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사전에 대하여
옛날부터 나는 글자를 좋아했다.
글자에 담긴 의미를 좋아했다.
인간을 가장 증오하면서
가장 인간스러운 문명을 사랑한다는 모순.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내가 보는 노란색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노란색일까?"
단언컨대 내 동생은 나보다 뛰어난 예술가다.
어린 시절, 아직 노란색이 영어로 '옐로'인 줄도 몰랐던 때부터
동생은 노란색을 보며 저런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위대함의 첫 발걸음은 당연함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된다.
나의 글자와 당신의 글자는 다를 것이다.
내가 인식하고 받아들여서 써 내려가는 글의 의미는 누구와도 같지 않다.
어쩌면 글로 소통하고 싶다는 말은, 인간과 인간이 교류한다는 것은,
허황된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원히 불가능한 대화를 두고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느낀다.
글자의 흐느적대는 선율에, 무지갯빛 움직임에, 경쾌한 색깔에.
글자는 사람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인간이 글자로 쓰고 읽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글자가 기어이 개인의 고유한 언어로 마음속에서 꽃 피우기 때문이리라.
인간은 모두 자신만의 언어 백과사전을 가지고 산다.
내밀하고 은밀한 내용이기에 대부분 깊숙한 곳에서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두텁게 쌓여 있던 먼지를 털어내고
드디어 이 사전의 표지를 넘긴다.
나의 언어에서 당신의 언어로,
당신의 언어에서 우리의 언어로 가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