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의 양립을 가능하게 한 시스템
7화. 여성 고용률 80%, 커리어와 출산 둘 다 선택하는 법
― 일과 육아의 양립을 가능하게 한 시스템
서울 강남구 한 IT 기업.
육아휴직 1년을 마치고 복직한 김수진(34세) 대리.
팀장이 말한다.
"수진씨, 팀 재편되어서 이제 다른 팀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원래 자리는 신입사원이 앉아 있다.
수진은 이력서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스톡홀름 한 IT 기업.
육아휴직 8개월을 마치고 복직한 사라(32세).
팀장이 말한다.
"Welcome back! 프로젝트 진행 상황 브리핑 드릴게요."
원래 자리에 그대로 앉는다.
사라는 업무에 복귀한다.
요즘 한국 여성들은 일을 더 많이 한다.
30대 여성 고용률이 급등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일하는 여성은 늘었는데, 아이는 줄었다.
출산율은 크게 반등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일과 아이, 둘 다 가질 수 없으니까.
한국 여성들은 선택한다.
"일을 계속하려면 아이를 포기하자."
스웨덴은 다르다.
여성들이 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고용률도 높고, 출산율도 한국보다 2배 높다.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출산하면 경력이 끊긴다"는 두려움
한국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아이 낳으면 회사 못 다니는 거 아니야?"
실제로 그렇다.
육아휴직 쓰고 돌아온 여성 10명 중 6명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한다.
팀이 재편되었다거나,
다른 부서로 발령났다거나.
결혼·출산·육아로 일을 그만둔 여성.
35~39세 기혼여성 4명 중 1명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보인다.
그러니 한국 여성들은 계산한다.
"일을 계속할 거면 아이는 포기하자."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스웨덴 여성들은 출산 후에도 복귀한다
스웨덴도 여성들이 많이 일한다.
한국보다 더 많이 일한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있다.
아이를 낳아도 여성 고용률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엄마들이 출산 후에도 계속 일한다.
10명 중 8명이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한국은 10명 중 4명만 돌아간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드나?
8개월 쉬어도 자리가 있다
사라(32)는 작년에 첫 아이를 낳았다.
8개월 육아휴직을 썼다.
한국이라면 "8개월 쉬면 자리 없을 텐데" 걱정부터 했을 것이다.
사라는 걱정하지 않는다.
"제 자리는 법으로 보장되어 있어요."
실제로 그렇다.
복직 첫날, 원래 팀으로 돌아갔다.
원래 책상에 앉았다.
팀장이 반갑게 맞았다.
한국은 어떤가?
법으로는 복귀를 보장한다고 쓰여 있다.
현실은 다르다.
"팀이 재편되었어요."
"다른 부서로 가야 할 것 같아요."
말은 부드럽지만, 의미는 명확하다.
스웨덴은 법이 실제로 작동한다.
한국은 법이 있지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시간제 근무가 경력단절이 아닌 나라
사라는 복귀 후 시간제 근무를 선택했다.
주 4일, 하루 6시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시간제로 바꾸면 비정규직 되는 거 아니에요?"
승진 탈락, 연봉 삭감, 동료들 눈치.
경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스웨덴은 다르다.
시간제 근무도 정규직이다.
시간에 비례한 급여를 받고, 복지는 똑같고, 승진 기회도 동일하다.
사라가 말한다.
"시간제로 일하면서도 커리어를 쌓을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힘든 문장이다.
유연근무가 실제로 작동하는 나라
에릭(36)과 아내 안나.
두 아이(5세, 3세)를 키우는 부부다.
에릭은 주 2일 재택근무를 한다.
안나는 주 3일 재택근무를 한다.
두 사람 모두 정규직이다.
급여 삭감도, 승진 불이익도 없다.
한국이라면 어떨까?
"재택근무 = 열정 없는 직원."
눈치가 보인다.
스웨덴에서는 재택근무가 권리다.
아이 8세까지는 부모가 유연근무를 요청할 수 있다.
고용주는 거절할 수 없다.
한국도 제도는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그런데 쓰는 사람은 5명 중 1명도 안 된다.
왜?
"쓰면 불이익 받으니까."
스웨덴은 정반대다.
안 쓰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
"아이 아프면 당연히 쉬어야죠"
한국 워킹맘 김영희(35), 어제 아이(4세)가 열이 났다.
어린이집 긴급 연락이 왔다.
"아이 데려가 주세요."
영희는 회사에 연락한다.
"죄송한데, 아이가 아파서…"
팀장 목소리가 차갑다.
"오늘 회의 있는 거 알죠?"
영희는 시어머니에게 연락한다.
"어머니, 죄송한데…"
스웨덴 워킹맘 안나(33), 어제 딸(3세)이 열이 났다.
안나는 회사에 문자 하나 보낸다.
"VAB 씁니다."
VAB (vård av barn, 자녀 돌봄 휴가)는
자녀가 아프면,
부모가 연간 120일까지 유급 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다.
