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도전과 한국이 배울 교훈
18화. 이민자 게토가 생기는 이유
― 어려운 도전과 한국이 배울 교훈
스톡홀름 북서부 링케비(Rinkeby).
지하철 블루라인 종점에서 내리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간판은 아랍어, 소말리어, 터키어로 쓰여 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히잡을 쓰거나 중동계 남성이다.
스웨덴어보다 아랍어가 더 많이 들린다.
오전 10시.
실업 상태의 젊은이들이 광장에 모여 있다.
청년 실업률 40%.
고등학교 졸업률 58%.
이민자 비율 89%.
링케비는 스웨덴이지만 스웨덴이 아니다.
2021년 스웨덴 경찰은 전국 61개 지역을
'취약 지역(utsatta områden)'으로 지정했다.
그중 19개는 '특별히 취약한 지역'이다.
링케비는 그중 하나다.
취약 지역이란,
범죄 조직이 활동하고,
경찰이 공격받고,
주민이 협조하지 않는 곳.
스웨덴 전체 인구의 5%(약 55만 명)가 이 지역에 산다.
2025년 10월 스웨덴 정부 확인에 따르면 이 분류는 여전히 유효하다.
2025년 11월 통계로는 약 17,500명의 갱단 범죄자가 활동 중이다.
"다문화 사회의 모범"이라던 스웨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하지만 이것이 스웨덴의 전부는 아니다.
같은 스웨덴에서 출산율 1.43명을 유지하고 있다.
여성 고용률 81.2%를 달성했다.
행복도 세계 6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0.72명보다는 두 배 높은 출산율이다.
완벽하지 않은 모델이다.
하지만 그래도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한곳에 모으면 게토가 된다
1970년대 스웨덴은 '백만 호 주택 건설 프로그램(Miljonprogrammet)'을 시행했다.
1965~1974년 10년간 100만 호의 아파트를 지었다.
당시 스웨덴 인구가 800만 명이었다.
엄청난 규모였다.
목표는 모든 국민에게 좋은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도시 외곽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건설됐다.
초기에는 스웨덴 중산층도 입주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경제 여건이 좋아진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빈 공간을 채운 건 난민과 이민자였다.
1990년대 발칸 전쟁 난민.
2000년대 이라크 전쟁 난민.
2015년 시리아 난민 16만 명.
이들은 스웨덴어를 못 했다.
직업이 없었다.
연고가 없었다.
정부는 이들을 빈 아파트가 많은 곳에 배치했다.
링케비, 텐스타(Tensta), 말뫼의 로젠고르드(Rosengård).
같은 배경의 사람들이 한곳에 모였다.
언어, 종교, 문화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였다.
스웨덴 사회와 접점이 없었다.
2007년 링케비 인구의 89.1%가 1세대 또는 2세대 이민자였다.
2025년 현재도 비율은 비슷하다.
스웨덴 출생자는 10% 미만이다.
분리가 고착화됐다.
스웨덴의 실수는 무엇이었나?
난민을 받아들인 것이 실수가 아니었다.
실수는, 난민들을 한곳에 몰아넣은 것이다.
통합하려면 섞어야 했다.
하지만 분리했다.
선의는 있었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한국도 앞으로 이민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면 외국 인력이 필수가 된다.
그때는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가산디지털단지 인근 아파트 단지에 몰아넣을 것인가?
안산 외곽 특정 지역에 집중시킬 것인가?
아니면 지역 사회에 골고루 분산할 것인가?
스웨덴은 집중 배치를 선택했다.
50년 후 게토가 됐다.
고용률 격차 22%p가 만드는 평행 사회
2023년 스웨덴 통계를 보자.
스웨덴 출생자 고용률: 84%.
유럽 이민자 고용률: 76%.
비유럽 이민자 고용률: 62%.
22%p 차이다.
링케비나 로젠고르드 같은 취약 지역의 청년 실업률은 40%를 넘는다.
전국 평균 6.8%의 6배다.
왜 이민자 고용률이 낮을까?
첫째, 언어 장벽.
스웨덴어 능력이 부족하면 취업이 어렵다.
스웨덴은 SFI(Svenska för invandrare,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 과정을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이수율이 낮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난민의 30%가 SFI를 중도 포기했다.
이유는 동기 부족, 경제적 압박, 심리적 문제였다.
둘째, 학력 인정 문제.
본국에서 받은 학위나 자격증이 스웨덴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시리아에서 의사였던 사람이 스웨덴에서 택시 운전사가 된다.
셋째, 차별.
비유럽계 이름을 가진 이력서는 인터뷰 기회가 30% 낮다는 연구가 있다.
"Mohammed"보다 "Erik"이 유리하다.
한국은 어떤가?
2024년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0만 명.
전체 인구의 5%.
