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둥이 파이터의 눈물겨운 인생조언(을 가장한 사기)
요즘 자주가는 카페가 있다. 반려견의 유치원 바로 앞에 2층짜리 근사한 통창을 가진 브랜드카페다. 넓고 아침시간에는 타 카페보다 한가해서 주1-2회 들러서 커피한잔 하면서 아침 주식시황 확인하고 이러저러한 일을 해결한다.
아침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꽤 넓다보니 구석자리에 앉아있는 여러 부류의 사람을 관찰할 수 있다. 유리파티션으로 막혀있는 자리와 구석에 있는 소파자리가 특히! 관찰대상으로 아주 흥미로운 사람들의 전용공간이다. 특히 파티션 공간은 고개를 빼꼼 해서 확인하지 않으면 얼굴이 안보이기때문에 타인의 눈을 피해 아침꽁냥을 하고픈 커플들이 자주 찾는다. 사내커플 이거나, 혹은 좀 남에게 보여지면 안되는 부적절한 사이인 분들로 추정(?)되는 분들이 자주 목격된다. 잘 들리진 않지만 아주 가끔 여성분의 교태로운 아잉~하이톤이나 은근한 스킨십(실루엣은 알고있다)를 하는거 보면 아주 핫한 사이의 분들인데...에너지가 넘쳐보여 부럽기도 하다.
오늘은 좀 특이한 커플?이 관찰되었다. 제일 구석의 소파자리 남남커플이었는데 일단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중이었다. 보통 남자분들이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건 정말 드물게 관찰된다. 그런데 홀을 보고 앉아있는걸 보니 그 음침한 커플행각이 목적은 아닌것 같았다. 그냥 그런갑다 하고 커피를 마시며 내 일을 하는데 의도치않게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주로 한명이 말을 하고 한 사람은 듣는 포지션이었다. 대화주제는 흐르듯 이런저런 것들이 섞여들어갔다. 사회생활, 인간관계, 경제생활, 남녀관계 등등....듣는 포지션의 남자는 자신의 상황을 한마디씩 하며 물었고 말하는 남자는 모든것에 통달한 사람인 듯 조언을 해댔다. 여기까진 뭐. 인생선배 내진 멘토인가?했다. 그런데.
"봐. 그래서 일 2만 4천원씩. 한달이면 얼마야. 그리고 일년을 봐. 직장생활해서 버는 거 그걸로는 니가 나중에 집사고 아이낳고 살수 있겠어?나는 그런 먼 비전을 보는거지. 사는대로 살면 그냥 따라가는거야. 현실을. 허덕이면서. 나도 너 같았어. @:#!?^;"
으응?인생조언에 갑자기 저며드는 일 2만 4천원은 무엇인가. 그때부터 나의 귀는 오른쪽 남남커플의 대화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마인드, 가족, 엄마, 아주 일상적인 얘기를 자연스레 하지만 분명 대화의 맥은 자꾸 그 일 2만 4천원의 일(?)로 향해가고 있었다. 근데 너무 분명하지 않게, 샌드위치 안에 살라미 넣듯 대화사이 필러넣듯 들어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영업이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대화가 내가 오기전부터 시작되어 1시간 넘게 지속되고 있었다.
그 2만 4천원의 실체가 설명될 줄 알았건만 그 구조를 네가 천천히 네 머리에 넣고 가면서 해야된다는 뜬구름잡는 소리가 반복되는걸 보며 알았다. "그넘의 그 돈이 있으면 너의 회사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인간관계도 편안해질거다" 이러는걸 보니 확실해졌다. 저거는 다단계구나.
사기다. 하하. 사기영업이 참 그럴싸하게 진화하는구나.
그러고나서 그 남남커플의 외양을 몰래 뜯어봤다. 그 사기꾼같은 말쟁이꾼은 셔츠를 입고 팔을 걷고 다리를 꼬고앉아 무슨 성공한 사업가지만 아주 친근하고 캐주얼한 젊은형 코스프레 중이었고 듣는 남자는 후드티를 입은 좀 더 젊은 사회초년생 같아보였다. 안타깝다.
나의 과거를 기억을 더듬어 떠올려본다. 라떼는 그랬다. 대학 입학 전 갑자기 학교앞에서 젊은오빠들이 접근해 음료사줄테니 10분만 시간내달라고 하고는 콜라시켜주고 무슨 컴퓨터를 배우라며 몇십만원짜리 학원 패키지를 영업하는 개소릴 30분 듣다 겨우거절하고 가곤했다. 그들은 끈질겼고 테이블에 앉으면 대놓고 양아치 티를 냈다. 그리고 다단계는...보통 무슨 아이들 캠프 교사 알바한다고 꼬셔서 가보면 애들은 없고 3명의 시녀를 가장한 감시자들이 붙어 2박 3일간 다단계 영업 가스라이팅(feat.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을 시전하며 감금을 당하곤 했다.
그들은 시작만 거짓이었고 일단 자신의 나와바리로 가둔 다음은 매우 노골적이고 공격적이었다. 20세기 그리고 21세기초 방식은 그랬다.
이제 그 방식은 한물 갔다. 마케팅과 사기는 종이한장 차이라고들 한다. 다단계와 사기꾼들도 진화했고 한결 더 친근하고 편안한 호인의 얼굴을 하고 90퍼센트의 진짜와 10퍼센트의 발톱을 보이며 마수를 뻗치고있었다. 하지만 본질은 동일하다. 초년생이라는 아직은 미숙한 청춘의 취약함을 파고드는 사악한 존재들이란 거. 두 남자는 그저 어느 회사의 선후배처럼 멀끔하고 평범해보였다. 그런 사기에 우는 피해자들은 과연,
그들이 잘못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