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수요일 정오 경,
휴대폰에 "아빠"라고 찍힌 전화가 울렸다.
"야. 너 아빠좀 데릴러 와라. 여기 XX인데. XX!! CC인지 나발인지 그건물 옆에 있잖아.
차 좀 끌고 데릴러 와라. 뭐 엄마? 없어! 묻지 마!"
대낮에 혀가 꼬일대로 잔뜩 꼬여가지고는 그 취하면 나오는 허세인지 뭔지 목을 잔뜩 긁어서 크게 내는 듣기 싫은 목소리로 명령하듯. 일어날때부터 아침에 핑 도는 것이 이석이 도진 듯하여 컨디션이 안 좋아 정신과 예약을 엄마에게 태워다달라 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다녀온 나였다. 백수가 된 뒤로 두 사람은 내 시간과 내 자체를 마치 자신들의 잔심부름을 하거나 뭘 고치거나, 뒤치다꺼리-이를테면 부부싸움을 하다 엄마를 밀쳐 뒤로 자빠진 엄마가 뇌진탕으로 기절하게 만들고서는 전화해서 "네엄마 뒈졌으니 치워라"라고 밤에 전화해 소리를 벅벅 지르는-나 시키는 존재쯤으로 여기는 걸 알고 있었지만 참았다. 자식이니까. 실제로 백수인 내가 태워다 집에 데려다주는 것이 어렵지도 않으니(싫은 건 차치하고) 빨리 데려다주는 게 낫겠다 해서 갔다. 골목 앞에 나와있으면 늦었다고 시비걸까봐 얼른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주차장에 차 대라!"라며 끊는 거다.
예감이 안 좋았다. 보통 그럴 땐 뭔가 사고를 쳤거나(지갑없이 무전취식) 아님 시비가 걸려 경찰이 와 있거나 하는 일들이 예상된다. 그간 행실이 그랬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며 1층의 그 선술집에 들어섰다.
거기엔 낯선 초중년 여자가 하나 앉아있었다. 부친 담당 PB였다. 당연히 상엔 소주와 국밥 그리고 반찬 몇개
하지만 거의 손도 대지 않고 술만 비워져 있었다.
"야. 앉아라."
"나 병원가야 해서 앉을 시간은 없어요. 집에 데려다 달라면서. 가."
그때부터였다.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고 눈이 돌더니 목소리가 커져서는 꺼지라, 가라. 네 목소리 듣기도 싫고 어쩌고 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자리에 앉아서 먹고있던 1팀이 슬슬 자리를 피하고, 뭘 먹으러 들어오던 초로의 남자도 뭐라 중얼대며 도로 나갔다. 식당 주인과 PB는 나에게 그래도 모시고 가야하니 앉으라고 권했다. 나는 앉기 싫었다. 내가 왜? 이쯤 되니 저 미친놈이 아침에 자신의 음주운전 교육을 12시간 나더러 대신 들어달라 한 걸 거절한 게 떠올랐다. 상식적이고 정상적인게 1도 없는 인간이다. 그걸 이해하고 사는 엄마도 나는 비상식적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본인의 선택이니 그건 뒤로 하더라도, 나한테 당연한 듯 그딴 걸 창피한줄도 모르고 권하는게 구역질났다. 그 화풀이를 지금 이렇게 전조를 깔고 시비를 털기 시작하는구나 하고 어렴풋이 예상했다.
더 화가 나는 건 주변인들이었다. 조금 앉았다 모시고 가라. 그래도 모시고 가야한다. 하....
안 간다는데. 꺼지라는데. 조금 더 하면 진짜 큰일날 것 같은데. 아니, 이 분위기에서 내가 차태우고 가는 중간에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뻔히 예상가능한데도 다들 나더러 태워가라 난리였다. 왜냐. 자신들도 난처하거든. 나는 초인의 인내심으로 5분 정도 밖에서 기다리다 다시 들어갔다. 가자고 한번 더 좋게 채근하자 이번엔 더 큰 목소리와 폭력적 몸짓, 그리고 이 한마디를 던졌다.
"너 안 가면, 나한테 이 핸드폰으로 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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