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시니어에게 가장 필요한 인공지능은 무엇일까?
재작년인가? 빅베어에 휴가 가서 책을 한 권 읽었다. 아툴 가완디 박사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원서제목은 <Being Mortal>이다. 그리고 내 최애 책 중 하나가 되었다. 여운이 참 오래 갔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 충격적이었고, 이렇게 큰 비극을 전혀 모르고 살아왔구나 싶었다. 그리고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문제라고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실상을 좀 더 알고 싶었다. 관련 분야 종사자 및 시니어들과 인터뷰하며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시니어 아파트, 시니어 리빙 시설, 시니어 데이케어, 홈 케어 등 다양한 시설의 오너, 직원, 세일즈, 케어 기버, 그리고 거기에 거주하는 분들이 감사하게도 직접 만나주거나 전화통화를 해주셨다. 해결해야 하는 온갖 문제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시니어들의 건강하고 존엄한 삶에 관심이 생겼다. 언젠가 내가 그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은 오래전에 해본 적이 있다. 유학 나오기 전, 학생 신분으로 어떤 회사의 지원을 받아서 농촌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봉사를 했다. 그 당시 돈으로 400만원이었으니 꽤 큰돈이었다. 휴전선 근처의 '연천'이란 마을에 찾아가서 컴퓨터 기본 교육을 해드렸다. 오래전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포토샵, 인터넷 활용, 온라인쇼핑몰 만들기 등 컴퓨터 활용 기초 등의 과목들을 알려드렸다. 백발의 어르신께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잡고 배우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배우시고 질문도 많이 하시던지. 겨울방학이 끝나고 프로그램을 더 이어서 하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면 계속 했으면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올해 초에 우연히 엘에이 시니어 센터에서 봉사할 기회가 생겼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인공지능이란 주제로 1시간 정도의 세미나를 해드리는 일이었다. 많은 어르신들 앞에서 하는 교육은 오랜만이기도 하고, 왠지 모를 긴장이 되어서 일부러 휴가를 내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연습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시니어 센터 관계자분과 세미나 참석자 분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뜨거웠다. 또한, 그곳에 계신 분들 절반 이상이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 예를 들면 ChatGPT를 이미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하셨다!
우와~~ 인공지능이 시니어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구나. 아니, 이미 스며들었구나.
이 정도로 많은 시니어층이 능동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아마 인류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 아닐까?
세미나에서 돌아오는 길에, 대학교때 했던 연천 교육봉사가 떠올랐다. 그 활동을 함께 했던 후배들도 한 명 한 명 모두 기억난다. 그때 참 즐거웠고 행복했는데. 언젠가 세미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 안 라디오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는데, 왠지 뿌듯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종소리가 될 것 같았다. 좋은 추억이었다.
그나저나 다음번 세미나는 어떤 주제로 할까?
이런 세미나를 원하는 분들이 또 있을까?
그렇다면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