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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Aug 08. 2024

커뮤니티 운영의 인사이트

커뮤니티 운영으로 알게 된 것들 

나는 Cultural talk for diversity & Inclusion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문화 토크)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커뮤니티는 2개월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다양성, 포용성, 문화 관점의 자기 생각을 나눈 연사가 있고, 연사의 발표 후 전체 참가자 간의 토론이 이루어지는 모임이다. 영어로 진행되다 보니, 참여자는 대부분 외국인이다.   

이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한 외국 업체의 워크숍 의뢰에서부터였다. 다양성과 포용성관련 워크숍 의뢰가 왔지만, 내가 해당하는 직접적인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련해서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을 가졌고, 관련한 워크숍은 여성, 장애인, 리더십, 이런 게 분절되어 있었지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이름의 워크숍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면접 중에 내가 직접적인 관련 경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면접관의 실망하는 표정이 느껴졌다. 

그렇게 경력 부족으로 면접에서 떨어지고, 나는 관련 경력을 쌓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경력은 복리다.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경력자를 원한다. 누구든 업무를 바로 해낼 수 있는 인력을 찾고 싶어 한다. 

그래서 경력을 가진 자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경력이 없는 자는 계속 경력을 쌓을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직접 그 경력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문화 토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토론과 토의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그 분야에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기 위한 방법이었다.

유럽에서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된 친구들을 초대하고, 아는 사람들을 초대하며 시작한 커뮤니티는 이제 10 회를 맞이한다. 

이제는 누구도 나는 이 분야 초자라고 하지 못한다. 나보다 더 다양한 분야와 관점을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이런 경력을 위해 운영해 온 커뮤니티는 이제 멈출 수 없을 만큼 효율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난 기대하지 않았던 커뮤니티 운영에 대한 인사이트들도 쌓여 갔다.

내가 10회의 콘퍼런스를 진행하며 알게 된 커뮤니티 운영의 인사이트의 몇 가지를 공유한다. 


1. 온라인 모임은 신청자의 50% 이상은 No Show 다. 


누구나 받아주는 온라인 모임은 친한 사람이 아닌 이상, 신청해 놓고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나도 해외의 온라인 이벤트를 신청하지만 시차로 가질 못하는 경우도 많고, 개인적으로 큰 책임감 없이 노쇼(No show)를 하게 된다. 내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참여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대된 연사들은 얼마나 많은 참여자가 신청했는지 궁금해한다. 본인들의 친구들이 신청했는지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신청자가 모두 콘퍼런스날 올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면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현실적인 인원수와 경험치를 함께 알려주는 것이 좋다. 


2. 동기 부여란 없다. 

10번의 경험은 어떻게 노동을 최적화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알게 해 주었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걸리던 홍보물도, 이제는 일정 양식을 만들어서 한 시간이면 완성된다.  

연사로 초대하기 위해 관련 분야 사람들을 접촉하고, 설명하기 위해 동영상도 만들고, 설명서도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이제는 기본 정보를 모두 포함한 콘퍼런스 정보 패키지를 만들어 두었다.

연사로 지원하는 사람들이나, 연사로 모시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 정보 패키지만 보내주고 할지 말지 결정을 기다리면 된다. 

연사로 서겠다고 답변이 오면 홍보물용 연사 정보 양식을 보내서 채워 달라고 하면 된다.

최대한 빠지는 부분 없이 진행하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번 콘퍼런스 때마다 체크리스트 일정에 맞춰 진행하면 바쁜 나의 일정에 크게 무리 없이 진행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처음부터 커뮤니티 운영이 이렇게 효율적이었던 건 아니다. 혼자 꾸역꾸역 준비하다 5회쯤 진행했을 때 힘들어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회 모임을 마치며 힘들어서 그만할까 싶다고 참여자들에게 말하자, 꾸준히 참여하던 친구들이 도와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홍보물 만드는 것도 요청하고, 연사 섭외도 부탁했다. 

하지만 홍보물은 거의 10일이 지나서 왔고 섭외도 어떻게 되어 가는지 매번 물어야 했고, 결국 거절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도와준다는 입장은, 내가 강제할 수 없고, 쪼을 수 없다.

그들이 시간이 나고 여분의 에너지가 있을 때 할 수 있다는 개념이 바로 '도와준다 help'이다.

자기의 시간과 에너지를 일부 내어 주는 것이니 도움을 받는다는 나는 고마워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도움은 빠르게 마무리될 일을 오랫동안 인내하며 기다려야 했고, 홍보의 시기를 놓치게 한다.   


도와준다는 개념은 함께 한다는 개념과 완전히 다르다. 내가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닌 이상은 누군가 그 일을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되어야 할 수 있다. 해야 할 이유가 그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를 돕는다는 취지, 내가 했을 때 무언가 도움이 된다는 생각, 이것을 했을 때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과 같은 동기가 필요하다. 


