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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May 28. 2024

#3. 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현대무용? 발레? 무용극? 뮤지컬?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4년 5월 19일 LG아트센터 서울 

5월의 서울식물원은 따가운 햇살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나무 그늘에서 쉬고, 커피를 마시고 짧은 계절의 여왕을 만끽하고 있었다. 서울식물원 한 편의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매튜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러 온 내게 이 봄은 너무나 강렬하게 말을 걸고 있는 듯했다.  다시 '매튜 본~~'이라고...


십여 년 전 '매튜 본'의 작품을 처음 접한 적이 있었다. "백조의 호수"였다. 그때 충격과 감동이 아직도 생각이 났다. 발레공연하면 떠 오르는 게 일단 정말 백조 같은 하얀 발레복을 입은 여성무용수들이 사뿐사뿐 돌고 

우아하게 튀어 올라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우아한 동작의 발레가 떠오르는 것... 그런데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서는 웃통을 벗어던진 남성무용수들이 무대를 겅중겅중 날아다니고 활기차고 커다란 동작으로 뛰어올라 육중하게 착지하고 그것도 집단으로... 충격이었다. 근육질의 남성들이 웃통을 벗고 수십 명이 무대를 휘젓고 사뿐 사뿐과는 거리가 먼... 아크로바틱 동작처럼 크고 높은 도약력을 보여주며 말이다. 끝났을 때 여성관객들이 소리를 지르고 마치 아이돌 콘서트처럼 여성관객들의 환호가 정말 난리가 아니었다. 환호라기보다는 거의 기성을 질러대는 것 같은.... 일단 남성 무용수들의 그걸 발레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발레인지 현대무용인지 아크로바틱인지... 그 공연의 기억으로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을 본 것이었다.

안무가 매튜 본 1960~

우선 안무가 '매튜 본'을 살펴보자면 그는 처음부터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고 고교 졸업 후 영국 국립극장에서 검표원? 안내원 같은 일을 시작하여 몇 년 후 안내원 동료와 같이 영국의 명문 예술학교 라반센터에 

입학하여 무용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라반 센터를 졸업한 후에는 동료들과 무용팀을 꾸려 새롭고 창작적인 

안무를 만들기도 했고 그 후 그만의 독특한 감각과 예술혼으로 고전적 작품을 재해석하여 무대 위에서 파격적인 공연을 만들어내 공연하는 작품마다 대 성공을 이루고 급기야 안무가로는 처음으로 대영제국 기사작위를 받게 된다. 그가 이번 공연에 대해 한 말은 "추하고, 유혈이 낭자하고, 원초적이고, 그 어떤 버전보다 비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그의 전매특허인 '고전에 대한 파격적 재해석'을 이번 작품에도 도입한 것이었다. 그의 지론 "길들여진 작품은 관객에게도 지루하다"라는 말로 모든 작품에 파격을 주었는데 이번에도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정말 새로운 내용으로 만들었다. 음악만 프로코피에프의 발레음악을 썼고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이탈리아 명문가 자제들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이 공연에선 현대 소년원(정신병동)으로 바꾸어 10대들의 약물중독, 성적학대, 성 정체성등 사회성 짙은 내용으로 파격을 주었으며 무엇보다 기존 발레 동작보다는 현대무용에 가깝고 발레인지 무용극인지 모를 그야말로 '장르 자체가 매튜 본이다' 라는 말이 통할 만큼 정말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었다. 

무대는 '베로나 인스티튜드'라는 청소년 보호시설이다. (병원인지, 감옥인지 모호하다) 여기에 수용된 청소년들은 각자 문제를 가지고 온 것인데 이곳에 수용된 청소년들은 이곳 감독자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도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은 계속 일어 난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사랑이 싹트고... 아이들은 어떻든 자란다.  어른들의 횡포 속에서 눈을 피해 사랑을 하고 어른들의 비뚤어진 욕망에 아이들은 점점 황폐해저 가고 그 어떤 버전보다 비극적 결말로 끝을 맺는다. 

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스토리를 전달하여야 하니 무용극일수도 있고 현대 무용일 수도 있는데 이 공연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 화젯거리는 단연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발코니에서의 둘 만남인데 이 공연에선 

사상초유의 키스장면으로 5분이 넘게 이어지며 이는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 장면(영국 텔레그라프)이라고 한다.  정말 입을 맞춘 상태에서 둘의 몸이 합체된  5분여를 춤을 춘다. 신기하고 또 정말 놀라웠다. 영화에서야 그런 장면이 흔하고 수분에 이르지만 공연에서 실제 키스로 입이 붙은 채 5분이 넘게 춤을 추다니... 

관객들도 아마 침만 삼키며 아슬아슬하게 감상을 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난해한 문제들을 극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 매튜 본은 이렇게 말했다. "무용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 드라마, 연극처럼 이러한 문제를 정직하게 다루는 게 중요하다"라고 매튜 본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솔직히 모호한 장르라서 궁금했는데 그의 파격은 역시나~ 였고 이번 공연을 위해 실제 청소년들을 오디션에서 선발하여 연습을 통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https://youtu.be/ijHrlyXC1 ic

이 썸네일 동영상은 LG아트센터 로비와 복도에서 촬영된 것임


https://youtu.be/-rijTOQESDI? t=98

사진 및 동영상은 LG아트홀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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