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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재 기행

이베리아 탐방기(13)

바르셀로나 구엘공원

by 한주


스페인 여행의 중심 바르셀로나


여행 여드렛날은 출발시간을 9시로 늦춰 모처럼의 여유를 갖고 모닝커피를 찾는데 아메리카노가 보이질 않는다. 포르투갈은 호텔식당 커피자판기에 아메리카노가 있는데 스페인 자판기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이곳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1잔에 설탕을 넣고 30㎖의 뜨거운 물 한 컵을 섞어 마신다고 한다.


060_01(구엘공원).jpg 구엘공원 쉼터 카페

스페인에만 있다는 Café Solo는 “오직 커피만”이란 뜻으로 이탈리아 Espreso에 해당한다.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커피이다. 물 한 컵을 섞어 만든 미국식 커피로 알려진 Café Americano를 스페인에서는 즐기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060_02(구엘공원).jpg Café Solo

커피한잔의 행복감으로 하루를 여는 경우 드립방식이 아닌 원두를 갈아 넣은 원액을 하루 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뒤 마시는 콜드브루(Cold-brew) 방식이 즐길만하다. 신맛을 크게 호평하는 마니아의 경우는 드립커피를 즐기지만 콜드브루를 사용하면 일반적인 드립커피보다 원두의 자연스런 단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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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하면 에펠탑이 생각나고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가 기억되며 피렌체는 르네상스 조각상들이 떠오르는데 스페인 역시 [바르셀로나]가 배출한 안토니 가우디(1852~1926)의 건축물들이 세계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바르셀로나는 결코 오늘날의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한해 수백만 명이 그의 작품을 보기위해 바르셀로나를 찾는다. 건축가 하나 잘 키운 덕에 도시하나를 넉넉히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한 도시가 재능 있는 건축가를 배출하고 그의 걸작을 갖는다는 것은 그 나라와 도시전체의 축복이다. 학창시절 가우디는 낙제를 겨우 면할 정도의 괴짜였다고 한다.


구엘공원

가우디가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재벌후원자인 구엘(Guell)이 가우디(Gaudi)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가우디]가 이루고자했던 건축세계의 대부분은 바르셀로나 외곽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는 작은 언덕에 조성한 구엘공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 가우디가 꿈꾼 유토피아 세상 구엘(Guell)공원


바르셀로나 북쪽 언덕위에 자리한 구엘공원은 가우디 후원자인 '에우세비 구엘’이 설계를 의뢰해 지은 가우디의 건축철학이 총집결된 회심의 역작이다. 이곳은 당초 유토피아 도시를 위한 고급주택단지를 구상했는데 자금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1922년 시의회가 매입해 지금의 공원형태로 남게 됐다.


공원은 입구에서부터 마치 동화 속 나라 같은 세계를 연출한다. 공원 안의 건축물 어디에서도 직선과 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둥글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가우디의 "자연주의"와 "곡선의 미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소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곳이다.


구엘공원 조감도

티켓(10€)을 받아들고 후문을 통해 녹음이 우거진 구엘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하늘높이 작은 십자가가 걸려있는 붉은빛 건축물이 제일먼저 눈에 띤다. 이곳은 가우디가 20여 년간 거주했던 곳으로 당시의 모습을 보존한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우디 박물관

구엘공원 중앙에 위치한 ➀자연광장(Placa de la Natura)은 마치 큰 공터 같은 느낌인데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우디 철학을 담아 설계됐다고 한다. 파란하늘 아래 초록색 야자수들이 이어져 있어 스페인의 느낌이 전해진다. 드넓은 운동장 같은 곳에서 마음껏 날아오르며 인증 샷을 남긴다.


자연광장

자연광장은 [이포스틸라 홀] 위에 세워져 있다. [자연광장] 벤치에서 바르셀로나의 탁 트인 시가지 전경과 지중해 연안의 수평선이 시원스레 보인다. 타일로 모자이크 장식을 한 벤치는 마치 뱀의 구불구불한 곡선을 그려낸 듯,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061_04_02(구엘공원).jpg 자연광장(上) / 이포스틸라 홀(下)


[광장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➁카사 델 과르다(Casa del Guarda;경비실)십자가 탑은 헨젤과 그레텔 동화의 과자 집을 모티브로 설계한 건물로 마치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조각된 집처럼 3차원 애니메이션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자연광장


[구엘공원]은 곳곳이 깨진 타일을 모자이크 형태로 붙이는 기법으로 장식된 것이 특징이다. 거친돌로 만든 벽은 빵처럼 부드럽고, 지붕과 창호의 테두리는 크림처럼 녹아내린다. 앙증맞은 발코니와 얼룩 문양의 탑도 동화적 표현이다.




구엘공원 상부지반을 지탱하는 기둥의 묶음인 ➂포르티코(portico)는 파도동굴 또는 미로터널이라 불려진다. 울불퉁한 야자수를 닮은 돌기둥과 곡선을 이용한 디자인이 많아, 돌인 듯 나무 같고, 야자수 나무인 듯 돌 같은 예술적 경계를 파괴한 가우디의 혁신적인 건축 작품이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포르티코


이포스틸라 홀(Hipóstila Hall)의 천장은 트렌카디스(Trencadis:조각) 방식이 적용됐다. 움푹 패인 [아치형 천장]에는 태양과 달, 구름을 나타내는 장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천장과 바닥을 연결하는 86개 기둥은 그리스신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한다.


이포스틸라 홀


정문으로 내려가는 ⑤기념계단(Monumental Staircase)부터는 애니메이션 느낌이다. [신데렐라 궁전]처럼 양 갈래로 나뉘어 곡선을 그리며 계단을 오른다. 계단 중앙분리대에는 도마뱀 조형물 분수가 있는데, 도마뱀은 카탈루냐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수호신이라 한다.


기념계단

이어지는 계단 아래에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이라는 아이스쿨라피우스(Asclepius)를 상징하는 청동 뿔이 달린 뱀 머리 조형물이 있다. 뒤에는 노란색과 빨강색이 그려진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깃발이 있다. 카탈루냐는 오랫동안 자신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며 지금도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 그 카탈루냐(Cataluña)의 수도가 바르셀로나이다.


061_16(구엘공원).jpg Asclepius

비둘기와 더불어 뱀은 [카탈루냐]의 상징이라고 한다. 구엘공원 건축물 곳곳에서 마주치는 곡선의 미학은 어쩌면 뱀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뱀은 혐오의 대상이면서 생명력이 강하다. 허물을 벗고 새로 태어나는 불사, 부활의 이미지도 지닌다. 이러한 뱀의 이미지를 차용한 건축가가 가우디였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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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넘게 관람한 [구엘공원]은 도마뱀 조형물의 작은 [분수]와 뱀 머리 [조형물] 그리고 뱀의 모습을 닮은 [곡선 벤치], 파도를 연상시키는 [동굴천장]의 만화적 상상력을 배가시키며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화사하고 독특해 보였다.


061_18(구엘공원).jpg 곡선 벤치

가우디의 건축은 유기적 형태와 화려한 모자이크 장식이 특징인데, 지나친 독창성 때문에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그 비난 속에서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고수했던 그는 배를 땅에 붙인 채로 기어 다니면서도 결코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뱀의 곡선을 통해 자신만의 영적인 세계를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Still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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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hooting

061_21(구엘공원).jpg 구엘공원에서 바라본 지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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