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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Jul 13. 2024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해 떠안게 된 지옥 같은 현실

어제는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해 

임금체불에 소송 전을 치르고 있는 창업가 후배를 만났다.

한 때 너무나 빛나던 그의 모습은 

절망과 눈물에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초점을 잃어버린 그의 눈빛을 보며 덜컥 겁이 났다. 

일단 "살 궁리부터 하자"고

살아서 빚도 갚고, 가족도 챙기자고 

살기 위한 법적 조치들을 알려주었다. 


창업은 성공하는 법 못지않게 

잘 실패하는 법이 중요하다. 

명선휘 대표님의 실패 기를 읽으며

"사업에는 실패했지만 인생에는 성공했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도 얻고, 경험도 얻었으니까.


지난주에 만난 창업가는 

회사를 접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다며,

다시 월급 받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보니 

"정해진 일 하며 돈 받는 삶"이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고 한다. 


창업이라는 선택지는 

시작하고 나아가는 용기뿐 아니라 생존을 위한 위험관리가 핵심이다. 

자금이 마르기 전에 

안전하게 팀원들을 대피시키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명선휘 대표님의 용기 있는 고백에 감사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 



[브로나인을 폐업했습니다]

브로나인은 충전 기술을 혁신하여 다양한 산업에서 작업 환경, 환경오염, 사용성 등의 문제를 개선하려고 시작한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폐업했습니다. 사실 폐업한 지는 조금 되었습니다.

폐업의 주원인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당연히 저의 부족함이었습니다.


2021~2022년 한참 분위기 좋을 때, 과도한 비용 지출을 막지 못했고, 속도를 내서 투자받고 다시 달려 나가려 했던 것이, 과도한 부채가 되어 결국 버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속도를 내고자 했던 것도, 개발 및 출시 시간을 앞당기려고 했던 것도 모두 제 결정입니다. 부족한 저 때문에 브로나인은 침몰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 주시고, 도움을 받았었는데 면목이 없습니다.

특히 믿고 시드 투자해 주셨던 엔슬파트너스, 신용보증기금, 황성현 대표님께 죄송합니다.

기관 투자까지는 쉽지 않겠으나, 에인절 투자는 2년 안에 투자금을 갚을 예정입니다.

 (제가 먼저 갚고 싶다고 말했으나, 투자니까 리스크가 있는 거라며 앞으로를 응원해 주시고 갚지 말라고 해주셨습니다, 사업 망해본 입장에서 그게 얼마나 귀중한 금액인지 알기에, 받지 않으신다고 해도 무조건 갚을 예정입니다.)


브로나인은 2022년 8월 구조조정을 한 번 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동료들에게 고백했습니다.

"남은 자금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고, 이대로 간다면 연말까지는 개인 자금을 쏟아부어 버티겠지만, 그 이후는 더 이상 어렵겠다."

함께 몇 년을 달려온 동료들이기에 모두가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걱정했던 것과 반대로, 필요 없는 비용 지출은 아예 다 포기하고 없애버리고, 더 아끼면서, 열심히 영업하여 수익을 늘릴 방법을 찾아보자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2023년이 도래했고, 작년에 당기순 적자 6억이던 회사는 당기순이익 4천만 원으로 몇 달 만에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금 유동성은 적고 누적된 적자가 커, 여러 이슈들을 겪다가 결국 스탑 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중순쯤 한번 더 동료들에게 고백했습니다.

"브로나인을 폐업해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떠나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고, 다른 회사에 추천하려 준비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감사하게도, 모두 앞만 보며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보자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현금이 하나도 없어서, 남은 동료들을 한 명씩 브로나인에서 퇴사시키며, 처음에는 각자 재능이 무엇인지 판단한 후에, 돈이 추가로 들어가지 않는 프로젝트 사업으로 개인별 시간을 소비해 자금을 조금씩 모으는 용역(?) 일 같은 것들을 시작했고,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처분해 2천만 원 정도의 자금으로 하나의 사업체를 한~두 명이서 두 달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는 회사로 일으키게 했습니다.


결과는.. 2022년 첫 고백 이후, 단 한 명의 이탈도 없이 모두 함께하고 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재능이 있다면, 모두 사업으로 만들었습니다.

(또는 동료가 갖고 있는 재능이라면)

짧은 시간 안에 사업자를 5개 정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박람회/행사 시공 사업을 하고 있고, 인테리어업도 하고 있습니다. 가구도 유통하고 있고, 제조업체도 하고 있습니다.


숙박업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룸이 평균 40개 이상 있는 1인 거주 커뮤니티 오피스텔도 2호점까지 오픈하고, 3호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사업체가 매출도 상승 중이며, 한 사업체도 빠지지 않고 매 달 영업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투자금과 지원금은 없습니다. 대출도 받지 않습니다.

모두가 함께 가난함을 오랜 시간 겪어서인지, 우리는 아끼고 영업이익 내는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동료들은 연봉은 그대로 받으며, 전 인원이 인센티브 받고 있는 조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수가 분기별 인센티브 400~600만 원을 받고 있는 조직이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분기 별로 다수가 1,500~2,000만 원씩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브로나인을 운영하면서 참 미움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돈 못 버는 대표.. 당연히 미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로나인은 제가 정말 성공시키고 싶었던 사업이었습니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뿐만 아니라, 모든 동료들과 함께 잠도 잘 못 자고 끙끙 앓아가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브로나인은 제가 하고 싶었던 사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멈추니, 모든 것이 잘 풀리기 시작했고, 동료들도 여유로워지고 있습니다.

여러 과정들을 겪으면서 저는 동료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고객의 만족과 기쁨을 1순위로 하며, 동료들이 더 잘 살 수 있게 되는 것 만을 중심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놈의 돈돈돈.. 돈이 뭐길래

그놈의 돈 쓸어 담아보겠습니다.

투자 유치하는 사람이 아닌, 투자자가 되어서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브로나인에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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