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jane Jan 13. 2020

사무실 구하기 프로젝트

철새야 어떻게 너는 매번 이사를 다니니.

내가 사는 곳은 매해 겨울마다 까마귀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까마귀는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찾아다니는 철새의 일종으로 우리 동네에 매년 찾아와 배설물과 울음소리 등으로 사람들을 심란하게 만든다. 

창밖으로 날아다니는 까마귀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철새처럼 떠돌아다녔던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렇다.. 철새는 매년 이사를 다니는 것이다.




진짜 겁도 없이 0에서 시작한 우리는 당연히 사무실이 없었다. 우연히 얻은 두 개의 설계 프로젝트를 계기로 사업을 어쩌다 시작하게 되었고 당시 우리는 감리까지 직접 해야 했기에 대부분 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당장은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았으나 프로젝트를 마친 이후 새로운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이나 인터넷이 필요한 경우에는 근처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거나 재택근무를 하곤 했다.






나는 원래 재택근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내가 상상하는 재택근무의 예. 사실 이렇게는 진짜 일하지 못한다.



사진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편안한 복장으로 일하는 모습은 나의 로망이었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자유롭게 일할 때면 내가 진짜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캘리포니아 LA, 베니스 비치 탐스 커피 매장에서 노트북으로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이 자유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회사를 다닐 때는 몰랐던 소음들, 즉 공공장소에서 나는 말소리, 발소리 사람들의 에너지가 그리웠다. 또 집에서 일한다는 것은 많은 의지를 필요로 했고 더 이상 집안에 있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그만 이 크리에이티브한(?) 생활을 청산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사무실을 알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 공간 : 셋방살이


요즘에는 가격과 시설 면에서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코워킹 스페이스가 많지만 회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우리 지역에 코워킹 스페이스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를 많이 도와주시려 했던 한 대표님이 사무실을 구할 동안만이라도 자신의 오피스 한쪽을 사용해도 좋다 제안해주셔서 우리는 구석 끝 두 자리를 사용할 수 있었다. 추운 겨우내 따뜻한 대표님의 사무실은 많은 위로가 되었고 우리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항상 세심하고 편하게 대해주셨지만 언제까지 얹혀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두 달 뒤 한 기관에서 운영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하게 되었다.



두 번째 공간 : 낡은 코워킹 스페이스

사실 말이 코워킹 스페이스지 해당 공간은 오래된 건물을 간단히 보수정도만 해서 2층과 3층을 자본금 하나 없는 우리같은 청년기업에게 임대해주는 곳이었다. 우리는 운이 좋게 3층을 사용할 수 있었고 그 그조건으로 문화관련 프로그램을 1년동안 직접 진행해야했다.

매우 오래된 공간이라 천정에서는 알 수 없는 먼지들이 매일  떨어졌고 엘리베이터도 없고 수도배관도 제대로 되지 않은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 꽤나 고되었지만 누군가 초대할 수 있고 짐을 잔뜩 쌓아놓아도 괜찮은 우리만의 아지트였던 이곳은 마치 자신의 집 차고에서 시작하는 미국의 스타트업들처럼 우리도 이곳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으리라 하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실제로 우리는 그 열악했던 곳에서 새로운 클라이언트들을 많이 만났고 회사 성장의 현실적인 발판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었다. 좋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우리에게 위워크 저리 가라였던 매력적이던 두 번째 사무실은 이사 나가는 날까지 우리를 괴롭혔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었던 기억에 오래 남는 곳이다.


* 실제로 이사를 나갈 때 엘리베이터가 없어 총 3일에 걸쳐 이사를 진행했는데 책상과, 파티션, 책 등 여자 둘이서 3층부터 계단으로 짐을 나른 결과 일주일을 몸져누웠다.


처음으로 가져본 우리의  공간




세 번째 공간 : 진짜 사무실!


이후 우리는 온 동네를 다 뒤져 우여곡절 끝에 제대로 된 사무실을 얻게 되었다. 신축한 오피스 건물이었는데 우리가 월세를 내며 지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 작은 돈에도 떨던 우리가 이제는 마치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입주하고 난 뒤 심즈를 하는 기분으로 가구를 사들이고 공간을 꾸미며 신나게 나만의 공간으로 조성했던 기억이 난다. (심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실 누군가에게 사무실을 구한다는 것은 별거 아닐 수 있다. 그냥 부동산에 찾아가 자신이 생각하는 보증금과 월세를 제시하고 합리적인 선 안에서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2년이란 시간 동안 일할 곳을 찾아 떠돌아다녔던 우리가 당당히 보증금과 월세를 들고 사무실을 구한 다는 것은 큰 의미였다. 


사람들은 모두 나만의 방, 나만의 집, 나만의 아지트 등 내가 마음 붙이고 편하게 있을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 역시 집과 카페를 떠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일했던 생활이 지겨워 결국 사람은 매일 출근할 곳이 필요하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고 사무실을 구하러 다녔다.

매번 사는 곳을 옮기는 유목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며 사는가 싶을 정도로 겨우내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이 작은 정착지를 찾고 난 뒤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철새처럼 떠돌아다니며 사무실을 구했던 우리의 여정은 이렇게 막을 내린 것이다.


이사 직후 깨끗한 내 자리.  더 이상 이 모습은 볼 수 없다...





사무실 구하기 프로젝트 마침.





*사무실이 필요하다면

요즘에는 1인 창업자 및 스타트업을 위해 무료로 임대해주는 공간 지원사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문화산업진흥원 여성기업협회, 청년창업지원센터, 창조경제진흥원 등 해당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유용하고 다양한 정보들과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작가의 이전글 지방에서 시작해도 될까요?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