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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ug 10. 2024

자잘스토리 8 - 031 - 수정수, 보석수  






1


수정수 입문 중이다.




2


예전에 수정수를 맛봤는데 

물이 달달하길래, 


"설탕을 좀 넣었나요? 물맛이 달아요."


...라고 말하고는 다시 홀짝 마셨다.

수정수를 주신 분은 "아니요."라고 했고


"그럼 대체당이라도 넣으셨나요? 단 데."


그분은 다시 "아니요"라고 하셨다.

곁에 있던 친구들이 내 컵의 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는


"아무 맛도 안 나는데?"


... 다들 그러는 거다.

수정수를 주신 분은 다시 다른 컵을 내밀어 권했는데,

이번엔 맛이 썼다.


"이건 쓴맛 나요. 근데 건강한 쓴 맛 느낌이에요."


친구들은 다시 한 번 내 컵의 물을 맛봤는데,


"안 쓴데... 그냥 맹물이고... 그냥 물이 좀 부드러운 느낌인 것 밖에는..."


...라고 하며 의아해 했다.

물을 대접해 준 분은 


"보석수의 맛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세요. 

일반인 분들도 보석수를 마시면 

목 넘김이 확 다르다는 건 알아차리시는 분이 많으시죠."




3


달리 물갈이도 안 하고... 딱히 물에 예민하지 않은데,

내가 보석수의 맛을 구분할 줄 안다고?

게다가 그때 당시 얼핏 들은 정보를 종합하면, 

어떤 수정수이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결론이었다.

수정수면 수정을 끓여서 만드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꼭 끓여서 만들지도 않는단다.

수정수는 보석의 입자 성분을 티백처럼 우려내는 것이 아니라,

보석의 진동이랄지 파동이라고 하는 에너지를 물속에 전사시켜서 섭취하는 것이란다.


재미있지 않은가? 보석돌의 진동, 파동을 받은 물이 단맛, 쓴맛 등등으로

미각을 자극 시킨다는 게?




4


혹여 남다르면 튈까 봐,

소심해서, 튀면 눈총을 받고 죽을 것 같아서,

지극히 조용히 지내고 말도 잘 안 한다.


보통은 목 넘김이 부드럽다, 정도를 느낀다는데

달고 쓰고를 느끼는 나의 이 감각이 쉽사리 내 감각이라고 인정이 되질 않았다.


-이거 마셔봐! 달아! 보석수야!-


...라고 권한들,


-뭐야? 맹 맛이잖아!-


...라고 하면 나는 달리 설명할 대책이 없다.


예전에 친구들과의 그 자리에서는 물을 주신 분이 전문가이시라 

색다른 감각의 정보에 대해 인정이 빠를 수 있었고,

또 전문가 주변이라 그런 감각을 가진 사람들도 몰려있었다.

눈 앞에 살아있는 증인들이 수두룩...


그날 그 순간, 나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상한 감각이 있다는 게, 남다른 게 아니라,

특별한 것 같다는 생각에 약간 흥분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또 나의 감각을 인정해야 할지 말지가 곤란했다.

져니, 이래 봬도 이과생.

보석수가 보석의 진동을 전사해서 마시는 거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말이 된다.


옛날엔 아들 낳고 싶은 새악시가 아들만 줄줄이 다섯 낳은 아낙네의 고쟁이를

쌀 가마니로 값을 치르고 가져와 입었다더라.


그래, 미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들을 줄줄이 낳은 건강한 아낙네에게

아랫도리 기관에 특출난 파장이 있었다면?


그 옛날 겹겹이 입은 속곳에 그 파장 한 자락이 보전되어,

마치 강력한 자석에 붙은 클립이 일시적으로 자력을 띠는 것처럼,

그래서 클립과도 같은 속옷을 새악시가 착용하자 아낙네의 건강한 잉태력을 전사 받았었을 수도 있겠다.


나름 타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과학적이기 보다 미신 같다.

수정수가 고쟁이보다야 좀 더 과학적이지만, 

아무래도 내 주변에는 그걸 마시는 사람이 없다.

수정수가 맛있다고 주장해도, 그에 대한 정보가 많이 퍼져있지 않은 것 같다.

소믈리에는 있어도 수정수 감별사는 없으니...

대중적이지 않아서 말하려면 뻘쭘할 뿐이다.

고쟁이 사라고 하는 느낌이다.




5


처음 수정수를 알게 된 그때로부터 십 년도 훨씬 넘었다.

나, 이과생이고, 소심해서 남과 다르고 싶지 않고,

이과생이라, 문과적 말빨이 없어서,

수정수, 보석수가 맛있다는 걸 설명할 수도 없다.

그래서 관심 안 두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났다.




6


수정수를 위한 유리병도 구입했고,

수정수를 위한 스톤도 주문했다.

책만 보고 혼자 세팅하려니 벌써 난감함을 두 번 겪었다.


물 마시는 거 좋아해서, 안 그래도 음료수를 달고 사는데,

이참에 세팅을 기깔나게 해서, 가족들도 드실 수 있게

넉넉한 수율이 나오도록 절차를 완성해 봐야겠다.




7


맛있기만 바라는데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


(맹그러서 마시쓰면 자랑후기 하께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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