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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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일 당장 죽는다고 상상하면, 과거의 누군가를 만나라고 하면 누굴 만나고 싶어요? 아니 누가 생각날 것 같아요?"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입을 열었다.
바 주인은 안경을 헝겊으로 닦으며 잠시 회상에 잠긴 표정을 하고 십여 초 동안 눈을 감았다.
"흠..."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남자들이나 그렇죠. 뭐. 전 아무도 생각나지 않나요.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겠지만, 생각하지 않을래요.”
바 주인은 되려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나도 잠시 긴 생각에 잠긴다.
나의 첫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그녀? 아니면 나에게 엄청 잘해줬던 그녀? 혹은 속궁합이 엄청 좋았던 그녀? 아니다.
"글쎄요..."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많은 얼굴이 스쳐 지나가지만, 한 사람을 꼽자면... 아마도 절 가장 사랑해줬고 그만큼 절 미워했던 사람일 것 같아요."
바 주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미워했던 사람이라...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인과응보를 믿습니까? 카르마라던지, 신이라던지."
"음, 어느 정도는요."
바 주인이 대답했다.
"우리의 행동이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는 믿어요. 하지만 그게 꼭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생각나는 사람이 있네요. 저를 정말 사랑했던 사람. 마치 신에게 헌애하듯 만날 때도 그렇고 헤어질 때도 아주 치열했던 그녀."
바 주인은 관심 있는 듯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 사람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주시겠어요? 어떤 점에서 '치열'했나요?"
"그녀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전 사랑은 아니었어요."
"그럼 왜 만났었어요?"
"잘 해줘서요. 생활비도 보태줬어요. 머... 안주했죠."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이기적이었죠.”
몇 해 전 겨울, 코로나로 인해 생계가 막막해지고, 살기 위해 야간 지하에서 막노동을 했던 시절 만났던 사람이 있다. 일을 나가기 전, 틴더에서 그녀와 매칭이 됐고, 잠깐의 통화 끝에 마포의 어느 한 백화점 앞에서 일을 하러나간다고 말하고, 지하라서 핸드폰이 안 터질 거라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일이 끝나고 지하에서 나온 시간은 대략 새벽 4시.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H 백화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놀란 나머지 황급히 전화를 걸고 지독히 남루한 차림새로 그녀를 만났다. 조그만 한 체형에 얼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눈. 그것이 나의 그녀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나는 말없이 그녀의 집을 따라갔다. 편의점에서 산 맥주와 소주 그리고 간단한 안주를 들고.
"새벽 4시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바 주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네, 그랬죠. 하지만 그때 저는...너무 놀라서... 생각치도 못한 전개라...몰랐어요. "
그녀의 집에선 죽음의 냄새가 났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시기, 그토록 추웠던 그 해 겨울. 거실 벽면에 설치된 TV에서는 캐롤과 함께 모닥불 불타는 유튜브 영상이 틀어져 있었고 뚱뚱한 고양이 5마리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죽음의 냄새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우울했거든요. 모든 것이. 깊고 슬프고 텅 빈 얼굴도. 고양이 다섯 마리 중에 한 마리가 건강이 안 좋아 곧 죽을 거라고 했고, 결국 한두 달 후에 죽었어요. 처음 본 자리에서 그녀가 죽음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거든요."
우리는 별로 좋지 않은 섹스를 했다. 그녀의 몸짓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무겁고 거칠었다. 섹스는 교감이 아닌, 서로를 다치게 하고 해치는 투쟁 같았다. 나는 평소 습관대로 귓덜미에 입을 가져다 대고 애무하는데 그녀가 말했다.
"기분 더러워. 내 애비가 나한테 그랬거든."
"세상에..."
바 주인이 놀라며 말했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랬죠.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행동이 모두 이해가 갔어요. 하지만 동시에...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말끝이 흐려지며, 다시금 그 밤의 무거운 공기가 떠올랐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낮에 일어나 또 술을 마셨어요. 그리고 어차피 그날 현장도 그녀의 집에서 멀지 않아 저녁까지 있었어요. 당시 나는 다시 볼 생각은 없었어요. 내 취향도 아니고 또 불쾌한 섹스를 해서 그런지 별로였어요. 그런데..... 결국 또 만나게 됐지요. 그녀가 자주 가는 술집에 데려가 사귀자고 말하더라고요. 전 거절했죠. 전혀 마음이 없었으니깐. 그런데 내 앞에서 울었어요. 그 큰 눈에서 함박눈 떨어지듯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걸 보니 그만 마음이 약해졌어요."
