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회색분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Gray Jun 14. 2018

겉모습만 어른으로 자라버린 우리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면 늘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세상에는 겉모습만 어른인 사람들이 많다고. 어른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몸만 커서 어른 행세를 하고 다닌다고. 나는 친구의 그 말이 참 웃기고도 애잔했는데, 설렁설렁 둘러보니 내 주변에도 꽤나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겉모습만 어른으로 자라버린 사람은 크게 두 경우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에 의해 어른처럼 행동하길 강요 받은 경우다.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모든 것이 의문스럽고 혼란스러운 아이가 있지만 사회가 기대하는 바에 따라 그럭저럭 어른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다. 주위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자아를 성숙시킬 기회를 박탈당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경우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둘째, 권력이나 지위, 재력 등 외면적 성취에 기대어 자신이 훌륭한 어른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이 가짜 어른의 경우, 사회생활 중 종종 마주치게 되는데 이들은 주로 지위를 이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폭력을 행사하거나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고 싶어하며 주변으로부터의 인정과 대접에 목말라 한다. 타인을 통해 존재감을 확인 받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부모의 인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아이와 같다. 


진짜 어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아직 만나본 적이 없기에, 어른의 정의가 무엇인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가짜 어른들을 자주 만나면서 한가지 긍정할 만한 사실은, 현자 유병재 선생께서 말씀하셨듯, 최소한 저 XX처럼은 안 살아야겠다 하는 반면교사의 대상들이 생기면서 피해야 할 가짜 어른을 구분해내는 눈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진짜 어른으로서 성숙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오면 좋겠다. 주변에 등 떠밀리듯 혹은 가진 것에 의존해 어른 흉내를 내는 사람이 아닌, 튼튼하게 자아를 돌보다 보니 자연스레 어른으로 무르익은 그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 말이다. 그래서 누구든 가짜 어른들의 세치 혀에 상처 받을 일도, 감당할 수 없는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리는 일도 없이 균형 잡힌 한 명의 어른으로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 대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