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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레나 Sep 07. 2020

도난사건의 피해자가 되다

PART 1. 인도, Incredible India

인도 관련 에피소드로 연재를 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며칠 동안 내가 쓴 에피소드 제목을 보니 정말 인크레더블 하다.

- 입사하자마자 회사 건물에서 살인사건이?

- 인도에서 한국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 내 몸에서 나는 꾸리한 냄새의 정체는?

- 나 지금, 왕따 당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전부 다 안 좋은 사건(Accident)이다. 좋은 일도 많았는데 글을 쓰려니 기억에 남는 것들은 죄다 '인크레더블'한 사건들이 대부분이니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오늘 일도 마찬가지다. 도난사건의 피해자가 된 날.


때는 인도에서 온 지 한 달째 되던 날, 그러니까 내가 신입 사원으로 일한 지 한 달째 되던 날의 일이다.

무역회사의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던 나는 인도 내 가장 큰 박람회인 국제무역박람회에 지원을 나가게 되었다.
가방을 우리 부스에다가 두고 바로 앞 부스에서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따르릉하고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으니

" यह पुलिस स्टेशन है। क्या आप पार्क जी-ही सही हैं?"

힌디어 중에 '폴리스'라는 말만 알아들었다.

경찰? 경찰이 왜 나에게 연락해? 하며,

힌디어를 잘하는 한국인 직원에게 전화를 바꿔주었더니
" 주임님 가방이 지금 경찰서에 있다는데요? " 하는 것이다.

" 네? 제 가방이 왜 경찰서에 있어요?"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하고 뒤를 돌아 내 부스를 보았더니 이게 웬걸!  10분 전에 나 두었던 내 가방이 없어졌다. 아니 사라졌다! 오 마이 갓! 말도 안 돼


서류 신청할 것도 있어서 하필  내 여권이며 증명사진, 지갑과 집 열쇠며 새로 박은 명함 한 박스까지 모조리 다 있었는데 낭패다. 예전 인도 배낭여행을 했을 때, 지갑을 소매치기당한 일이 있었다. 부디 그때가 마지막이길 바랐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 분명 많은 직원들이 항상 부스 지키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가방을 가지고 간 거지?
왜 하필 내가 여권 가지고 온날 가지고 가냐고!
행정절차 까다로운 인도에서 어느 세월에 여권을 만들까
하 이걸 우리 부장님이 알게 되면 뭐라고 하실까, 분명 덜렁 대는 신입 직원이 왔다며 말은 안 해도 엄청 나를 흉보실 테지 '

하며 짧은 시간에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쳐갔다.



역시 인도란 나라는 한시라도 한눈팔면 안 되는 나라다.
부랴부랴 큰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며 경찰서를 찾아갔더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인도경찰들이 내 명함을 가지고 있었다.

"당신이 이 가방의 주인, 세레나? "

" 네네! 제가 세레나입니다! "

부랴부랴 정신없이 들어온 보고 경찰이 나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엔 인도 남자 두 명과 인도경찰들이 여러 명 있었다, 그리고 내 가방도 함께.
내 가방 옆에 그 인도 남자 두 명이 범인이란다.

사건인즉슨 , 우리 부스에 정수기 물통을 갈러 온 인도인이 일하는 척하며 내 가방을 슬쩍했고 각자 바빴던 한국인 직원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테러 위험 때문에 경찰들이 많이 동원된 이 박람회 장에서
누가 봐도 여자 핸드백을 인도 남자 두 명이 가지고 있는 걸 보고 현지 경찰이 검문하던 중 가방 속에서 내 여권과 명함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고, 발각되자마자 그 사람들은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명함에 적힌 내 폰번호로 경찰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명함을 넣어두길 잘했지 안 그럼 영영 내 가방 못 찾을 뻔했다.

이게 모두 단 10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결론은 다행히 그 사람들이 내 물건을 슬쩍하기 전에 경찰들이 현장 체포했고 내 여권, 지갑, 가방 모두 모두 무사했다. 정말 여권부터 지갑까지 모두 없어졌을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못해 머리가 지끈 거린다.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눈물이 핑 돈다. 외국인 여자가 혼자 얼빠진 표정으로 경찰서에 눈물을 글썽이며 앉아있자, 괜히 몇 명의 경찰들이 범인들의 뺨을 때리며 혼낸다. 힌디어라서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대충 똑바로 살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같은 그런 이야기겠지.

벌벌 떨면서 나에게 잘못했나고 빌던 범인들 (사진과는 무관)

나에게 이들을 처벌하길 원하냐고 묻는다. 법적으로 처벌을 원하면 나의 가방은 일단 '증거품'으로 제출해야 하며 몇 개월 뒤에나 돌려받을 수 있고, 또 델리 경찰서로 몇 차례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을 위해 출두해야 한단다.

절차의 복잡성뿐만 아니라, 저렇게 구석에서 경찰들에 둘러 쌓여 벌벌 떨며 나에게 선처를 애걸복걸하며

"마담 마담 플리즈" 하는 범인들을 보고 있는데 도저히 " 네. 처벌을 원합니다"라고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잃어버린 것도 없으니 법적으로 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내 의사를 전달했다.
그 과정에서 너무나 감동한 것은 내가 혼자 무서워하지 않게 끊임없이 말 걸어 주고, 이 상황을 이해시키려고 했던 현지 경찰들이다. 그중 현지 경찰 중 한 명은 자기 폰번호를 알려주면서 인도 경찰들 중에서는 제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면서 혹시나 내가 델리에 있으면서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자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끝까지 매너 있는 모습으로 대해주었다.
그날 저녁,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에게 오늘 너무 고마웠다고 문자를 보냈다.
두 딸의 아빠인 그는, 자기는 본인의 의무만 다했을 뿐이라며 인도 생활의 굿 럭을 빌어주었다.


인도에서 잃어버린걸 다시 찾을 확률 0.000000001%.

그 확률에 속한 나는 럭키 걸이었다.

입사하자마자 일주일째에는 회사 앞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더니 한 달째에는 도난 사건이 벌어졌다.

정말 징글징글한 이놈의 인크레더블 인디아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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