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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ungil Kang Jan 30. 2019

해외여행 여권분실 대처기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별일 많았던 여행기

십수년간 동서양의 여러 국가를 여행하는 여행매니아에게도 아찔한 순간이 있다. 그 중 가장 당황스런 상황은 아마도 가방이나 배낭에 잘 보관해 놨다고 생각하는 여권, 즉 패스포트의 분실 사실을 알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매 여행의 순간 순간, 체크하고 염두에 두고 여행하던 여행자였는데, 에어비앤비의 마케팅 캠페인 'like a local'처럼 여행하던 것이 습관처럼 된 때부터 다소 무관심해졌는지, 아님 여행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했는지 정신을 놓을 때가 가끔 생겨버렸다.


그러던 중 작년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이라는 한달여간의 기간 중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 도착 후 전철역에서는 잠시 옆에 두었던 배낭은 빼고 캐리어만 들고 황급히 전철을 타는 경우도 발생했다. 다행히도 운이 좋아서 전철 역무원이 발견하여 역 사무실에서 조서를 쓰고 찾았던 아찔하지만 행운 가득한 경험을 했다. 

거의 정확히 1년전 1월 중순, 마드리드 공항에서 잃어버렷떤 여권이 든 배낭과 인수증

2018년 1월 약 2주간의 인도네시아 발리(우붓)-족자카르타 여행은 작년 스페인 여행과는 약 1여년의 시간차를 두고 갔던 여행이었다. 2026년까지 사용가능한 여권이었지만 결국 사용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어떻게든 잃어버릴 운명을 가진 여권이었는지, 결국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 중 족자카르타에서 분실했다.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항상 염두에 두고 여행시마다 여권분실시 대처하는 절차에 대해 리마인드했던 시간의 덕택이었는지, 분실을 인지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평상심을 찾았다. 사실 당황보다는 짜증이 더 솔직한 심정이었다. 다시 재발급받기 위해 여행 중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한 나에 대한 실망이 큰 것 때문일 것이다.


여행하고 있던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는 대한민국 대사관 뿐만 아니라 영사관도 없는 곳이다. 한국 여행객이 많이 찾는 발리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결국 대사관이 있는 자카르타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대사관까지 가기 전에 일단 인도네시아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하는 까닭에 외국인의 신원증명서로서 여권을 분실했다는 사실관계 증명서격인 여권분실신고증명서를 현지 경찰서에서 작성하여 발급받아야 했다. 이 경우 대체로 해외여행지에서 지역의 작은 경찰서에서는 작성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족자카르타에서도 몇곳을 수소문하여 방문한 결과 지역 중앙경찰서 격인 곳에 가서야 작성이 가능했다. 이 경우 분실여권 사진이 있으면 절차는 조금 더 빨라지니 해외여행 전 본인 여권의 복사본을 인쇄물이든 사진이로든 보관해 놓고 제시하면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구글사진 개인앨범을 만들어 저장해 놓은 상태라 현지 경찰관에게 메일을 통해 보내주니 인쇄해서 첨부해주었다. 인도네시아 경찰관 친절하다. 물론 경찰서에서 영어가 어느 정도 되는 담당 경찰관이 나서 준 덕분에 보다 쉽게 일을 진행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후 시간을 보내 버린 덕분에 자카르타 한국대사관은 그 다음날 가야 했다. 여분의 여권 용 사진을 챙기지 못한 상황이라 구글맵을 통해 현지 사진관을 검색하고 가보니 왠걸? 사진관이 없다. 그렇게 찾아찾아 들어간 현지 사진관. 한국 여권용 규격을 설명하고 찍어달라고 하니 DSLR 태논카메라를 든 사진사가 등장한다. 삼각대도 없이 손에 들고 찰칵. 안그래도 덥수룩한 얼굴, 나온 사진은 나보다 보정을 못한 땀범벅이 된 레알 생얼굴 그대로인 안습이 사진이다. 그래도 인화까지는 1시간여뿐 안 걸려서 족자카르타 여행 4일 중 하루를 온전히 잡아 먹었다.


