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가 아닌 전략이 필요한 이유
테스트 코드를 강화하여 테스트 커버리지를 올려라.
테스트 코드를 강화하여 테스트 커버리지(Test Coverage)를 올려야 한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지극히 타당해 보입니다. 테스트 커버리지는 코드 품질의 바로미터(Barometer)이며, 코드가 얼마나 철저히 검증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문장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개발 리소스가 한정된 팀에서는 이 목표 하나로 수 주간의 작업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QA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이 목표가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되기보다 오히려 품질에 대한 환상을 심는 도구가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테스트 커버리지는 어디까지나 지표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가 곧 품질이라고 오해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커버리지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개발자는 실제로 중요한 로직의 안정성보다 단순한 코드 호출을 테스트하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테스트의 본질인 '결함 탐지'는 뒷전이 되고, 눈에 보이는 수치만 채우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조건문 내부 로직을 검증하지 않고 단순히 해당 함수를 호출만 해도 커버리지 수치는 올라갑니다. if (isValidUser(user)) { ... }라는 조건문이 있을 때, 항상 true가 되도록 한 테스트만 작성해도 커버리지 도구는 해당 줄이 테스트되었다고 간주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false 조건에 대한 테스트는 비어 있고, 잘못된 사용자 입력에 대한 로직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한 assert 없이 메서드만 호출하는 테스트는 코드가 예외를 던지지 않는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테스트는 실패하지 않는 대신, 성공했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런 형태의 테스트가 포함된 프로젝트에서는 "커버리지는 높은데, 릴리스 후 버그가 계속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QA 엔지니어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단위 테스트가 이미 수행된 것으로 간주되어 QA의 테스트 범위에서 제외되지만, 정작 실제 사용자의 흐름이나 예외 조건이 전혀 테스트되지 않은 영역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버리지가 높아졌다는 것은 코드 수준에서 테스트가 많이 수행되었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전체 품질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QA 엔지니어는 커버리지 수치를 볼 때 단순히 "많이 테스트되었다"라고 해석하기보다, "어떤 경로가 테스트되었는가", "어떤 사용자 흐름이 누락되었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원 가입 기능의 유닛 테스트 커버리지가 95%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수치는 입력값 유효성 검사, 중복 확인, DB 저장 로직 등이 잘 테스트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QA 관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특정 필드만 입력했을 때 어떻게 동작하는가?", "서버 응답이 지연되면 UX는 어떻게 깨지는가?", "같은 요청을 연속적으로 보냈을 때 시스템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등 실제 사용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계 조건과 흐름은 커버리지 수치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QA는 커버리지를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테스트 전략을 설계할 때의 참고 지표로 활용해야 합니다. 단위 테스트로 어느 로직이 커버되었는지, 어떤 분기나 시나리오가 빠졌는지를 분석하여 QA 업무를 더 정교하게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복 확인 중심의 QA 업무는 줄이되, 그 대신 통합 테스트, 시스템 흐름 검증, 복잡한 사용자 행동 시나리오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QA 엔지니어는 커버리지 리포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직접 해석하고 개선의 단서를 찾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커버리지가 높은데도 자주 발생하는 결함이 있다면, 이는 테스트 케이스의 방향성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은 테스트 커버리지는 낮지만 실제로는 높은 리스크를 가지는 영역일 수 있다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커버할 QA 전략을 새로 수립해야 합니다.
커버리지는 QA 엔지니어에게 '테스트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아니라, '테스트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입니다.
테스트 커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무작정 테스트 코드를 추가하는 방식은 오히려 프로젝트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테스트 커버리지가 중요한 기준이긴 하지만, 무분별하게 적용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코드의 실제 동작과 무관한, 의미 없는 테스트 코드가 양산됩니다.
테스트 코드 자체의 양이 많아지면서 유지보수 비용이 눈에 띄게 증가합니다.
QA가 이미 시스템 흐름이나 사용자 시나리오 차원에서 검증하고 있는 테스트와 중복되어 리소스 낭비가 발생합니다.
정작 중요한 로직이나 사용자 관점에서의 리스크 영역은 뒤로 밀려 테스트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내부적으로만 사용되는 유틸리티 함수나 단순히 텍스트 포맷을 바꾸는 함수, 사용자 경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메시지 출력 로직 등을 테스트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해당 테스트가 전체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지만 커버리지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투입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는 개발자의 시간, 이를 리뷰하고 관리하는 리더의 노력, 그리고 QA가 전체 테스트 체계를 유지하는 과정까지 모두 불필요한 리소스를 쓰게 만듭니다. 결국 테스트의 본질적인 목적, 즉 시스템의 신뢰성과 사용자의 만족도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숫자에 집착하게 되는 잘못된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커버리지는 분명히 유의미한 기준이지만, '무엇을 테스트하느냐'가 '얼마나 테스트했느냐'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잘못 설계된 테스트 커버리지 목표는 단순히 성과로 포장되기 쉬우며, 실제로는 테스트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테스트를 설계할 때는 반드시 "이 코드가 사용자나 시스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그렇지 않은 영역은 과감히 제외하거나 단순화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전략입니다.