바 주인은 한쪽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한 톤이 묻어났다.
"음... 연민으로 시작된 관계는 좀 위험할 수 있죠. 서로에게 기대는 게 아니라 의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관계는 보통... 흐음, 그다지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하더라고요."
"네. 정말 그래요."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그때는... 어쩌면 제가 그녀를 구원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리석었죠."
바 주인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을 구원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구원하려고 해요. 하지만 그건 결국 양쪽 모두에게 상처를 줄 뿐이죠."
그녀는 나한테 정말 잘 해줬다. 아니 잘 해 준거 이상이라는 표현이 맞다. 마치 신에게 헌애하듯 필요이상으로 나에게 애정을 쏟았다. 마치 그녀의 불우했던 과거 가정환경에 대한 극복 의지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분이 그렇게 대해줬을 때 기분은 어땠어요?"
바 주인이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처음엔 좋았어요. 누군가에게 그렇게 사랑받는다는 게 기분 좋았죠. 하지만 점점... 부담스러워졌어요. 마치 제가 그녀의 모든 것인 양 대해주는 게 무서워졌달까요."
바 주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말 화가 났었어요. 그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그 친구는 미운오리 새끼처럼 자랐고 어릴 적 아버지한테 성적 학대를 받았는데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그녀의 어머니도 알았지만 방관했다고 하더라고요.”
바 주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말 끔찍한 일이네요. 그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건강한 관계를 맺기란 정말 어려울 거예요."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녀의 행동이 이해는 갔어요. 하지만 동시에... 저도 그녀의 고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죠."
지방의 한 항구 도시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서울로 상경하여 어느 예술학교에 입학했다. 그 순간부터 그녀의 인생은 완전히 새로운 궤도에 올랐다. 부모님과의 연락을 끊고 홀로서기를 선택한 그녀는 십여 년 동안 오직 자신의 힘으로 살아왔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그녀는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더욱 단단해졌다. 그녀의 속을 알 수 없는 눈빛 속에는 항구 도시의 거친 파도와 같은 강인함과 서늘함이 서려 있었다. 동시에 그 눈동자 깊숙한 곳엔 예술가 특유의 우울과 불안이 공존했다.
"그녀가 어떤 식으로 잘 해줬어요?"
"저한테 생활비를 보태주면서 글을 계속 쓰라고 독려해줬죠. 그녀와 함께한 5-6개월 동안, 마치 보호막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 시간 동안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그녀 덕분에 순수하게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었고, 결국 장편 영화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이고 충만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녀는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해준 게 아니라, 제 재능을 믿고 응원해줬거든요."
"그녀의 지원이 손님에게 큰 도움이 되었겠어요."
바 주인이 말했다.
"네, 정말 그랬어요."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게 우리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죠. 제가 그녀에게 빚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녀는 집착이 더 심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 대한 사랑의 갈망이 더 커졌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다. 이건 처음부터 약속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가장 믿을 수 없는 건 사람의 말인 듯 처음 계약 연애와 같은 우리의 약속은 부서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바 주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사소한 거였어요. 제가 연락을 늦게 하면 짜증을 내는 정도? 하지만 점점 심해졌죠. 술만 마시면 저를 때리려고 했고, 자해 위협도 했어요."
"난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술에 취하면 항상 나한테 하던 그녀의 입버릇이었다. 이후 내가 전화를 안 받으면 부재중 전화가 수백 통이 쌓일 정도로 나를 괴롭혔고 그런 그녀에게 나도 점점 화를 내다 어느 새 심한 욕을 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진짜 지친다..제발 끝내자."
나는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했다.
바 주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해방감과 죄책감이 뒤섞였죠. 한편으로는 이 지옥 같은 관계에서 벗어난다는 안도감,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를 버린다는 죄책감..."
"그렇게 헤어졌어요?"
"그때부터 서로에게 지옥의 시간이 펼쳐졌어요. 만날 때, 자신을 버리고 나에게 애정을 쏟아 부었던 그녀는 이제 목숨을 걸고 저와의 이별을 온 몸으로 거부했어요."
"어떤 식으로요?"
바 주인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
"모든 방법을 동원했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협박, 애원, 자해... 심지어 제 직장까지 찾아왔어요."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이별 통보 후, 지옥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3개월 동안 그녀는 나에게 온갖 협박을 했다. 이메일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의 메일이 수십 통씩 쌓여갔다. 처음에는 애원과 눈물이 가득한 내용이었다.
