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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훈 Jul 30. 2020

쪽방에서 BTS사무실까지

8년 간의 인썸니아 사무실 변천기

정부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벤처보육시설에서 시작


2013년도 인썸니아 사업 초기에는 정부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한 대학교의 벤처보육시설에 입주했습니다. 당시 저까지 3명의 팀원이 원룸형 사무실에 출근하고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7개월가량을 지냈습니다. 지원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에게 임대료가 무료여서 식비와 교통비만 들었습니다. 창업지원사업에서 창업자를 제외한 임직원 인건비가 지원되었기 때문에 제 소득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고정비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템을 포기하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자택으로


시작했던 사업 아이템이 잘 되지 않아 2014년에는 팀원들과 이별하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봉천동의 자택을 사무실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좋게 표현해서 자택을 사무실로 활용한 것이지, 사실상 사업을 정리하고 혼자 남아 집에서 반백수처럼 지낸 기간입니다. 사업을 포기하고 취직을 할지 다시 시도해볼지 고민하고 이런저런 기술적인 도전을 하면서 외주로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오래된 주택이었기 때문에 제 방을 셀프 인테리어로 꾸몄습니다. 흰 페인트로 벽을 칠하고 파란 페인트로 문을 칠하고 천정에는 레일 조명을 달았으며 바닥에는 데코타일을 하나하나 붙였습니다. 좁은 방에서 일하고 쉬고 잠을 자며 24시간을 보내다 보니 공간의 쾌적함과 심미적인 만족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 방을 셀프 인테리어하고 책장을 스탠딩 데스크로 개조해 쓰던 시절


수도권 곳곳에 퍼져 있는 고객사의 사무실로


2016년에 본격적인 개발업으로 방향을 틀어 다양한 고객사의 사무실로 출근을 했습니다. 제 사무실이 없기도 하고 혼자 일을 했기 때문에 서울과 성남에 있는 고객사라면 제가 고객사 사무실로 가서 책상 자리 하나 잡고 근무하고 일당을 받았습니다. 청담, 강남, 신사, 마포, 잠실, 봉천, 강동, 안국, 신설동, 판교, 분당 등 매일 다른 곳으로 출근했습니다. 점심 식사의 절반은 고객사와 먹고 절반은 혼자 먹던 기간이네요. 어떤 고객사는 생일 선물도 챙겨주시고, 요리를 만들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고객사 사무실에 있는 반려동물들과도 친해지고요.

'세이' 고객사에서 제 생일을 챙겨주셨습니다


협업의 필요로 카페를 전전


수주하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2017년이 되자 이제 고객사와만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과도 협업을 하게 되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같이 일을 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좋았으나 2주 정도 지나자 카페가 다 거기서 거기고 소음과 공간 부족, 그리고 생각보다 높은 비용에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것도 번거로워 서둘러 다음 사무 공간을 고려하게 됩니다. 

고객사 측과 저희 측이 카페에서 함께 작업하는 모습


공유오피스 오픈데스크/프라이빗 데스크


의뢰를 해 주었던 스타트업 고객사들이 패스트파이브, 위워크, 스튜디오 블랙 등의 프라이빗 데스크를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간 제공해주셔서 2017년 하반기까지는 공유오피스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강남/선릉의 프라이빗 데스크와 논현의 오픈데스크, 강남의 1인 독실 등 다양한 형태를 경험했는데, 오픈데스크는 30만 원대, 1인 독실은 50만 원대였고 프라이빗 데스크는 모두 고객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미팅을 공유오피스 회의실에서 미팅을 하고 간간히 다른 개발자들과 라운지에서 협업을 할 수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하였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던 날. 패스트파이브가 이렇게 한산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복층 원룸에 사무실을 차리다


2018년이 되자 이제 한 두 분의 개발자와 간간히 협업하는 수준이 아니라 3~4명과 매일 협업할 공간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산지 35년 가까이 되니 슬슬 독립을 하고 싶기도 해서 사무 공간과 주거 공간을 한 번에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두 공간을 방으로 분리하자면 큰 평수에 임대료 부담도 크니 복층을 선택했습니다.

복층은 층고가 높아서 낮은 평수임에도 쾌적한 편이었습니다

월세 100만 원의 9평짜리 복층 오피스텔에서 최대 6명이 근무했고 저는 숙식까지 해결했습니다. 4개월이 지나자 점점 인원이 늘어 6명이 곧 넘어갔습니다. 월 매출이 4천 만 원가량 나오던 시기였음에도 월 100만 원의 고정비로 강남역 1분 거리에서 1명의 주거공간과 6명의 업무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보수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사무실 임대


2018년 5월이 되자 6명 이상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고 조금 과감하게 20명 정도의 공간을 찾기로 했습니다. 중개인을 통해 사무실 후보를 30개 정도 보고 나서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고 화장실이 외부에 있으며 강남 접근성이 좋은 24평짜리 사무실로 이사를 갔습니다. 계약을 한 날은 임대료를 잘 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에 숨이 잘 안 쉬어져 사무실 빌딩 계단에 앉아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습니다. 걱정과 다르게 여기서 2년 정도 지내면서 약 20억 매출을 올렸습니다. 

2년 꽉 채우고도 새 임차인 구하느라 2개월 더 지냈던 강남미래타워. 10만원에 제작한 대형 로고를 벽에 직접 붙임

BTS의 빅히트가 쓰던 건물로 확장 이전


회의실까지 있는 24평의 공간을 20명이 사용하려면 120x60 사이즈의 데스커 책상(사무용 중 가장 작은 사이즈)을 오밀조밀 배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동시에 대화를 나누면 공간 전체가 산만해졌습니다. 다들 작은 책상과 좁고 시끄러운 공간에 적응해서 일하고 있었지만 월 매출이 1억 2천만 원이 넘어가고 이익률이 40%가 넘는 시점이니 이제 좀 더 쾌적한 곳으로 이사 갈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에도 30개 정도의 사무실을 보러 다녔고 최종 결정한 곳은 가로수길 인근의 45평 사무실입니다. 약 2배가 넓어졌습니다. 빅히트가 사용하던 빌딩에 자회사인 쏘스뮤직(여자친구 소속사)이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공사해서 사용하던 층입니다. 


아무래도 전 임차인(빅히트와 쏘스뮤직)이 엄청나게 성공했기 때문에 터가 좋아 보이기도 했고, 구조와 인테리어, 위치가 딱 마음에 들었습니다. 에어컨, 책상, TV, 회의 테이블의 집기를 전 임차인에게 저렴하게 인수해서 회의실 하나만 철거하고 그대로 사용합니다. 책상은 160x80, 180x80 사이즈로 그 전에 비해 광활해졌고. 탕비실이 생겼고 회의실은 2배, 그리고 갖고 싶던 대표이사실도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월 임대료는 월 매출의 3.6%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여전히 보수적인 고정비 집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상 사무실 변천사를 마칩니다 

이전 사무실과 느낌은 비슷하지만 꽤 넓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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