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제임스 앙소르(1860-1949)의 작품 앞에 서면 묘한 불편함이 엄습한다.
그의 대표작 '가면을 쓴 자화상'과 '음모'에는
기괴한 가면을 쓴 인물들이 가득하다.
화려한 색채 뒤에 숨겨진 것은 19세기 벨기에 부르주아 사회의 위선이었다.
앙소르는 가면이라는 장치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고 다니는 보이지 않는 가면을 폭로했다.
그림 속 인물들은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은 진심이 아니다.
사교계의 공허한 미소, 체면치레의 친절함,
계산된 호의가 그로테스크한 형태로 드러난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든 사기꾼'은 더욱 직접적이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 귀족이 카드 게임을 하고 있고,
그의 뒤에서 사기꾼이 몰래 카드를 빼돌리고 있다.
바로크 시대의 명암법이 만들어낸 극적인 조명은 사기꾼의 손동작에 집중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테이블을 둘러싼 다른 인물들의 표정이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모르고 있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일까?
라 투르는 답을 주지 않는다.
그저 인간 사회의 거짓된 게임을 조용히 목격하게 할 뿐이다.
카라바조의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사기꾼들'에서는 순진한 청년이 노련한 사기꾼들에게 속는 순간을 포착했다.
카라바조 특유의 사실주의는 사기꾼의 손놀림과 공모자의 눈빛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 작품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세상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가장 친절한 얼굴 뒤에 가장 악독한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노레 도미에는 19세기 프랑스 정치권의 위선을 가차 없이 풍자했다.
'입법부의 배'에서 그는 의회 의원들을 비대하고 탐욕스러운 모습으로 그렸다.
민중을 위한다는 그들의 수사 뒤에 숨은 권력욕과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도미에의 석판화들은 단순한 캐리커처를 넘어,
권력자들이 대중 앞에서 쓰는 가면과 뒤에서의 탐욕스러운 민낯을 대비시킨다.
루이 필리프 왕을 배로 그린 작품으로 투옥되기까지 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 화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본질적으로 가면을 쓴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가면 뒤의 진실을 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위선과 거짓은 도덕적 타락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사회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기도 하다.
화가들은 이 불편한 진실을 캔버스에 고정시켜,
우리 자신의 얼굴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