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channeling과 리엑션
한국에서는 경청한다는 표현으로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있다고 제때 리엑션을 해야 한다. 영어에서 듣고 있다는 표현으로 하는 리엑션을 Backchanneling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영어 대화에서 하는 ‘으흠’ 같은 표현이다.
Backchanneling 방식과 빈도는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 기업의 APEC 지역 리더십의 진단 결과를 디브리핑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한국, 일본, 중국의 리더십을 대상으로 1대 1로 온라인 브리핑 세션을 진행하였다. 내가 하는 디브리핑에 대해 일본인 고객은 리엑션을 지속적으로 해주었다. 약간 나의 이야기를 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알았어 알았다고”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빨리 끝내라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후 일본인들은 상대가 말할 때 거의 끊임없이 짧은 맞장구를 치는 aizuchi (あいづち)라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상대가 말을 할 때 경청의 의미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본의 aizuchi 정도로 빈도가 높지는 않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사회적 윤활유로 작용한다. aizuchi가 적으면, “이 사람이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나?”, “흥미가 없나?”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빈번한 리액션은 일본에서 경청의 표현이자 대화매너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반응은 영어로 대화를 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일본인에게도 나에게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를 하였지만 aizuchi (あいづち) 문화는 다른 언어로 대화할 때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Backchanneling에 비해 리엑션(Reaction)은 좀 더 감정적 반응을 해주고 상대의 감정에 리듬은 맞추어 주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런 감정적 공감이 중요하다. 방송에서는 리액션이 좋은 방청객을 선호한다. 진행자가 무언가 이야기하면 끊임없이 '오~', '와~', '대박!' 등으로 반응하길 바란다. 한국에서 부부의 소통을 위해 남편에게 와이프 이야기에 잘 리엑션을 해주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리엑션을 해주면 되는가라는 질문에 마지막 말을 반복하면 된다고 한다. “마트에서 정말 저렴한 포도를 샀어”라고 하면 “포도를 샀구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리엑션 빈도는 일본 보다는 적다. 이렇게 리엑션의 방법과 빈도의 차이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상대의 말을 경청한다는 의미에서 한 리엑션이지만 상대는 방해받는다고 여길 수 있다.
유럽인들과의 온라인 미팅에서 마이크 켠 상태에서 리엑션을 하는 순간 가끔 상대가 말을 멈추는 모습을 본다. 아마도 내 리엑션이 무언가 말하려는 것으로 여겨져 잠깐 멈추었다가 ‘아니구나’ 인식하고 다시 이어 나가는 것이다.
인도 출장 중 회의를 진행하면서 종일 인도인이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head bobbing) 리엑션을 경험하였다. 첫날 멀미가 났다.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해야 하는데 어지러워 메모를 하는 척 아래를 보고 대화를 이어갔다. 둘째 날부터는 적응한 건지 괜찮았다. 한국에서 긍정의 반응 리엑션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한국과 다른 방향인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에 처음에는 ‘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건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표정은 동의하는 것 같은데 고개는 동의하지 않는 리엑션이다. 인도인 파트너에게 직접 물어봤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긍정의 리엑션이라고 한다.
외국인과의 업무가 많은 나는 가끔 영어에서 하는 어, 으흠 (uh, huh)을 한국인과 대화할 때 나도 모르게 나오기도 한다. ‘엉, 어’처럼 들려 반말처럼 상대에게 들릴 수 있다. 정신을 차리고 얼른 다시 ‘네’ 리엑션을 바꾼다.
한국에서는 Backchanneling과 같은 간단한 경청의 표현과 공감의 감정을 함께 표현하는 리엑션이 일상 대화에 함께 존재한다. 한국인의 특이한 리엑션 사례 중 하나는 웃긴 이야기를 들으면 박수를 친다.
각 문화에 따라 경청의 리엑션과 빈도는 다르다. 리엑션을 많은 문화에서는 그만큼의 리엑션을 기대한다. 조용히 경청하는 문화에서는 지나친 리엑션은 방해가 될 수 있다.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적절하게 Backchanneling과 리엑션을 문화에 맞는 빈도로 한다면 대화는 점점 더 깊어지고, 관계는 더 좋아진다. 대화에서 상대가 보이는 Backchanneling과 반응을 통해 학습하고 연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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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Jane Jihye Kim)
글로벌 역량 강화/문화간 이해/외국인 한국 사회,비즈니스 문화 이해(영어진행)
퍼실리테이터/DEI trainer /영어 통역사/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문화 토크 커뮤니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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