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jane Aug 08. 2020

나도 명품을 쓰고 싶다.

[에세이] 가치를 공유하는 디자이너란

나는 디자인을 공부하기 시작했던 때부터 샤넬 패션쇼를 곧 잘 찾아보았다. 

지금도 레디 투 웨어, 오뜨 쿠튀르 등 가리지 않고 매년 새롭게 나오는 패션쇼를 항상 챙겨보곤 하는데 세심하게 준비된 무대, 음악에 맞추어 워킹하는 모델들, 브랜드 자체에서 풍기는 샤넬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 등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해변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런웨이를 궁전 또는 편의점으로 꾸미는 둥 컨셉에 맞게 꾸며진 쇼를 본다면 당연히 그 매력에 압도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c/CHANEL/featured


- 유튜브를 통해 쉽게 패션쇼를 구경할 수 있으며 최신 영상뿐 아니라 과거의 쇼도 찾아볼 수 있다.


넷플릭스(세븐데이즈아웃)


- 세븐데이즈 아웃 (넷플릭스 시리즈) 샤넬 2018 봄/여름 쇼의 내용을 다룬 에피소드였는데 무대를 위해 직접 정원사가 꽃을 하나하나 가꾸고 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방영되지 않고 있는데 패션 디자이너뿐 만아니라 모든 디자이너들은 꼭 봤으면 하는 다큐이다.) 



Ready-to-Wear 2020  @CHANEL
해변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온 무대 Ready-to-Wear 2019 @CHANEL



이처럼 샤넬의 패션쇼를 구경하다 보면 샤넬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 느낄 수 있는데 매년 올라가는 가방의 금액만 보더라도 샤넬이라는 단어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명품, 브랜드의 힘.


명품이란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마치 그 제품이 특별하다고 느낀다. 사치와 허세 이러한 단어들이 뒤 따라붙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요즘에는 아울렛이나 직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하여 명품을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비싸고 가치 있는 제품에 열광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듯하다. 




2019년 겨울에는 샤넬 스케이트장이 팝업스토어로 열렸다. 넘버 파이브 홀리데이 컬렉션을 기념으로 샤넬 제품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아이스 링크장이었는데, 2000원대의 대여료로 누구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되었다. 

스케이트장의 수준이나 빙질이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려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며 샤넬의 브랜드를 잠시나마 경험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브랜드가 누구에게나 열린 순간이었다.


샤넬은 이 이벤트를 통해 현재의 고객들 뿐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 고객들을 확보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언젠가 샤넬을 꼭 사고 말리라 라는 다짐을 하고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사진 @샤넬







오를 수 없는 나무


샤넬은 매번 패션쇼를 챙겨 볼 만큼 좋아하고 관심 있는 브랜드이지만 구매는 할 수 없는, 마치 오를 수 없는 나무와도 같다. 오를 수 없는 나무는 이미 올라간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지만 아직 올라가 보지도 못한 사람에게는 나무 자체가 희망일 될 수도 또 괴로움이 될 수 도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나는 나무 근처에도 가지 못한 울타리 밖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주목하고 싶었다.




디자이너로 일하며 문득 이 세계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브랜드 컨설팅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던 중 수많은 예산과 고급 인력들이 단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슬펐다. 물론 이들이 있기에 훌륭한 브랜드가 탄생되는 것일 테지만 이 세계의 근처도 와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경험은 할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누구나 오를 수 있는 나무


이미 의식주를 넘어 더 큰 가치를 향해 우리는 끊임없이 달려간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먹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비하고 배운다. 나의 세계관은 내가 먹고, 입고, 자고, 보는 것에 따라 은근히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다 보니 우리는 가끔 사는 것만으로도 벅찬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잊는다. 그들도 우리랑 똑같은 사람일 텐데 최소한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우리가 느끼고 있는 문화적 가치와 브랜드의 개념, 다양한 세계를 보기 위한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전부터 실행했던 제도 중 좋다고 느꼈던 제도가 있었는데 바로 '나눔 티켓' 제도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전시나 공연을 무료 또는 훨씬 저렴한 금액에 즐길 수 있도록 문화적 혜택을 부여해주는 제도인데 몇몇 이들은 이게 무슨 예산 낭비냐 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더 이상 의식주만이 중요시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 이제는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세계이기 때문에 이 제도가 마련되었다고 본다.

아이들이 자랐을 때에 문화적 가치를 경험해본 자와 그렇지 아닌 자가 나뉘는 것이 아닌 더 다양한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속으로 밀어 넣는 과정은 아닐까.






나의 과제, 가치를 공유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


결국 우리는 앞서 말했듯 내가 먹고 자고 입고 보는 것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나만의 세계관이 생기고 그 세계관에 따라 살아간다.


"명품은 써본 사람만 알아"


명품을 정말 좋아하는 언니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맞다 명품은 써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명품의 질이 정말 좋아서 또 사용된 가죽이 조금 더 특별해서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 명품의 가치를 구매하고 그 가치를 일상 속에서 즐기기 위함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돈을 열심히 모아서 명품을 사겠다!"가 아니다. 

내가 경험한 특별한 세계관을 너도, 그리고 쟤도, 우리도 다 같이 경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울타리 밖에 서 있는, 나무를 쳐다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조금 더 다수를 위한 경험의 디자인을 하면 어떨까.




나는 특별한 타겟팅을 둔 브랜드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일을 마다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좋은 곳에서 밥을 먹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고 예쁜 소품샵에 가는 것도 그리고 새로운 전시를 보러 가는 것도 꾸준히 할 예정이다. 내가 보고 먹고 입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소소하게 생각되는 이러한 행위들이 '사치' 또는 '허황된 꿈'이라 느끼는 사람이 분명 어딘가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마치 내가 샤넬을 보며 유니콘을 떠올리듯 한가로이 이 가치들을 경험하는 것조차 꿈도 못 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수준 높은 공연을 보았을 때, 질 좋은 전시를 보았을 때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는 공간에 들어섰을 때 나의 삶이 풍부해지는 경험을 누군가도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 그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해야겠다 다짐했다. 물론 내가 하는 작은 일들이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디자이너들이 마음 한구석에 조금이나마 이러한 생각을 품고 있다면 언젠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가치를 공유하는 디자이너. 이것 또한 오늘날 내가, 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


나도 명품을 쓰고 싶다. 마침

작가의 이전글 진짜 창조경제의 나라?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