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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노아 Noah Jang May 20. 2021

아라비아 오릭스의 귀환

PIF Tower : 385m, 리야드, 사우디아라비아

아라비아 오릭스 : 멸종 취약

PIF Tower : 385m, 리야드, 사우디아라비아


아라비아 오릭스와 PIF Tower, 종이에 수채, 76x57cm, 2018


아라비아 오릭스는 야생 멸종위기에 처했다가 취약 수준으로 개체수가 회복된 최초의 종이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였고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의 국가적 상징 동물 중 하나다. 하얀색 몸에 다리는 갈색이며 50~75cm의 긴 뿔을 가지고 있다. 어깨 높이는 100cm, 몸무게 70kg 정도다. 황량한 대초원이나 건곡, 사구 등 여러 사막 지대에 서식한다. 낮은 습도와 45°C 이상의 높은 기온에서 살아갈 수 있고 최장 6개월의 가뭄을 견딘다. 


과거 아라비아 반도 대부분 지역에 폭넓게 서식했으나 20세기 초 서식범위와 개체수가 급감했다. 1950년대에 북부 지역에서 사라졌고 남부에서는 사냥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오만에 서식하던 마지막 야생 개체는 1972년 지다트 알 하라시스 사막에서 총에 맞아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라비아 오릭스, 종이에 연필, 2018


1986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으나 적극적인 보호 정책과 재도입 노력의 결과, 2011년 멸종 취약 단계로 상황이 나아졌다. 재도입은 1980년대부터 이루어졌다. 오만은 1982년, 사우디아라비아 1990년, 이스라엘 1997년, 아랍에미리트 2007년, 요르단은 2014년부터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정부 간 국제기구인 아라비아 오릭스 보존을 위한 조정위원회는 쿠웨이트, 이라크, 시리아의 재도입을 제안했다. 


아라비아 오릭스의 주요 멸종위협은 불법적인 사냥과 과도한 방목 및 가뭄에 의한 서식지 황폐화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999~2008년 발생한 장기간의 가뭄으로 560 마리가 죽었다. 오만의 아라비아 오릭스 보호지역은 199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지만 석유가 발견된 후, 오만 정부가 보호지역 범위를 90 % 축소하고 탄화수소 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서 최초로 삭제됐다. 이후 밀렵으로 개체수가 450에서 65 마리로 줄었다.


2016년 제17차 아라비아 생물다양성 국제보존워크숍에서 추정한 재도입된 야생 아라비아 오릭스 개체수는 성숙한 개체 850마리를 포함해 1220 마리다. 서식지 확대와 더불어 안정적으로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아라비아 오릭스는 약 6000~7000 마리다. 대부분 아라비아 반도에 있고 국제혈통서로 관리된다.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의 일부 개체군은 울타리가 있는 보호구역에서 다양한 보충식도 제공받는다.


안전한 서식지 보장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최선책이다. 성공적인 재도입 정책으로 다시 돌아온 아라비아 오릭스 사례는 우리의 의지와 결정이 종의 멸종을 멈출 수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석유 자원이 발견된 후에 해제된 오만의 보호지역이 상기시키는 바와 같이 경제성이 늘 생명보다 우선한다. 인간이 동물을 대할 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작고 연약한 자들의 목소리와 존엄성은 쉬이 무시된다. 


냉혹한 세상에서 삶의 터전을 제대로 일구지 못한 사람은 낙오자가 되고 서식지를 잃은 동물은 멸종을 향해 간다. 최소한의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비참한 처지를 가리켜 동물만도 못한 삶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동물에게나 사람에게나 참 슬픈 표현이다. 우리가 조금 더 사랑하고 관심을 가진다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생명 있는 모든 존재가 고통 없이 상생하는 세상을 마음에 그려본다.


참고자료 :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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