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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am Oct 19. 2020

무슨 교사가 저래?

교사와 학생 사이에도 애착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모든 아이들이 각자 다 특별하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더욱 눈에 띄는 제각각의 특별함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독특한 외모일 때도 있지만, 취향일 때도 있고, 말투일 때도 있으며, 때로는 도전 행동(문제행동) 일 때도 있다.


 특수교육에 대해서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 신규 티를 벗지 못하고 있었던 초보 교사 시절을 지나고 어느새 10년 차가 넘는 교사가 되었으나 이렇다 할 철학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항상 혼란스러웠고 그래서 늘 자신이 없었고 부족함을 느꼈다(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다만 아이들의 특별한 취향을 존중하여 공감하며 이야기할 때, 아이들의 특별한 말투를 거울처럼 반영하여 대화할 때 아이들과 더 많이 가까이 소통할 수 있었다는 것 정도를 경험으로 느끼며 그렇게 즐겁게 생활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가끔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느낄 때 내가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에 움츠러든 적이 있다.

 교사이면서 오히려 아이들을 모방하고 반영하는 경험을 통해 발견한 효과, 그 느낌적인 느낌(!)들에 대한 세세한 이론적 근거를 찾아보지도, 나의 철학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출내기였던 나는 다만 한 시간, 또 한 시간의 수업을 준비하고, 그 날 그 날의 업무들을 처리하기만으로도 바빴다는 것으로 변명해본다.


 물론 심리학적으로 취향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것이 서로를 친밀하게 한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상식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러한 상식으로 전문가라는 명함을 내밀기에는 너무나 부족하지 않은가. 나는 확신을 갖고 싶었다. 근거가 필요했다. 이 아이들의 독특한 취향을 공감하는 것, 독특한 말투를 따라 하는 것이 이 아이들의 개성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사회 통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와 아이들의 즐거운 소통은 그저 시간 때우기일 뿐인가, 내가 아이들에게 맞추어주는 것이 이 아이들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될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은 끊임없이 내 머릿속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었다. 그렇게 자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특성에 나를 맞추는 일은 아이들과 소통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었기에,  나는 그렇게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나의 경험을 믿어야 할 것인지, 나의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들을 물론 각종 연수와 토론, 그리고 나름대로의 생각을 통해 찾아가고 있지만, 또 하나의 큰 통로는 엄마가 되고 나서 읽기 시작한 각종 육 서적이다. 고질적인 직업병 중 하나 무엇을 하든 교사의 눈으로 보는 자세로 인해, 육아서를 교사의 눈으로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각각 교수법과 감정코칭으로 유명한 조벽, 최성애 박사님의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라는 책을, 엄마 독서모임을 통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육아서로 추천을 받은 셈이지만, 오히려 나는  나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 교사와 학생의 애착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책 표지


가장 먼저
부모와 아이가 연결되고 친해져야 합니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가 연결되고 은혜로워야 합니다(p.283)


사실 엄마로서 내 아이와의 관계만 생각하며 이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 만난 이 문장은, 영유아 부모교육에서 늘 강조되는 애착 형성의 문제 생태적인 관점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열 달 동안 품고 있다가 낳은 내 자식과도 애착형성이 중요하거늘, 생판 처음 보는 교사와 학생 간에 가장 중요하게 형성되어야 하는 것 또한 친밀함이자 애착 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주어야 하는 것, 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또는 아이의 도전 행동(문제행동이라고 말한다면 더욱)을 조금이라도 빨리 고쳐주고 싶은 마음에서 애착을 소홀히 하고 바로 중재나 학습 지도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교사에게 그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교사로서의 직업의식, 또는 사명감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사실 여유를 가지고 먼저 친밀해지면 그 이후에는 생각보다 모든 것이 쉬워지는 경험을 한 적이 많다. 어쩌면 이 애착의 관점은  내가 경험으로 익혔던  것들의 이론적 근거가 될지도 모르겠다.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야
몸도 건강하고 정신이 깨끗해서 생각을 잘하게 되고, 공감과 연민을 발휘하여 자신보다 더 큰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p.283)


 정서적인 안정이라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 가정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체력을 단련하는 것 또한 일상 생활인 가정의 영역이라 볼 수도 있겠으나 학교의 체육 교과를 바탕으로 한 교육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하더라도, 이 문장은 어찌 되었든 학령기 이전에 충분히 가정에서 정서 안정에 신경을 기울여야 함을 뜻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본다. 이런 경우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까?


내가 언제부턴가 생각하는 것은, 학교 교육 상황에서 부모교육 또는 심리상담(가족 상담, 가족치료 포함) 등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경우에 이를 권고(가능하다면 의무화)하고 시행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위해 아이의 교육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의무적으로 모든 직장에서 보장 실제로 부모가 시간을 낼 수 있게 하는 등의 보다 실제적인 추가 제도들이 함께 생겨나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부모 탓, 가정 탓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있어 절대적인 존재이고, 가정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가까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학교에만 매어 두지 않고, 부모와 가정을 동시에 살필 수 있다면  언제나 아름다운 가능성을 가진 우리 아이들을 건강한 성장을 돕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아름다운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이 전부는 아니다. 아이들이 어쩌면 가정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애착까지는 아니더라도) 신뢰와 친밀함이 충분히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함께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담임교사의 행정업무가 최소한으로 축소되고 학급 아이들에게 충실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필요를 알고, 그에 따른 교육 활동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여 재량권, 자율권이 충분히  존중되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애착의 핵심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와주고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과 기대'입니다.
(p.105)


 아이들에게 물론 냉정한 현실 직시와 적응 능력도 키워주어야겠지만, 그보다 자기 스스로를 믿고 당차게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과정에서 언제든 부모와 교사의,ㅡ그 외의 '좋은' 어른들이 많다면 더욱 좋겠다ㅡ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아는 기본 신뢰감을 심어주는 일 역시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내 아이에게는 부모로서, 나의 학생들에게는 내가 부모는 아니지만  또 한 명의 작은 양육자로서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가 주고, 너희의 편이 되어 줄 사람'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주고 싶다. 그래서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잘 키우는 내가 되고 싶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전혀 교육적이지 않아 보이는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 같은 대화를 한참 나누었다. '저런 주제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있나.'싶은 이야기를 한참 하기도 하고, '쟤는 왜 저런 말투로 이야기를 하나' 싶은 그  특별한 말투를 미러링 하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아이들과 우선 가까워지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과 연결되어서 아이들이 나를 편안하게 생각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끝내 내가 그들 자신의 편임을 믿음으로써 내가 하는 말을 듣는 아이들 스스로가 듣고자 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 정도면 교사와 학생 간의 완벽한 애착형성이 아닐까.


언젠가 받았던 아이의 어린이집 원장님의 든든했던 문자메시지가 떠오른다.


우리 함께 마음 모아서
예쁜 아이들 더 예쁘게 키워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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