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탄생

너와 나, 우리의 시작

빅뱅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138억 년 전 대폭발로 처음 생겨났다. 꾸준히 팽창하는 우주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는데 시간과 공간은 모두 이 점을 기준으로 시작된다. 다시 말하면 우주에는 그 이전의 시간과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에게 탄생은 이 점과도 같다.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되돌려 갈 수도 없지만 존재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시공간.

 나는 아이들의 탄생을 기억하지 못한다. 거꾸로 있는 아이를 안전하게 출산하려면 제왕절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취 후 깨어나기까지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 아이가 태어났다. 기뻐할 겨를도 없이 포대기에 싸인 작고 붉은 아이를 안았다. 한없이 작은 점에서 천천히 팽창해 왔을 너의 몸과 풍선처럼 서서히 부풀다 푹 꺼져버린 나의 몸이 닿았다. 두 우주가 만난 하나의 점, 엄마와 내가 똑같이 마주했을 하나의 점에서 우리라는 우주가 새롭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