하지만 고용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언어 교육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은 있지만 의무가 아니다.
자격증 인정은?
간호사, 의사 등 전문직은 사실상 인정 불가다.
차별은?
"김철수"와 "Muhammad"의 이력서 합격률 차이를 연구한 데이터조차 없다.
스웨덴은 22%p 격차를 인정하고 개선 중이다.
스웨덴 중앙은행(Riksbank) 2025년 1월 보고서를 보자.
외국 출생자 고용률이 팬데믹 이전보다 거의 4%p 상승했다.
OECD 2025 보고서는 스웨덴의 이민자 통합 정책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4년 스웨덴 정부는 학력 인정 절차를 간소화했다.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개선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범죄율이 치솟다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2024년 스웨덴 총기 사망자는 45명이었다.
2023년 53명에서 감소했다.
2013년 17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지만, 감소 추세다.
Reuters는 2025년 3월,
"2024년 스웨덴 살인율 10년 만에 최저"라고 보도했다.
대부분 갱단 간 총격전이다.
주요 발생지는 스톡홀름, 말뫼, 예테보리의 취약 지역이다.
링케비와 텐스타 같은 지역의 총격 사건은 다른 지역보다 4~5배 많다.
2025년 1월 한 달에만 약 30건의 폭발물 공격이 발생했다.
대부분 스톡홀름 등 주요 도시 주거 지역이다.
수류탄 공격, 차량 폭발.
갱단이 영역 다툼을 한다.
스웨덴 경찰은 이렇게 말한다.
"이 지역은 범죄 조직이 통제한다. 경찰이 아니라."
로젠고르드의 경우, 주민의 86%가 이민자 배경이다.
실업률 40%, 청소년 범죄율 전국 평균의 3배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스웨덴도 인정한다.
하지만 스웨덴은 방치하지 않는다.
2022년 총선에서 극우 정당 스웨덴민주당이 20.5% 득표로 2당이 됐다.
기존 정당들도 정책을 바꾸기 시작했다.
2023~2024년 정부는 세 가지를 도입했다.
범죄 단속 강화.
이민 정책 전환.
취약 지역 재개발 프로그램.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4년 망명 신청자는 6,800명으로 급감했다.
2023년 163,000명에서 95% 감소다.
2024년 총기 사망자는 2023년 대비 15% 감소했다.
20년 늦은 정책 전환이다.
하지만 그래도 전환했다.
문제를 인정하고 방향을 바꿨다.
한국은 어떤가?
외국인 범죄율 통계는 발표된다.
하지만 취약 지역 지정이나 집중 관리는 없다.
정책 전환도 없다.
아직 문제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웨덴도 1990년대에는 문제가 작았다.
2025년이 되니 게토가 됐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스웨덴은 20년 늦었다.
복지가 통합을 막는 역설
역설적이다.
스웨덴의 관대한 복지 시스템이 통합을 방해했다.
난민과 이민자는 거주 허가를 받는 순간부터 스웨덴 국민과 동일한 복지를 받는다.
주거 수당, 생계 수당, 무상 의료, 무상 교육.
일을 안 해도 생활할 수 있다.
최저 생계비 정도는 복지로 받는다.
2020년 조사를 보자.
비유럽 이민자의 38%가 복지 수당에 의존했다.
스웨덴 출생자는 14%였다.
"왜 월 150만 원 받으려고 하루 8시간 일해? 복지로 120만 원 받는데."
일자리를 구하려는 동기가 약해졌다.
특히 저임금 일자리는 복지 수당과 별 차이가 없었다.
덴마크는 이 문제를 일찍 인식했다.
2015년부터 이민자 복지를 축소했다.
난민은 처음 3년간 일반 수당의 50%만 받는다.
일을 해야 더 받는다.
스웨덴도 2023~2024년에 정책 전환을 시작했다.
언어 교육 이수를 복지 조건으로 연결했다.
취업 활동 증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복지 수당을 감액했다.
복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일할 유인(incentive)을 제거하면 안 된다.
복지와 고용을 연결해야 한다.
한국은 앞으로 이민자에게 복지를 제공할 것인가?
지금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가 심화되면 복지 확대가 불가피하다.
그때 스웨덴식으로 갈 것인가?
덴마크식으로 갈 것인가?
스웨덴은 무조건 지급했다가 20년 후 문제를 깨달았다.
덴마크는 처음부터 조건을 달았다.
한국은 아직 선택할 시간이 있다.
그럼에도 스웨덴은
61개 취약 지역.
55만 명의 이민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극우 정당이 20.5% 득표로 2당이 됐다.
2024년 9월 정부는 귀국 지원금을 3만 4,000달러(약 4,500만 원)로 인상했다.
이전 1,000달러에서 35배 올렸다.
하지만 개선의 조짐도 보인다.
