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해룡 C Dragon May 07. 2020

나의 첫번째 작사  vol.1

 신윤철 (그 시절 그 빛깔) 작사(노랫말)

1990년 겨울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매일 모여 즐기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김우디(그룹 플라워)가 내게 제안을 하나 했다. 혹시 작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사실 음악을 좋아하며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게는 참으로 동경스런 제안이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주저했던 이유는 과연 내가 작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한 번도 배운 적이 없고 가르쳐주는 곳도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내가 이 곡을 쓰게 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건 바로 김우디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고 물었을 때
김우디가 형은 잘할 수 있어하며 대답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 일 이후로 나는 전문 작사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작사의 길을 아주 천천히 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매번 생각하는 일이지만 작사를 할 수 있게 도와준 가장 고마운 사람은 두 사람이다. 김우디와 고성진
(공교롭게도 둘은 지금 플라워란 이름으로 밴드를 하고 있고 20주년이 되었다.)
 
성진이는 프로로 데뷔하기 전 아마추어 시절에

내게 작사를 하는 시작을 주었고,
우디는 프로로 데뷔하게 해 주는 시작을 주었다. 언제나 그 둘에게 작사가로서 고마움을 느낀다.
 
그 당시 세곡을 받았다 신윤철이라는 우디의 친구였다. 싱어송 라이터였고 기타 플레이는 우리나라에서 손꼽을 정도였다
지금은 서울전자 음악단이란 그룹을 하고 있다.
컴퓨터 세상이란 타이틀로 솔로 앨범을 준비했고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 연주한 앨범에 "그 시절 그 빛깔"이라는 곡을 작사하게 되었다.
 
작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 나는 곡을 듣고 또 들었다. 달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악보도 보지 못하는 나는 일단 음악을 들으며 멜로디의 숫자에 맞춰 점을 찍었다
그 당시 a파트 b파트 c 파트라는 평범한 음악 용어조차 몰랐지만 점을 찍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파트가 나눠졌다.
 
사실 지금 얘기하는 거지만 그때는 주제고 고 가 없었다. 처음 단어가 생각나는 데로 글을 이어가는 거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멜로디 숫자에 맞춰서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는 일이 없었던 나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조차 없어서 식구들이 모두 잠든 사이에 혼자 나와 거실에 있던 인켈 5단 전축에 카세트테이프를 넣고 그 앞에 제일 큰 상을 놓고 헤드폰을 쓴 체 작업에 몰두했다.
상에는 커피 한잔 담배 한 갑 그리고 작업에 필요한 글들 그리고 플러스펜 등등이었다.
지금은 커피를 마시며 작업하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그렇게 몇 시간이고 작업을 하다 보면 나중엔 몸이 너무 부대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왠지 작사를 하며 커피를 마시면 그럴싸한 작사가 가된듯한 착각에 빠졌다. 겉멋을 부린 거지만 모든 시작에는 그런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부탁받은 노래를 들으며 많이 생각했다. 노래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그러던 중 창가에 노을 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멜로디와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곡을 쓰게 되었고 곡이 완성되었다. 처음 쓰는 곡이었지만 이야기의 주제가 사랑이 아닌 것에 만족했고 수정이고 뭐고 할 능력이 안 되는 나는 글을 넘겨주었다.
 
의외로 윤철이는 글에 만족해했고 운이 좋게도 돈을 받고 곡을 팔게 되었다.
작사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작사를 한 사람이, 된 것이다. 그 당시 보통 신인 작사가가 받는 곡비는 삼십만 원이었지만 나는 십만 원을 받았다.
처음으로 글을 써서 돈을 받았다. 십만 원이라는 돈이 남들에게는 큰돈이 아니겠지만 내게는 그 어떤 돈보다 값진 것이었다.
그 돈으로 친구들에게 커피를 사주었다. 노력해서 번 돈으로 그것도 작사를 해서 받은 돈으로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사준다는 건 정말 행복했다
 
이렇게  신윤철 의 "그 시절 그 빛깔" 이란 노래를 처음 작사하게 되었습니다.


p.s. 이 앨범의 재킷 디자인  꼴라쥬를 제가 했습니다.


그 시절 그 빛깔


하해룡 작사 신윤철 작곡


노을에 물들은 빛이
창가에 머물면
어릴 적 꿈들을 생각해

즐거운 시간들 속에
꿈꾸던 추억들
행복했었던 어린 시절 모두
이제는 느껴져 그시절 그 빛깔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들

희미한 시간들 속에
남겨진 내 모습
많은 걸 잊으며 살아왔네

무엇이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는지
정말로 알 수 없네

이젠 알아 소중한 건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