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퍽퍽함
개인적으로 sbs의 '골목식당'을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라디오 스타'의 출연 게스트가 재미없어져 채널을 돌리다 포방터 시장 편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돈가스 가게를 우연히 보다가 과연 '최선을 다한다'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가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 줄을 서야 할 정도가 되어버린 가게. '인성'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홍탁 집과 대비되면서 방송은 '착한 사람'에 대한 로망을 잔뜩 심어놓은 거 같아 내심 편하지는 않았다.
이번 회기동 편에서 나온 피자집은 '빈틈없이 최선을 다한다'는 게 얼마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요식업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처음 갖게 된 작은 피자집. 모든 걸 걸었기에 설렁설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의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도 한몫했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가게를 연지 한 달 만에 드러누워 몇 달을 쉬게 된 것. 모의 장사를 운영했을 때도 그의 성격은 어디 가지 않았다. 묵묵히 열심히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속이 타들어가는 게 보일 정도.
인생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 아니, 그 정도로 야심 찬 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걸 잘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했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의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를 허다하게 봤기 때문에 더욱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걸 수도 있다.
우리 주위에 그런 일은 허다하다. 돈만 있으면 인성과 능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지는 상황을 얼마나 많이 목격했는가. 뉴스에 갑질 기사로 나면 그나마 반성합니다 하며 고개를 숙이는 척 하지만,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랬다고 같은 일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어디서 봤는데 그런 일이 밖으로 드러나려면 천 번인가, 만 번 이상 쌓여야 그렇게 터지는 것이라고 한다.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20대의 취업률은 57.8%로 2명 중 1명은 실업 상태이다 (출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2018.10월 기준). 물론, 이 수치도 꽤 높게 잡힌 것이라고 짐작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빽’이 없으면 서류를 내도 소용없는 곳들이 얼마나 많은 지, 혹은 서류를 낼 수는 있지만 이미 정해진 합격자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뉴스는 정말이지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그때도 안 되는 사람은 안되었다. 하지만, 스카이 캐슬이 점점 많아지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현실이 더욱 고착화되어버린 게 현재의 모습이다. 열심히 사나 대충 사나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러면 차선책은 무엇일까? 내가 열심히 안 해도 대충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간에.
물론, 이런 나의 성향이 나체가 말하는 '르상티망 (ressentiment)'이라고 할 수도 있다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529883&cid=60657&categoryId=60657). 상대방에 대한 열등감을 부정함으로써 내가 우위에 있다고 믿는 감정. 돈이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저 사람의 부는 잘못 축적된 것이니,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내가 낫다고 치부해버리는 것.
하지만, 현실과 상관없이 무작정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그들의 노력은 눈물 없이 볼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돈과 '빽’, 소위 '기반'이라는 게 없는 사람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것이 팩트 (fact)이다.
'골목식당'의 최종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 같은 냉소적인 시청자에게는 하나뿐이다. 열심히 오랫동안 최선을 다해서 살고, 인성까지 좋으면 언젠가는 도움을 받아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물론 그게 당연하지만, 혼자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지쳐있는 피자집 사장의 모습에 눈물이 더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