다음날 급하게 전날 저녁에 예약한 비행기를 타고 자카르타 도착 후 한국 대사관에 가니 점심시간이란다. 1시간여를 기다려 대사관에서 여권분실신고서 작성 후 단수여권을 신청했다. 이경우 여행증명서도 가능하나 발리에서 귀국하는 경로가 중국 상하이 경유라 중국에서 상황을 고려하여 단수여권을 신청하고 1시간여 기다리니 발급완료된다. 좋은 세상이다. 참고로 복수여권은 일주일 이상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인도네시아 이민국에 들리라면서 관련 절차를 안내해주고 상황을 설명해주는 문서를 여권과 같이 내어주었다. 여권을 발급받는 동안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교포분들과 한국에 일하러 가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인도네시아 현지인들로 민원실은 가득하다. 대사관에 가본 것도 처음이지만, 한국 대사관의 자국민 서비스하면 떠오르는 안좋은 기사에 비하면 꽤나 일상적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시간이었다. 


자카르타 국내선 공항에서 한국 대사관은 구글맵상 가까운 거리라 시간이 많이 안 걸릴 것을 예상했지만, 자카르타는 교통지옥이었다. 한국대사관 가는데 많은 시간을 잡아 먹은데 이어, 알지 못했던 인도네시아 출입국관리소(immigration)에도 들려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랩바이크를 이용하니 그나마 3시경 도착했으나 이건 또 무슨 상황인지, 이민국 공무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경비겸 접수 담당이 특유의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마감이 끝나 접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는 둥의 말들. 오후 4시까지가 공식적 공무시간인데 무슨 말 안되는 소리야고 한국에서는 따졌을 것이지만 여긴 인도네시아, 상황 판단이 난 꽤나 빠르고 오늘내로 다시 족자카르타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조금만 더 일찍 갔으면 어땠을지 모르지만 물한잔 달라고 하면서 휑한 접수 카운터가 아닌 대기실로 들어가 방법이 없냐고 물으니 급행료를 챙겨 달란다. 어쩌겠는가? OK.


이후 일사천리. 약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퇴근하는 직원들과 함께 단수여권에 새 사실이 적시된 비자 도장을 받아낼 수 있었다. 꼬박 이틀만에 이제 남은 여행도 하고 귀국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이다. 이동경비, 여권발급비, 인도네시아 국내선 왕복 비행기 값 등을 더해 생각지도 않았던 15만 여원의 추가경비가 지출되었지만 이틀만에 해결할 수 있었던 것에서 오는 안도감이란...


중언부언한 여권분실 후 재발급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르면 된다.


1.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기

2. 여권분실신고증명서 현지 경찰서에서 발급받기

3. 여권의 여분의 사진이 없을 때 사진 찍기

4. 대사관 또는 영사관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

5. 여권분실신고서 작성 후 새 단수여권(또는 여행증명서) 발급 신청하기

6. 발행 신여권에 해당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새비자 발급받기


뭐 이정도의 절차이다. 대부분 현지에서는 저가항공사들이 여러 노선으로 싸게 다니는 편이라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없는 도시 여행자라 할지라도 휴대폰 앱 활용을 하면 이동편 예약과 결제는 쉬운 편이니 너무 당황하지 말고 이 절차만 잘 지키면 될 것 같다. 물론 자신에 대한 짜증과 시간 투자는 별도이다. 나처럼 혼행족이면 별다른 무리는 없겠지만 다른 일행이라도 있는 상황이라면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혼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듯 하다.


이렇게 해외에서 여권을 분실할 경우 이후 여행 일정이 틀어지는 것은 물론, 해외 외교 공관까지 오가는 시간과 비용, 새여권(또는여행 증명서)가 발급될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등 많은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참고로 여권분실과 관련해 알아둘 사항은 5년 내 여권을 2회 이상 분실한 경우 1개월간 여권 발급이 불가능하며 새로 발급되는 여권은 유효기간이 최장 5년까지만 허용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또다시 여권을 잃어버리게 되면 발급가능한 최장 유효기간은 2년으로 줄어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니 해외여행시 자나깨나 여권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할 듯 하다. 


현지결찰서에서 작성한 여권분실신고증명서와 여권발급후 대사관에서 내어준 출입국관리소 협조공문
신규여권 신청영수증 및 새 단수여권(1회에 한해 여행 가능)과 출입국사무소에서 받은 새로 찍은 인도네시아 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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