"제발 돌아와 줘. 난 너 없이는 못 살아."
그러나 점점 그 내용은 독이 되어갔다.
"만약 네가 나를 떠난다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그녀의 협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전화가 울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쌓였고, 그 속에는 그녀의 절망과 분노가 교차하는 말들이 가득했다.
"네가 나를 떠나면, 넌 후회할 거야." "난 너 없이 살 수 없어. 널 죽이고 나도 죽을 거야."
그녀가 내게 남긴 문장 하나 하나가 마치 칼날처럼 내게 꽂히고 헤집고 할퀴고 지나갔다.
바 주인은 충격 받은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매일 밤 불안에 떨었죠. 그녀가 정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어느 날, 그녀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어. 너 없인 안 돼서 여기 들어왔어."
그녀의 이메일에는 병원에서 찍은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와 절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녀의 메일과 전화는 끊이지 않았다. 입원 중에도 휴대폰을 이용해 나를 괴롭혔다.
어느 날 밤, 그녀는 자살을 시도했다고 그녀의 친구에서 연락이 왔다.
"난 네가 나를 떠난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메일에는 그녀의 손목에 난 자해 흔적이 찍힌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정말로 끝을 보려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을 이었다.
"처음엔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그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죠. 하지만 결국..."
그러던 중, 10월 1일, 스토킹 방지법이 시행된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녀의 이메일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전화도, 문자도, 모든 것이 멈췄다. 마치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처음엔 불안했다. 그녀가 어떤 일을 벌일지 몰라서 두려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 법이 시행된 후 상황이 좋아진 거군요." 바 주인이 말했다.
"네, 그랬죠.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어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사라진 후, 모든 것이 미스터리로 변했다. 마치 짙은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찾아 헤맸다. 매일 밤 뉴스를 뒤졌고, 그녀에 대한 어떤 소식이라도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이메일함을 수십 번씩 새로고침 했다. 그녀의 친구들에게 연락도 해봤지만, 아무런 답을 얻을 수 없었다.
이상했다. 그녀가 내 삶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처럼, 그녀에 대한 모든 흔적도 증발해버린 듯했다. 마치 그녀가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들...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리움일까, 불안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아마도 그 모든 것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녀로부터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녀에게 더 깊이 빠져들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마치 그녀가 남긴 보이지 않는 실에 묶여 있는 것 같았다. 그 실을 끊어내려 할수록 더 단단히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그 기간 동안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바 주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게 끝이었죠."
바 주인은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 연기가 희미하게 흩어지며, 그 동안의 악몽 같은 시간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듯했다.
바 주인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녀는 천천히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연기가 천천히 피어오르며 그녀의 얼굴을 희미하게 감싸는 듯했다.
"그녀는 텅 비어있었네요."
바 주인은 담배를 길게 빨아들였다가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 그녀의 눈빛이 잠시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여자로서 보면... 그녀가 좀 안타까워요. 사랑이란 게 서로를 옭아매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해주는 건데. 그녀는 오히려 자신을 더 큰 틀에 가둬버린 것 같아요. 사랑이라기보다는... 집착이 되어버린 거죠. 그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좀 아파요."
"그랬던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저 또한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죠. 어쩌면 우리 둘 다 서로를 구원의 대상으로만 봤던 건 아닐까요?"
주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하지만, 손님도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손님이 그녀에게 연민으로 시작한 관계가 결국 이렇게 된 건, 그 연민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 탓이죠. 그녀에게 애초에 줄 수 없는 사랑을 약속한 것이 문제였어요."
그녀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의 그림자는 항상 어둡고 깊어요. 그걸 다 알면서도 빠져드는 건 철없고 덧없는 짓이죠. 어쩌면 우리 모두 그런 실수를 하며 배우는 걸지도 몰라요. 다음번엔, 서로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을 찾길 바래요. 그게 진짜 사랑이니까요."
나는 바 주인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네, 맞아요. 이제야 그걸 깨달았어요. 사랑은 서로를 구속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해주는 거라는 걸..."
"그래서 지금은 어떠세요?" 바 주인이 물었다. "그 경험 후에 사랑에 대한 손님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더 조심스러워졌어요. 하지만 동시에 더 솔직해졌죠. 이제는 내 감정에 대해서도,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서도 더 진실하게 마주하려고 해요."
바 주인의 말은 마치 오래된 진리가 담긴 이야기처럼 내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을 남겼다. 나의 잘못과 그녀의 상처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비극의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