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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ug 24. 2024

자잘스토리 8 - 033 - 깜짝 놀란 더위






1


어제 책장과 방을 청소하고 정돈했다.

책장은 물건이 줄어들어서 정돈된 게 아니라,

여기저기로 테트리스를 잘 해서 한결 간소해져 보인다.


방바닥은 5번을 닦았다.

넓은 부분은 괜찮았는데 외진 구석에 머리카락이 그렇게 많더라.

실제 몇 가닥 안되지만 길이가 길다 보니

뭉쳐져 엄청 부피가 있더라.

그렇게 머리카락 끄집어내어 닦아내고, 

한동안 사용이 뜸했던 화이트보드의 먼지도 닦아내고,

물건들 정리하고 그러고 나니 땀이 쭉 흘렀다.


평소 같으면 불쾌해서 얼른 몸의 열을 식히려고 했겠지만,

이 몸의 열과 땀은 식혀서 될 게 아니기에,

아끼지 않고 움직이며 청소를 했다.

그래서 더 땀을 쭉 흘렸다.




2


한때 친구와 '여름의 샤워는 찬물이어야 한다.',

'아니다. 더운물이다.'..로 설전이 열렸다.


엄청 더울 때 차가운 물로 씻고 나오면

찬물의 냉기가 얼마간 남아있어 상쾌함이 크다는 의견이었고,


더울 때, 더운물로 씻으면

더운 온도에 익숙해지다가 밖으로 나오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낮은 실내 기온에 몸이 확 시원해진다는 의견이었다.


전자가 친구의 의견이고 후자가 나의 의견이다.


보통은 찬물 샤워를 선호하는 것 같더라.

하지만 나는 더운물 파이다.

그러나 어제 나는 찬물파로 전향했다.

더운물보다 실내 온도가 낮아야 몸이 시원해지는데,

더운물이나 실내나, 온도가 엇비슷해서 체온의 낙차가 없겠더라.




3


그리고 깜짝 놀라는 걸 진짜 싫어해서,

찬물 끼얹을 때의 그 깜짝, 도 싫어한다.

근데 어제는 수도관 안의 수돗물조차 열기에 데워져서

찬물이지만 깜짝 차가운 찬물이 아니더라.


이야, 진짜 날이 얼마나 더운 건지 새삼 깜짝 놀란다.

깜짝 놀라는 거 싫은데 찬물이 따뜻해서 깜짝 놀라게 되네, 

정말.. 이게 웬 깜짝이래.




4


어제 그렇게 정돈하고 쓸고 닦고 했는데

아직 정돈 안 된 책들이 방에 널브러져 있다.

오랜만에 손댄 김에 다시 사용해 볼까 싶어서

화이트보드도 아직 방바닥에 두었더니 어수선하다.


오늘은 덜하다고는 하나 여전히 더워서, 치우자니 힘겹다.


그래도 움직여야겠다.

일단 물건들 테트리스를 좀 더 해야겠다.


정리의 기본은 필요 없는 걸 버리는 거라는데,

내 짐의 대부분은 다이어리, 노트, 책인데,

당최 버릴 건 없고...

그래, 답은 테트리스.

내 소싯적에 테트리스 겜을 아주 잘했지.


자아, 시작하러 가야겠다, 테트리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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