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날 하와이에 3주간 머물다
하와이의 빅아일랜드(Big Island)를 알고 난 이후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다. 너무나 멋진 바람과 바다 그리고 화산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우나케아에 있는 천문대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나는 별을 바라보는 사람에 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오랜 시간이 흐른 2015년 여름날, 드디어 이루어졌다. 다녀와서도 계속 풍경을 잊을 수 없는 그곳, 이렇게 글을 적으며 다시 그때를 떠올려본다. 잊을 수 없는 3주간의 기억은 이제 머릿속과 사진으로만 존재한다.
사우스 포인트 클리프 (South Point Cliff)에서 난 뛰어 내렸다.
90도로 내리 꽂히는 절벽, 바람이 심할 때 이 곳 바다는 가장 매서운 파도가 분다. 빅아일랜드의 최남단, 다시 말해 미국의 최남단인 그 곳.
멍하니 바라보게 만드는 절벽 풍경.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바람과 절벽을 느낀다.
그리고 그냥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들의 시간을 그곳에서 다 써버리러 온 사람들로 보인다.
코나공항에서 남으로 내려간다. 11번 도로를 타고 하와이의 최남단, 사우스포인트로 향한다.
호텔에서 출발한 이후 11번 도로를 따라 하염없이 달렸다. 햇살은 나의 기분을 적당히 고조시킨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은 '이곳이 빅아일랜드다'
'이곳이 사우스포인트다.'라고 마구마구 소리 지른다.
사우스포인트를 향해 달려본 사람이라면 이곳으로 가는 길은 천국으로의 드라이브다라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사우스포인트로 가기 위해 11번 국도에서 우회전한 후 시골길을 달리는 쾌감은 몇 번이고 다시 이곳을 달려야 한다는 강박까지 유발시킨다. 저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는 이미 사우스포인트와 어울려있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은 몇 번이나 이곳이 그림 속 풍경이라고 나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어느덧 눈을 떠보니 나의 온몸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
가끔 그러할 때가 있다. 무작정 뛰어내리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
이 날도 이러한 욕망이 가슴속에서 가득 차올라 운전대를 잡은 손은 경쾌하게 왼쪽과 오른쪽을 이동하였을 것이다. 발 아래의 바다가 나를 긴장시킨 것과는 별개로 머릿속은 화창한 하늘과 햇살에 의해 달궈진 아스팔트 사이로 흐르던 바람을 기억하고 있다.
짧은 순간 지나간 다양한 머릿속 상상들을 헤치며 두 발을 허공에 던졌다. 절벽 앞에 서서 무수히 돌아설까라는 마음을 이겨낸 것은 단순히 하나의 기억이었다.
사우스포인트라는 단어가 주는 신비스러움, 경계가 주는 신비스러움으로 시작한 여행이라는 기억. 그 설렘이 나로 하여금 사우스포인트에서 뛰어내릴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다.
사실, 사우스포인트의 멋진 광경 앞에서 인간 그리고 우리는 단순한 청자가 된다. 그것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거기에 있던 유럽인들과 하와이 현지인 그리고 미국인들 몇몇의 일본인들과 나는 사우스포인트 클리프 끝에서 바다를 보며 바람과 함께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있었다.
절벽에 서서 내려다 본 사우스포인트는 20미터가 훌쩍 넘어 보였고 실제로 바다로 뛰어들면서 느낀 시간도 2초가 좀 넘었다. 절벽에 놓여있는 녹이 쓴 철제 난간을 잡고 오르며 다시 한번 뛰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쳤다.
다시 한번 뛰어내리다.
내가 이곳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이 짧은 순간들을 다시 한번 기억하기 위해 두 발을 허공으로 내던졌다. 풍덩하며 하와이 최남단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한참을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그리고 이 태평양 한가운데의 바다를 기억하기 위해.
바람, 파도, 바다만 존재한 짧은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