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게으름은 아주 다른 것이었더라.
오랜만에 브런치를 다시 찾은 장엠디입니다.
벌써 미국, 그것도 이 곳 텍사스에 발을 들인 지 정확히 한 달이 되었습니다.
퇴사를 한 지는 벌써 7개월이 되었네요. 오늘은 미국 한 달 살이 생존보고 및 중간 보고를 하고자 합니다.
미국에 오고 초반에 3kg 정도 다이어트에 성공하는가 싶더니,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슬슬 적응이 되어서인지 살이 고대로 쪄버렸습니다. 고 주범은 바로 차이티라떼입니다. 한국에서도 참 사랑했던 음료인데, 이디야마저 단종되면서 파는 곳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곳 미국에 오니 거의 모든 카페에 차이티라떼를 팔고 있어 매일 한잔씩 마시는 게 루틴이 되어버렸습니다.
실은 퇴사 직후 이력서를 등록했는데, 과거에 비해 열람조차 거의 되지 않더라고요. 경제 한파는 물론 제가 몸 담고 있던 유통과 커머스 쪽은 심각할 정도의 불황이 맞구나 느껴지고 있습니다. 패션 리테일 관련 온라인 단기 컨설팅 제안이 하나와서 기쁜 맘에 조율을 하다가, 제안 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는 저의 식견이 조금 짧은 것같아 거절을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곳 미국에서 남편은 현재 기말고사 기간이라 열심히 공부 중, 저는 어쩌다보니 팔자 좋은 한량이 되어버렸습니다.
시기가 애매하게 미국에 오다보니, esl 등 영어공부도 학기가 맞지 않더라고요. 내년에는 영어도 등록해서 제대로 배워볼 생각입니다.
각설하고 중간 보고 해보겠습니다:
[퇴사 7개월 차 느낀 점]
1. 경기가 정말 좋지 않다는 것을 나와보니 온 몸으로 느낀다.
2. 내가 회사다니니 시간이 없어서,,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못한다, 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시간이 아니라 의지가 부족했을 뿐.
3.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시간이 오히려 더 빠르게 간다. 적당히 일어나면 곧 점심 먹을 시간, 잠깐 지나면 석양이 지고 저녁이 찾아온다. 회사다니는 동안 9to6를 이렇게 알차게 보낼 수 있었나 싶다.
4. 10년 가까운 사회생활만으로도 머리가 굵어져서, 뭔가 하고 싶은 걸 찾았음에도 핑계가 많아진다. 과감함보다는 리스크 회피성향이 많아졌다. (미래 전망이 밝지 않을 것 같은데..내가 이미 30 넘어서 너무 늦지 않았나 등..)
5. 회사에서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을 하고 있었다. 바로 불특정 다수와의 상호작용.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늙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는다.
[미국 한 달살이 느낀 점]
1. 영어가 참 안 들리고 말이 잘 안 나온다.
2. 내가 두려운 건 인종차별이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아니라, 스스로 주눅든 내 자신의 모습이다. (이걸 깨야 영어가 늘 것!!)
3. 생각보다 잔 기스는 물론이고 고장난 채로 수리하지 않고 도로를 달리는 차가 참 많다.
4. 비보호 운전이 참 많다.
5. 단위가 너무 낯설다. (피트,야드,온즈,섭씨,,,)
6. 워낙 땅이 넓다보니 자연환경이 좋으며 야생동물들이 넘치고 어딜가든 주차장이 넓다.
7.사람 사는 건 똑같아서 여기도 생업을 가지고 생계를 이어가는 게 힘들고 팍팍한 건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영어공부 콘텐츠, 건강 콘텐츠 및 그간 제가 몸 담았던 유통업, 특히 패션엠디 관련한 브런치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모두 즐겁고 행복한 한글날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