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 공과대학 (MIT)의 이야드 리완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자율주행 자동차 시스템은 사고 발생 시 더 어린 사람을 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책임’이라는 기준 앞에서 그들은 다수의 이익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면죄부로써 이를 선택한 것이 아닐지 싶다. AI가 완전히 상용되기 이전에 우리는 AI의 선택을 위해 다수가 동의하는 정의(justice)의 정의(definition)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논의는 쉽사리 결론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justice)의 정의(definition)를 정립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러한 정의라는 모호한 개념에 대한 통찰을 넘어 현대의 여러 사례들, 가상의 예시들과 결합해 정의를 매우 흥미롭게 서술한다. 하지만 그는 책이 끝나는 순간까지 정의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결정짓지 않는다. 단지 수 천년 동안 많은 철학자들이 논의해왔던 정의의 개념에 대한 서술만을 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의 저서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정의라는 논쟁적인 개념을 가장 흥미롭고 쉽고 설명했기 때문이지 싶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센델은 정의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크게 세 분류로 나눈다.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그리고 공동선의 관점이다.
첫째, 정의는 곧 행복의 극대화라고 보는 것이 공리주의 관점이다. 벤담 (Jeremy Bentham,), 제임스 밀 (James Mill),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 등으로 대변되는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윤리적 행위의 목적으로 삼는다. 책이 제시하는 가장 유명한 예시, ‘트롤리 딜레마’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자신이 전차 기관사인 상황에서 대다수는 다섯 명의 인부 대신 철로를 바꿔 한 명의 인부를 치는 것을 선택한다. 이는 곧 행동의 결과에 따라 도덕성을 판단하는 공리주의 결과론적 도덕 추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섯 인부의 수적 우세가 과연 철로를 바꿔 한 명의 인부를 치는 것을 정당화 할 수 있을까?
둘째, 자유지상주의는 정의를 개인 선택의 자유라는 권리와 연관 짓는다. 정의란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보편적 인권을 존중을 전제한다.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자발적 선택을 존중한다. 자유지상주의는 크게 칸트(Immanuel Kant) 와 롤스(John Rawls)로 대변되는데, 칸트는 행위의 동기, 특히 ‘정언명령’을 강조하는 반면 롤스는 ‘평등’을 고려한 정의를 주장함을 설명한다. 자유지상주의 이론은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과 같이 국가에 대한 정부의 규제 최소화를 주장한다. 과연 개인의 자유만으로 구성된 시장의 결과는 정의로운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공동선을 발전시킨 공동체주의는 정의가 인간 사회의 미덕이나 좋은 삶, 혹은 공동선과 연결된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는 각자가 가진 도덕적, 종교적 이상을 바탕으로 정의에 대한 관점을 정리한다. 공동선(공동체 주의)는 다양한 정치 활동과 주장에 영감을 주었는데, 저자는 “정치의 목적은 사람들이 고유의 능력과 미덕을 계발하게 만드는 것, 곧 공동선을 고민하고, 판단력을 기르며, 시민 자치에 참여하고,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걱정하게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러한 미덕을 장려함으로써 좋은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정의라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에 대한 여러 관점을 설명하는 책이지만, 저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 가운데 세 번째 방식을 중심으로 자신의 의견을 은근히 드러낸다. 그는 “공리주의는 정의와 권리를 원칙이 아닌 계산의 문제로 만들고, 인간 행위의 가치를 하나의 도량형으로 환산해 획일화하면서 그것들의 질적 차이를 무시한다.”고 비판한다. 또한 자유주의는 “사람들의 기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즉 공적인 삶에서 드러나는 취향과 욕구의 문제를 단순한 선택의 받아들임으로써 오류가 들어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저자는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공동체적인 정의”가 정의의 최선임을 드러낸다.
아마 정의라는 개념에 대해 명백한 결론을 내리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완벽한 해답을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각의 관점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의문을 남기며 논쟁을 되돌이표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오랜 시간 진행되어왔던 정의에 대한 논쟁을 특정 관점으로 나누어 친절하고 흥미롭게 설명하고, 정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정립하려 하는 독자들에게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