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전략과 단계별 실행 계획
26화. 3년 로드맵, 시스템 전환의 시작점
― 중기 전략과 단계별 실행 계획
2000년, 스톡홀름.
스웨덴 의회는 3년 계획을 발표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어린이집을 완전히 재편한다."
목표 : 모든 1세 아동이 어린이집에 갈 수 있도록.
3년 후, 달성했다.
1년은 응급 처치, 3년은 시스템 전환
25화에서 본 5가지는 '응급 처치'에 가깝다.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3년 후에 온다.
시스템을 바꾸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시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 출산율은 0.81명에서 0.75명으로 오히려 더 떨어졌다.
왜 실패했을까?
시스템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려금만 뿌리고 구조는 그대로 뒀다.
1단계, 1년 차에는 기반을 만든다
스웨덴은 2000년 첫 해에 어린이집을 무작정 늘리지 않았다.
먼저 '기준'을 만들었다.
국가 보육 품질 기준을 세우고,
지방정부에 재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확립하고,
어린이집 대기 기간을 법으로 보장했다.
건물을 짓기 전에 설계도를 그린 것이다.
한국은 2025년부터 보육교사 1명당 0세 영아 2명을 돌본다.
법으로 정해진 비율이다.
1세는 4명, 2세는 6명이다.
OECD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왜 출산율은 0.75명일까?
비율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법으로 정한 교사 대 아동 비율이 없다.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평균은 1명당 5명, 한국보다 많다.
하지만 스웨덴 보육교사 연봉은 평균 5,300만 원이다.
한국은 3,000만 원이다.
스웨덴이 1.8배 높다.
보육의 질은 비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교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충분한 처우, 사회적 인정이 함께 필요하다.
1년 차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으로
평균 연봉을 3,000만 원에서 4,500만 원으로 올리고,
어린이집 품질 인증을 강화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 계획을 확정하는 것이다.
4,500만 원도 스웨덴(5,300만 원)보다 낮지만
출발점으로는 충분하다.
비용은 연간 5조 원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다.
2단계, 2년 차에는 시스템을 확대한다
스웨덴은 2001년 두 번째 해에 어린이집 이용률을 70%에서 85%로 올렸다.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어린이집은 지방정부(kommun)가 직접 운영한다.
중앙정부는 재정만 지원하고 실행은 지방에 맡긴다.
한국은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15.1%에 불과하다.
나머지 84.9%는 민간이 운영한다.
민간 어린이집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고,
이윤을 내려면 교사를 줄이고 아이를 많이 받아야 한다.
이윤 추구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보육 분야에서는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2년 차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15%에서 35%로 확대해야 한다.
민간 어린이집을 국가가 매입하거나 전환하고,
지방정부의 보육 담당 인력을 2배로 늘려야 한다.
스웨덴은 3년 만에 해냈다.
한국도 할 수 있다.
3단계, 3년 차에는 문화를 바꾼다
스웨덴은 2003년 세 번째 해에 가장 큰 변화를 경험했다.
"아이는 부모가 키운다"는 인식이
"사회가 함께 키운다"로 바뀐 것이다.
이 인식 전환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제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36.4%에 그친다.
제도는 있지만 회사가 눈치를 주고,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커리어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쓰지 못한다.
이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다.
3년 차에는 대기업 육아휴직 사용 의무 비율을 30%에서 70%로 올리고,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에 패널티를 강화하고,
아빠 육아 캠페인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스웨덴은 1995년 '아빠 할당제'를 의무화하면서 문화를 바꿨다.
30년이 지난 지금,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는 것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3년 로드맵은 가능한가
스웨덴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3년 만에 어린이집 시스템을 완성했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반이 있었지만,
결정적 전환점은 이 3년이었다.
한국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3년이면 된다.
1년 차에는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고 품질 기준을 강화하는 기반을 만든다.
2년 차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35%로 올리고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한다.
3년 차에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70%로 올리고 사회적 인식을 바꾼다.
3년 후 출산율이 1.0명을 넘을까?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지금처럼 하면 0.5명까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스웨덴도 1930년대에는 위기였다.
출산율이 1.7명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1935년 '인구 위기 위원회'를 만들었고,
50년 후에야 출산율이 1.8명으로 회복되었다.
한국은 0.75명이다.
50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
3년만 집중하면 된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시작점은 지금이다.
다음 화 예고
3년 로드맵은 중간 목표다.
최종 목표는 2030년이다.
27화에서는 2030년 출산율 1.5명 달성 시나리오를 그려봅니다.
[스웨덴 :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나라]
한국의 선택
4부 2화. 26화. 3년 로드맵, 시스템 전환의 시작점
(이 글은 대한민국 정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2020), 보건복지부 국공립 어린이집 현황 및 확충 계획(2024), 통계청 2024년 출생 통계(2025), 조선일보 "South Korea Boosts Childcare Support"(2025.09.25), Eurydice "Organisation of centre-based ECEC - Sweden"(2025.07), TALIS "Preschool staff rating"(2025.12), Statistics Sweden(SCB) Childcare Statistics 2000-2003, OECD Family Database(2024), SalaryExpert "Preschool Teacher Salary in Sweden/South Korea"(2025), Statsskuld.se "Preschool Teacher Salary"(2025.07), Reuters "Sweden's childcare expansion model"(2023)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