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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ur Jul 08. 2023

20대의 나와 대화하기

과테말라의 숨겨진 보석, 세묵 샴페이에서 느꼈던 삶의 여유 되찾기

유학생일 때 다녀온 과테말라 여행 참 재밌었지? 여행 마지막 일정으로 세묵 샴페이를 갔던 건 참 잘한 결정이었어. 과테말라 배낭여행자들에게 강추를 받고계획을 바꿨는데, 그곳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었지. 감춰진 비밀계곡, 배낭여행자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어. 계곡 물이 어쩜 그렇게 다채로운 파스텔 색깔을 띄며 아름다운지. 물 온도도 참 적당히 따뜻했던 것 같아. 그 계곡물에서 수영할 때, 나는 노는데 100% 집중할 수 있었어. 박사과정 스크리닝 시험을 통과하고 맞이한 방학이어서 마음이 더 편했을 거야. 


세묵 샴페이에서 해먹에 처음 누워봤던 것 같아. 몸에 힘 빼고 누워서 눈 감고 흔들흔들 있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지고 마냥 멍하게 있게 되지. 주변의 소리가 하나씩 들리게 되었어. 그리고 햇살의 온도가 머리에서, 팔에서, 몸에서, 그리고 발끝에서 느껴져.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돼. 그리고 눈을 뜨면 정신이 맑아져 있었지. 마치 명상을 한 것 같았어. 그 경험 덕분에 나중에 해먹을 사서 등산 갈 때, 바다 갈 때, 그리고 집에서 종종 해먹놀이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 아내와 아이도 참 좋아했어.


한편으로는, 아마 그 과테말라 여행이 100% 노는데 집중할 수 있었던 마지막 여행이었던 것 같아. 그 뒤로 자잘한 여행을 가기는 했지만, 마음속에 돌덩이 하나를 가지고 살게 되었어. 노는 중에도 그 돌덩이를 쉽게 못 버려. 아내와 아이가 생기고 직장생활까지 하게 되면 해야 할 일, 신경 쓰이는 일이 마음속에 돌덩이처럼 있더라고. 게다가 너는 꼭 일을 벌이곤 해서, 일 많이 한다는 Amazon을 다니면서도 뭘 또 하고 있어.


노는데 집중해서 잘 놀지 못하는 이유를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워. 좋게 말하면 책임감을 느끼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쓸데없이 마음을 쓰는 만큼 결과를 못 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지. 아무튼 좋은 건 아니야. 언젠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생각해 보니, Deliver Results 전략을 내 삶에 제대로 적용해 봐야겠어. 나중에 30대에 Amazon 다니면서 배우는 방법이야.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 집중하는 전략인데, 그러면 목표와 과정의 불확실성 때문에 생기는 불필요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되더라고. 20대와 30대의 너는 돌덩이를 마음속 한편에 달고 살았는데, 이 전략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40대의 나에겐 2023년 하반기가 시작되었으니 딱 좋은 시기인 것 같아. 가족과의 시간, 운동, 내 side hustle을 돌아보고, 현실적인 milestone을 세우고 tracking 해보자. 2023년 Q3 동안만이라도.


20대의 나와 이야기하다 보니, 의식의 흐름이 이렇게 이어졌네? 30분, 1시간이라도 나를 되돌아보는 게 글쓰기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 첫 글쓰기 학기가 잘 끝나서 다행이고, 다음 학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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