 계란말이, 라면에 달걀을 넣고, 떡볶이에도 삶은 달걀을 넣고, 수제비에도 달걀을 넣고, 만둣국에도 달걀을 풀어먹는 등, 달걀을 너무 많이 먹어서 얼굴이 노래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요즘이었다.

부활절 달걀이 감사하기는 했으나 죄송스럽게도, 약간은 언제 먹어야 할지 모를 난감한 선물이었다.


집에 와서 식탁에 달걀 봉지를 내려놓으며 부모님께 드시라고 권했다. 마침 출출했던 아버지는 베이지색 달걀을 집어들어 통째로 드셨다. 나는 기겁을 했다. 아버지가 껍질을 안 까고 드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깐 달걀이었다. 흰색이어야 하는 흰자위가 베이지색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 달걀 봉지를 받아들고 아버지는 "소금이 안 들었네."라고 하셨었는데 소금이 들어있지 않은 까닭이 있었다. 짭조름한 것이 소금 없이 그냥 먹어도 무방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감탄하고 말았다. 그렇다. 맥반석 계란이 희귀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오래전에 기업 광고에서 고객 만족이라는 슬로건이 유행하다가 얼마 후엔 고객 감동이라는 슬로건으로 바뀐 적이 있다. 만족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더 나아가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었다.


우리 동네 교회는 기업은 아니지만 그러한 슬로건의 변화를 알고 있는 듯이,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 같다. 그냥 삶은 달걀도 맛있다. 간이 있는 맥반석 달걀은 더 맛있고, 더 좋은 만족감이 있었다.


이야~ 공짜로 나눠주는 달걀에 품격을 높였구나.






4


부활절 달걀에 감탄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갔다.

3월의 끝자락, 늘 그렇듯 마무리하는 시공에서는 후회가 떠돈다.

3월도 미련이 남고, 일사분기 전체가 미진했던 것만 같다.


어제는 미련이지만 오늘은 홀로 우뚝 내일은 전진할 거야~

(BGM : 심수봉 - 사랑밖에 난 몰라)


이사분기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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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 거야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 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어요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리게

당신 없인 아무것도 이젠 할 수 없어 사랑밖엔 난 몰라



-심수봉 - 사랑밖에 난 몰라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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