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茶)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어렴풋이 차에 대한 문화,
다도라든지, 잔, 다관, 차시, 차건 등등을 들어봤다.
차가 좋아서 티백 차를 사들이면서도
-언젠가는 잎차를 우려내어 마실 거야, 암.-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또 사는 게 바쁘고 고개 돌려보면 5년, 10년이 지나고....
2
일 바쁘게 살다 보니 잠이 참 많이 왔다.
일이 고될수록 잠이 달았고,
그래서 '차라리 잠'자느라
다른 취미를 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
3
언젠가 '자신은 커피보다 차가 좋아진다'면서
'다도가 마음을 정리하는데 좋다.'...라고 했던 분이 있었다.
차에 대한 관심이 마음 한편에 있었기에 그에게 물었다.
"다도의 순서는 어떻게 돼요?"
그러자 그분은 말해주었다.
"준비물은 다관, 찻잔..."
나는 집중력 있게 들었다. 근데 한 순간에 집중력이 금이 갔다.
그분은,
"다관에 차를 넣고 물을 부어준 뒤 잠깐만에 물을 버려줘요. 세차라고 하죠."
세차? 나는 갸우뚱했다. 나의 갸우뚱을 보고 그가 첨언했다.
"잠자는 찻잎을 깨우는 거죠..."
여기서 집중력이 팡 깨지고 나는 불만 어린 어조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깨워? 왜 깨워..
아니.. 잠 잘 자는 데 왜 깨워~~? 자게 냅둬야지~."
4
하도 고되게 일하다가 잠을 자면 너무 꿀맛이어서,
가끔 어머니가 "져니야 먹고 자라."라고 하시며 깨우실 적엔 너무 화가 났다.
어머니의 마음은 알지만 배보다는 잠이 고팠고,
정말 단잠을 자고 있는데 깨우셔서...
어머니이시니 화는 못 내고 볼멘소리로 "잘 거예요."라고 하고는
이불을 확 뒤집어 썼었다.
그 당시 잠의 행복감이 너무 말할 수 없이 좋은 것이었기에,
그리고 너무 절실하게 필요한 휴식이어서 충분히 누리고 싶었다.
그러한 내막이 있었기에, 찻잎을 '깨운다'라는 소리에 나는 자칫
화낼 뻔 했지 뭔가.
-자는 애를 왜 깨워~~? 더 재워서 충전시켜~~.-
...라고 할 뻔... 하지만 안 했다.
그러나 이미, 먼저 한 말에 주변인들은 웃고 있었다.
5
아무튼 다도에 관심이 생겼는데,
시작하려면 7~10가지 물품은 있어야겠더라.
에이~
내가 또 검색 안 해봤겠는가?
에이~
예쁜 건 다 비싸. 에잉~
6
밤이면 날이 살짝 서늘해서
티백 보리차를 온차로 마시고 있다.
티백 차... 이 얼마나 간편하고 좋은가.
사실 다도의 과정이 길어서 티백 차에 비하면 시간이 많이 들지만,
그걸, '문화를 즐기는 법'이라고 생각하면 폼 나고 좋은 것 같다.
문화를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색과 명상을 할 수 있으니,
어쩌면 거기까지 즐겨야 알짜배기 다도 과정이라고,
진하게 우려서 즐겼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7
티백 차도 고소하고 맛있는데, 가끔
'여기에 MSG를 뿌려 넣진 않았겠지?'
...라고 실소를 날리며 마신다.
맛은 고소하고 훌륭하지 않은가.
티백 차도 맛있다.
그래도 나는 언젠가 다도에 입문하련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