급여의 80%를 지급한다.
회사는 거절할 수 없다,
법으로 보장된 권리니까.
안나의 팀장은 답장한다.
"Ok, 빨리 나으면 좋겠네요."
한국은 제도는 있는데 못 쓴다
한국도 가족돌봄휴가가 있다.
연간 10일.
그런데 무급이다.
더 큰 문제는 눈치다.
"가족돌봄휴가요?
애 아픈 건 매번인데 매번 쉴 건가요?"
그래서 한국 엄마들은 연차를 쓴다.
연차가 떨어지면 병가를 쓴다.
병가도 다 쓰면 무단결근하거나 퇴사한다.
악순환이다.
스웨덴 엄마들은 VAB를 쓴다.
연간 120일, 급여의 80%를 받는다.
한국의 12배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도 일을 계속할 수 있다.
문화가 제도를 완성한다
스웨덴이 특별한 이유.
제도만이 아니다.
문화다.
스웨덴에서는 육아휴직 쓰는 남자가 "정상"이다.
재택근무 하는 부모가 "정상"이다.
시간제 근무 하는 여성이 "정상"이다.
한국에서는?
육아휴직 쓰는 남자가 "용감한 사람"이다.
재택근무 하는 부모가 "눈치 없는 사람"이다.
시간제 근무 하는 여성이 "경력 포기한 사람"이다.
스웨덴에서는 육아휴직 안 쓰는 아빠가 이상하다.
한국에서는 육아휴직 쓰는 아빠가 이상하다.
제도는 비슷해도, 문화가 정반대다.
여성이 일하는 게 출산율을 올린다
한국에서는 흔히 말한다.
"여성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출산율이 낮다."
틀렸다.
북유럽을 보라.
여성들이 더 많이 일하는데 출산율도 더 높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여성 고용률도 높고, 출산율도 높다.
한국과 일본은 정반대다.
여성 고용률도 낮고, 출산율은 더 낮다.
왜 그럴까?
여성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나라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여성들은 일하면서 아이를 낳는다.
480일 육아휴직이 있고,
복귀가 보장되고,
유연근무가 권리고,
아이 아프면 120일까지 쉴 수 있다.
한국 여성들은 선택해야 한다.
일을 계속할 거냐,
아이를 낳을 거냐.
둘 다는 안 된다.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한국에서는 여성 탓을 한다.
"요즘 여성들은 커리어에만 관심 있어서."
틀렸다.
한국 여성들도 일과 아이를 둘 다 원한다.
그런데 시스템이 허락하지 않는다.
육아휴직 쓰면 자리가 없다.
시간제 근무하면 비정규직이 된다.
아이 아프면 연차 쓰거나 퇴사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다.
스웨덴 여성들이 특별해서
일과 출산을 둘 다 하는 게 아니다.
시스템이 가능하게 만든다.
오늘의 교훈
복귀가 보장되지 않으면 아이를 낳을 수 없다.
한국 여성 10명 중 6명은 육아휴직 후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한다.
스웨덴은 10명 중 8명이 돌아간다.
법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아닌지의 차이다.
유연근무는 권리여야 한다.
한국에서는 눈치의 영역이다.
스웨덴에서는 법적 권리다.
시간제 근무를 해도 정규직이고,
재택근무를 해도 승진한다.
제도가 있어도 못 쓰면 없는 것과 같다.
남성이 육아에 참여해야 여성이 일을 계속한다.
스웨덴 남자들은 90% 이상 육아휴직을 쓴다.
아이 아프면 아빠도 쉰다.
한국은 아직도 엄마만 연차를 쓴다.
그래서 여성만 경력이 끊긴다.
여성이 일하는 나라가 출산율도 높다.
"여성이 일 많이 해서 출산율 낮다"는 말은 틀렸다.
북유럽이 증명한다.
여성 고용률 높고, 출산율도 높다.
차이는 시스템이다.
일하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 없느냐.
다음 화 예고
스웨덴 출산율 1.43명.
한국보다 2배 높지만 인구 유지에는 부족하다.
그런데 스웨덴 인구는 늘어난다.
이민자가 채운다.
이민자 출산율은 2.1명이다.
왜 이민자들은 스웨덴에서 아이를 낳을까?
스웨덴은 어떻게 이민자를 받아들이나?
8화에서는, 스웨덴 이민 정책과 출산율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스웨덴 :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나라]
희망을 찾아서
1부 7화. 여성 고용률 80%, 커리어와 출산 둘 다 선택하는 법
(이 글은 통계청 2024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여성가족부 2025년 여성 경제활동 및 경력단절 실태조사, 스웨덴 통계청(SCB) 2025년 노동시장 분석, OECD Employment Outlook 2025, 스웨덴 고용보호법(Employment Protection Act), 스웨덴 사회보험청(Försäkringskassan) 2025년 VAB 이용 통계, OECD Family Database 2025, 한국고용정보원 2025년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