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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에 대한 생각

by 재스비아

나는 금방 화가 난다.
원인은 누적된 사회적 피로감.

내게 피로감을 선사해 준 사람들도 사실은
잠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자꾸만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에게도 이유가 있었을 뿐이다.

물론 영원히 이해 못 할 것 같은 부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의 삶을 재단해서 미운 것은 아니다.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관심 없지만,
알게 되어도 그 이유 때문에
덜 미워지거나 더 미워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당장 날 너무 힘들게 해서 미워하는 것이지. ㅋㅋ

“이 인간아!!!!! 또또또!!!! 썩을 놈!!!!!”
— 몹시 순화한 버전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선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영역은 관심의 유무를 논할 것이 못 된다.
관심 자체조차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마음의 병은 언제부터 쌓였니’ 하고
타인이 감히 물어볼 수 있는 영역인 걸까?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세상이다.
특히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은
말 한마디로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천천히 퍼지는 암처럼
아주 오래 묵은 상처가 쌓여
목숨을 저버리곤 한다.

누군가는 쉽게 생각하고 말한다.
내가 들은 말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듣게 되는 말들이다.
직접 듣지 않아도 아팠던 말들.

“몸이 덜 피곤하니 정신이 아플 틈이 있다.”
“정신 아픈 사람들 천지삐까리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면서 유난은.”
“지옥은 네 마음에 있는 것이다.”
“정신병원은 나약한 놈들이나 가는 거다.”

틀린 말이 있나?
정확히 없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들,
내적 고통을 비교적 덜 겪은 사람들,
심지어 경험이 있는 사람들조차
저런 말을 쉽게 하곤 한다.

아픈 것을 아프다고도 말 못 하게 하는 시대,
그러한 정신이 과연 옳은가?

아픈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지 않길 바란다.

참고로 난 약을 먹고 있긴 하지만
붕괴될 만큼 정신력이 약하진 않고,
저런 말을 들었다고 울지도 않는다.

“너나 잘하세요.”
영화는 안 봤지만,
너무 공감되는 대사이다.

육신의 병이 당사자와 주변을
어떻게 피폐하게 만드는 지도 곁에서 보았고,
마음의 병이 당사자와 주변을
어떻게 만드는 지도 곁에서 보았다.

두 병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근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병이 있는 곳만 지옥일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누군가에게는
‘생을 잇는 것 자체’가 지옥일지 모른다.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삶.
태어난 것을 저주하는 삶.
본인 아니고서야
그 누가 이 삶들을 알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지옥을 이길 힘 또한 사람에게 있고,
사람은 말과 행동으로 그 힘을 발휘한다.

아무것도 비교하지 말라.

당신이 아픈 것은
그저 아픈 것이다.
구태여 강한 척하며
아픈 자신을 내버려 두지 말자.

당신과 당신의 삶을
언제나 응원한다.

이길 힘이 없어 주저앉은 당신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아무개 한 명쯤은
당신 곁에 마음을 두었음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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