2024년 총기 사망자는 45명으로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2023년 53명에서 감소했다.
정책 전환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스웨덴은 문제가 많다.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웨덴은 2024년 출산율 1.43명을 유지했다.
여성 고용률 81.2%.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90%.
행복도 세계 6위.
한국의 출산율 0.72명의 거의 두 배다.
왜 그럴까?
이민자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핵심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480일 육아휴직.
무상 어린이집.
동일노동 동일임금.
유연근무 보장.
이 시스템들은 이민자 문제와 별개로 계속 작동하고 있다.
스웨덴 여성들은 여전히 일과 출산을 양립할 수 있다.
스웨덴 남성들은 여전히 육아에 참여한다.
아이를 낳아도 괜찮은 나라라는 믿음은 유지되고 있다.
이민자 게토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그것이 출산율을 0.72명으로 끌어내리지는 않았다.
시스템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반대다.
이민자 문제는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출산율은 0.72명이다.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교훈
스웨덴 이민자 게토 문제는
"완벽한 모델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61개 취약 지역.
고용률 격차 22%p.
비유럽 이민자 38%가 복지 의존.
청년 실업률 40%.
2025년 1월 한 달 폭발물 공격 30건.
이것은 스웨덴의 그림자다.
하지만 개선도 있다.
2024년 총기 사망자는 45명으로 10년 만에 최저다.
2023년 53명에서 감소했다.
망명 신청자는 95% 감소했다.
정책 전환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스웨덴이 주는 교훈은 네 가지다.
첫째, 이민자를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지 말고 분산 배치하라.
스웨덴은 외곽 아파트 단지에 몰아넣었다.
50년 후 게토가 됐다.
둘째, 언어 교육을 의무화하고 자격증 인정 제도를 개선하라.
스웨덴은 무료 교육을 제공했지만 이수를 강제하지 않았다.
30%가 중도 포기했다.
2024년부터 복지와 연결했다.
셋째, 복지를 제공하되 일할 유인을 제거하지 말고 조건부로 연결하라.
스웨덴은 무조건 지급했다.
38%가 복지에 의존하게 됐다.
덴마크는 처음부터 조건부였다.
넷째, 문제가 생기면 인정하고 정책을 바꿔라.
스웨덴은 20년 늦었다.
하지만 그래도 바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훈:
이민자 문제가 있어도 핵심 시스템이 작동하면 출산율은 유지된다.
스웨덴은 문제가 많지만 여전히 1.43명이다.
한국은 이민자 문제가 없는데도 0.72명이다.
이 차이는 시스템에서 나온다.
480일 육아휴직, 무상 어린이집, 유연근무.
스웨덴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것들.
완벽한 복지국가는 없다.
하지만 불완전해도 배울 가치가 있는 시스템은 있다.
스웨덴이 그것을 증명한다.
다음 화 예고
"복지병이 스웨덴을 좀먹고 있다."
병가 일수 연평균 23일.
OECD 평균의 2.5배.
정신 질환 병가가 전체의 49%.
일하지 않아도 급여의 80%를 받는다.
하지만 악용은 0.66%에 불과하다.
99%는 정당한 사유다.
스웨덴 복지 시스템의 또 다른 그림자다.
하지만 이것도 "실패"가 아니라 "조정 중인 시스템"이다.
19화에서는 스웨덴 복지병 논란과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문제,
그리고 그 속에서도 작동하는 시스템의 원리를 들여다봅니다.
[스웨덴 :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나라]
모델의 그림자
3부 2화. 18화. 이민자 게토가 생기는 이유
(이 글은 스웨덴 경찰청(Polisen) 취약 지역 보고서(2021), 스웨덴 정부 법무부 이민·통합·범죄 팩트(2025년 10월 6일), 스웨덴 통계청(SCB) 이민자 고용률 통계(2023), 스웨덴 중앙은행(Riksbank) 외국 출생자 고용률 분석(2025년 1월), Wikipedia "Vulnerable area (Sweden)", Wikipedia "Rinkeby", 스웨덴 범죄예방위원회(Brå) 총기 사망 통계(2024, 2025년 9월 9일), Reuters "Sweden recorded lowest number of homicides in a decade in 2024"(2025년 3월 31일), Anadolu Agency "Sweden's gang criminal numbers remain high"(2025년 11월 7일), Wikipedia "Bombings in Sweden" (2025년 1월 통계), 스웨덴 재정연구소(ESO) 이민자 재정 영향 분석(2020), OECD International Migration Outlook 2025, New York Times "Sweden Will Offer Migrants $34,000 to Go Home"(2024년 9월), 스웨덴 통합청(Integrationsverket) 통합 실패 보고서(2019), 린셰핑 대학교 이민자 복지 의존도 연구(2020)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