테스트 커버리지를 논의할 때 가장 흔하게 나오는 질문은 "몇 퍼센트까지 올릴 것인가"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테스트의 방향을 흐릴 수 있습니다. 단순한 수치 목표는 테스트의 품질보다는 외형적인 성과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아야 합니다.
“어떤 영역을 테스트하고 있는가?”
“무엇이 테스트되지 않고 남아 있는가?”
“현재 테스트가 실제 사용자 경험이나 시스템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예를 들어, 결제 기능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커버리지 80%를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그 80%가 단순한 정상 흐름만 포함하고 있다면 결코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실패 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로가 테스트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카드 결제 오류, 중복 요청 처리, 결제 직후 네트워크 끊김 상황 등과 같은 비정상 흐름은 커버리지가 낮더라도 반드시 테스트되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이처럼 테스트 커버리지는 '리스크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합니다. 서비스 핵심 로직, 사용자 데이터 처리, 인증 및 권한 검증, 금전 거래와 같이 시스템의 신뢰도나 비즈니스 연속성에 직결되는 부분은 우선적으로 테스트 범위에 포함되어야 하며, 이 영역에서 커버리지를 강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사용자 편의를 위한 안내 메시지, 단순 UI 이벤트, 통계 로그 수집 등과 같은 비핵심 영역은 QA 엔지니어가 직접 테스트하거나,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된다면 커버리지 목표에서 제외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QA 엔지니어와 개발자가 커버리지 분석 결과를 함께 리뷰하고, 영역별로 테스트 전략을 분담하는 협업이 필요합니다.
즉, 커버리지를 높이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수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가"를 먼저 정의하고 그에 따라 테스트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테스트의 방향이며, 그것이 진정한 품질을 만들어냅니다.
이 지점에서 개발자와 QA 엔지니어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상호 보완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개발자의 테스트는 주로 단위 테스트(Unit Test)와 같은 코드 수준의 검증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이는 함수나 메서드가 특정 입력값에 대해 예상한 출력을 반환하는지를 확인하며, 내부 로직의 정합성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반면 QA 엔지니어는 기능 테스트, 통합 테스트, 시스템 테스트 등 사용자 관점에서 전체 흐름이 올바르게 동작하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는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사용자 행동, 비정상 케이스, 경계 조건 등 시스템 전반의 품질을 책임지는 역할입니다.
문제는 이 두 영역이 별도로 움직이게 되면, 중요한 테스트가 누락되거나 반대로 중복 테스트로 인해 리소스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유닛 테스트에서 로그인 기능의 성공 케이스만 확인한 경우, QA 엔지니어는 동일한 시나리오를 다시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QA 엔지니어가 다양한 사용자 흐름을 테스트하고 있음에도 개발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비슷한 테스트 코드를 추가로 작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발자와 QA 엔지니어가 테스트 커버리지 맵을 함께 정의하고 주기적으로 리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유닛 테스트로 이미 커버되었는지, 어떤 경로는 여전히 테스트되지 않았는지를 명확히 정리하고, 각자의 역할에 따라 테스트 책임을 분담해야 합니다.
QA 엔지니어는 개발자의 테스트 코드가 실제 사용자 관점의 품질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개발자는 QA 테스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단위 테스트를 작성해 코드 커버리지를 보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협업 구조가 정착된다면 테스트 커버리지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서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의 증거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커버리지는 품질을 측정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그 자체가 품질의 완성은 아닙니다. 커버리지는 단지 테스트가 실행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지, 테스트가 유효했는지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커버리지 수치가 높다고 해서 시스템이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품질을 높이기 위한 테스트 전략은 단순히 커버리지 수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왜 테스트해야 하는가'에 대한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커버리지를 9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더라도, 그 테스트들이 정상 시나리오만을 다룬 것이라면 실제 장애 상황이나 사용자 예외 흐름은 전혀 보장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커버리지는 60%에 머물러 있더라도, 리스크가 높은 경로와 중요한 사용자 흐름을 중심으로 테스트가 잘 설계되어 있다면 해당 시스템은 훨씬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습니다.
QA 엔지니어는 커버리지를 단지 수치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분석하고 맥락화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커버리지가 높지만 특정 영역에서 동일한 결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 이는 테스트의 방향이 잘못되었거나 테스트 자체가 실제 사용 시나리오와 동떨어져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반면 커버리지는 낮더라도 그 내부에 위험 기반 테스트, 사용자 중심 테스트, 시나리오 기반의 품질 검증이 포함되어 있다면 훨씬 더 전략적인 품질 확보가 가능합니다.
또한 QA 엔지니어는 테스트 커버리지 수치를 보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하기보다는, "무엇이 빠져 있는가"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품질은 충족의 개념이 아니라 끊임없는 의심과 개선의 흐름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QA 엔지니어는 이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팀 내 누구보다도 테스트가 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진짜 품질은 숫자가 아니라, 테스트가 향하고 있는 방향과 그것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의미 있는 커버리지는 단순히 코드가 테스트되었음을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팀이 품질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읽고, 그 의미를 해석해 다음 테스트 전략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이 바로 QA 엔지니어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