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색채는 때로 언어보다 먼저 도달한다.
알베르토 고도이(Alberto Godoy)의 그림을 보면,
말이 생기기도 전에 몸이 먼저 그 온기를 느낀다.
타오르는 듯한 황토색, 깊고 짙은 청록,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인물들의 형태.
그것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잃어버린 땅을 캔버스 위에서 되찾는 행위처럼 보인다.
1960년 쿠바에서 태어난 고도이는 1980년 조국의 억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면서도,
카리브해 고향에 대한 선명한 기억을 온전히 품고 왔다.
그 기억이 그의 예술의 뿌리가 되었고,
후기 모던 원시주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과장된 볼륨을 통해
구현하는 독특한 서명 양식을 완성했다.
그 근간에는 "우주의 구형적 본질 속에서 완전함이 발견된다"는 철학이 있으며,
작품 속 풍만한 인물들은 바로 이 믿음의 시각적 표현이다.
《Woman with Flowers》는 고도이의 세계관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경매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한 이 그림 속 여인은 꽃다발을 안고 정면을 응시한다.
얼굴과 몸은 둥글고 충만하며, 꽃들은 그녀의 몸과 하나가 되어 피어오른다.
이 여인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쿠바의 대지 그 자체다.
풍요와 생명력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형상 앞에서, 보는 이는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삶은 계속된다고, 그림이 조용히 말하는 것 같다.
《Three Chefs》는 고도이 특유의 유머와 서사가 빛나는 작품이다.
세 명의 요리사가 나란히 선 이 그림에는 긴장이 없다.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몸집, 넉넉한 미소, 뜨거운 원색의 향연.
주방이라는 일상적 공간이 하나의 축제 마당이 된다.
고도이에게 음식을 만드는 행위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공동체를 잇는 의식이다.
세 인물이 뿜어내는 온기는 캔버스 밖으로 넘쳐흐르고,
그림을 보는 동안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Modern Tribute to Leonardo da Vinci's "The Last Supper"》(2016)는
고도이의 야심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작이다.
가로 96인치에 달하는 대형 유화 캔버스에 레오나르도의 고전적 구도를 라틴 아메리카의 언어로
완전히 번역해냈다.
열두 사도는 모두 고도이 특유의 둥글고 충만한 인물들로 탈바꿈하였고,
엄숙한 종교화였던 원작은 풍요롭고 생동감 넘치는 공동체의 만찬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양 미술사의 거장과 쿠바 망명자가 캔버스 위에서 조우하는 이 장면은,
고도이가 단순한 민속화가가 아니라 미술사적 대화에 참여하는 진지한 예술가임을 웅변한다.
결국 Alberto Godoy의 그림은 망향의 기록이자 생명에 대한 찬가다.
그의 붓끝에서 쿠바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크고 둥글고 환하게 다시 피어난다.
구는 굴러도 깨지지 않는다. 고도이의 예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