나는 이 커뮤니티를 함께 운영하기 위해 관심 있어하는 친구들에게 함께 하자고 했고, 함께 한다고 했지만 그들은 그 함께의 의미를 참여의 의미로 이해했다. 실제 뒷단의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해보지 않았으니 알 수 없다. 나는 그냥 참여 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화여대에서 해외 취업 강의를 하며, 이 커뮤니티를 소개했다. 해외 취업에 관심 있는 만큼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고, 영어를 해볼 수도 있다. 또한 외국 회사 지원 시 경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이 커뮤니티에 작은 기여로 경력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리고 디자인 학과 친구가 연락이 왔다. 디자인은 이미 전문가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고, 로고와 포스터 작업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연사들의 정보를 공유하자, 언제까지 완료해서 보내주겠다는 답변과 함께 정확하게 그 날짜에 세련된 포스터와 로고가 왔다. 

난 이 친구에게 어떤 설득도 하지 않았지만, 이 친구는 이미 자기 안에 동기가 잠재했다. 자기 안에 존재한 동기의 에너지가, 내가 하는 커뮤니티에서의 니즈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누군가를 동기부여 하기 위해 설득하고 설명하는 것은 잠시 누웠던 사람을 일으켜 앉힐 수는 있다. 하지만 그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계속되는 설득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말 일어나서 몸을 움직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을 동기부여 한다는 것은 지치고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동기부여란 없다. 동기는 누군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니 안에 내재된 잠재한 동기와 맞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다.


3. 해보지도 않고 판단하지 말자. 


정기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자, 온라인 뉴스를 운영하는 미디어 쪽 아는 분이 연락이 왔다.

홍보를 온라인 뉴스에 올려주시겠다는 제안이었다.  정기적으로 뉴스를 올리라는 제안도 받았다.

이 제안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지만, 뭔가 당시 커뮤니티 운영을 벅차하며 꾸역꾸역 해나가는 나에게 더 많은 일을 보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걸 왜 해! “라는 단호한 답변에 내 안에 부담감은 정당화되었다. 

 

이후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효율성이 올라가고 그제야 그 미디어에 홍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지고 참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사들의 사진과 이력, 연설 내용 등을 포함한 콘퍼런스 포스터를 참가자 모집을 위해 온라인 뉴스로 올렸다. 콘퍼런스를 마무리하고 나면 토론 내용을 요약하여 보도 자료로 만들어 연사들이 뿌듯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요약된 내용을 통해 어떤 토론이 있었는지 알 수 있도록 공유했다. 

이 모두가 사실은 더 많은 참가자들이 왔으면 하는 나의 바람에서 진행한 홍보였다.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참여자에게 홍보의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연사 모집에 더 큰 효과가 있었다. 홍보와, 결과 보도 자료에 본인의 이름이 들어가고, 이는 개인의 홍보와 이력에 도움이 된다. 연사로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2~3회 차의 연사가 밀려 있을 만큼, 이미 연사 모집은 쉬워졌다.

나는 미디어의 효과가 어떤 것인지 몰랐고, 경험하지 못했고, 그리고 그 경험을 해보지 않은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해보지 않았다는 것,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수만 가지의 안 해도 되는 이유를 가진 이들이다. 

해보지도 않은 채 그 효과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다른 효과를 쉽게 간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명의 사람들이 나에게 ‘저도 콘퍼런스에 참여하고 싶어요.’ ‘영어 공부 되겠네요.’ ‘저도 그 분야 관심 있어요’,라고 관심을 보이지만, 그중에 정작 오는 사람들은 한 두 명이 고작이다. 그럼 그 사람들은 이 커뮤니티를 경험하고, 외국인들과 나누는 이야기들 속에서 좋든 별로 든 무언가 느낀다. 그럼 나머지 8명~9명은 절대로 경험하지 않은 그 무엇을 참여한 누군가는 경험한다. 그리고 지속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기부여 영상을 보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듯 ‘해야지’라고 생각한다. 

그중에 한두 명의 열정가 들은 진짜 행동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하지 않는다. 그 한두 명의 열정가 들은 또 다른 열정가와 만나게 되며 그들 사이에 나누는 이야기는 나머지 실행하지 않는 9명이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나머지 9명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열정과 도전을 꿈꾸게 된다. 


나 또한 커뮤니티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절대로 알지 못했을 것들을 알아가고 있다. 

한 번도 내가 커뮤니티 운영에 있어 나름의 노하우를 가질 것이라는 상상은 해본 적도 없다. 단지 남이 주지 않는 기회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시작한 나의 커뮤니티는 결국 내가 생각지도 못한 가치들을 나에게 알려주고 있다. 실행하지 않았다면 여우의 신포도처럼 나는 백만 가지 핑계와 이유로 나를 정당화하고 있었을 것이다. 


Cultural Talk For Diversity & Inclusion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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