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재무팀 연봉은 얼마나 될까

파이낸셜 애널리스트부터 비즈니스 아키텍트, 디렉터까지

by 최혁재


지난 글에서 소프트웨어 회사 재무팀이 대략 뭘 하는지 썼다. 아직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가 남아있다. 그래서 얼마나 버나.


솔직히 이게 제일 궁금할 것 같다.


억소리 난다는 미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연봉 정보는 넘쳐난다.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L5, 메타 E5 기준 $400K~$450K. (L, E 뒤에 붙는 숫자는 각 사 내부 직급 코드인데, L5/E5 정도면 입사 5~8년 차 시니어급이다.) 이런 숫자들은 Levels.fyi에 수천 개씩 올라온다. 한국 뉴스에도 종종 나온다. 그런데 같은 회사 재무팀은? 데이터 자체가 적다. 관심이 적은 걸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보단 확실히 덜 버는 것 같으니까.


그래도 여기저기 데이터는 있다. 좀 잘 찾아보고 뜯어봐야 할 뿐.



파이낸셜 애널리스트(Financial Analyst)


4년제 대졸, 또는 석사 하나를 추가로 거친 직후 입사하는 입문 레벨이다. 총 보상(기본급 + RSU + 보너스) 기준으로 빅테크 기준 $110K~$160K 구간에서 시작한다. Apple 입문 레벨(ICT2, 애플 내부 최하위 정규직 레벨) FA 기준 $103K, Microsoft 최하위 레벨 기준 $106K가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참고로 애플은 버는 돈에 비해 직원들 복지에 박한 편으로 소문이 나있다.


Levels.fyi에서 눈에 띄는 Google FA 중간값 $238K, Meta $196K 같은 숫자는 신입 기준이 아니다. L4~L6(주니어부터 시니어까지 아우르는 직급 범위) 애널리스트까지 포함한 전체 평균이다. 직군 이름이 Financial Analyst로 같아도 레벨에 따라 보상 차이가 크다. 입사 3~5년 차 시니어 FA가 이 구간에 해당한다.

(출처: https://www.levels.fyi/t/financial-analyst)



파이낸셜 매니저(Financial Manager)


MBA 졸업 후 첫 커리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주로 들어오는 레벨이다. 또는 FA로 3~5년 경력을 쌓은 후 올라오기도 한다. 총 보상 $150K~$260K 구간이 일반적이고, 빅테크 기준으로 $200K 중반대가 이 레벨 중간값이다. Google MBA 입사자의 총 보상이 $211K~$371K 구간인 걸 감안하면, MBA 학위를 갖고 들어갔을 때 어느 레벨에서 출발하는지 가늠이 된다. 나도 MBA 입사 케이스지만 우리 회사는 빅테크처럼 많이 주지 않는다.



비즈니스 아키텍트(Business Architect)


파이낸셜 매니저와 비슷한 연봉 레인지에 있다. 총 보상 기준 $150K~$220K 구간이 일반적이고, 시니어 레벨로 올라가면 $220K~$280K까지 올라간다. 기술 역량이 깊을수록 보상도 올라간다. 재무 직군이면서 동시에 Snowflake, ERP, BI 툴 같은 데이터 인프라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연봉이 꾸준히 올라가는 포지션이다.


이 역할의 독특한 점은 재무 직군 레벨링(Financial Analyst → Manager → Director)과 기술 직군 레벨링(Solution Architect, Senior Architect)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는 거다. 회사마다 어느 쪽 직군 체계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레벨과 보상이 달라진다.



파이낸셜 디렉터(Financial Director)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리더십이다. 사업부 전체 재무 전략을 책임지고, CFO(최고재무책임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도 있다. $260K를 기본으로 깔고 간다. 시니어 디렉터나 VP급이 되면 RSU 비중이 크게 올라가면서 $400K~$500K를 넘기도 한다.



총 보상 패키지를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 하나. 미국 테크 기업 보상은 기본급(Base Salary)만 보면 안 된다.


총 보상(Total Compensation) = 기본급 + RSU + 연간 보너스다.


RSU(Restricted Stock Units, 제한주식유닛)는 회사 주식을 일정 기간에 걸쳐 받는 구조다. 보통 4년에 걸쳐 지급되고, 총 보상의 30~50%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주가가 오르면 실질 보상이 확 올라간다. 입사할 때 $200K 패키지였는데, 2년 후 주가가 두 배 오르면 실질 보상이 그 이상이 되는 식이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총 보상도 줄어든다. 변동성이 있다. 그래서 "기본급이 얼마"보다 "총 보상이 얼마"로 이야기하는 게 맞다.



그런데 엔지니어랑 비교하면


같은 레벨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보상이 재무 직군보다 높다. 명백한 사실이다. 테크 기업은 기술 인력이 핵심이라 엔지니어 패키지가 더 공격적으로 설계된다. 구글 L5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중간값은 $400K 이상이다. 같은 레벨 재무 직군 중간값의 두 배에 가깝다.


그걸 알고도 재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가 있다.


숫자만으로는 비교가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 회사 전체 그림을 내려다보는 시야, 엔지니어링이 아닌 방향에서 테크 산업을 이해하는 관점. 재무 직군이 만들어주는 커리어 자산이 있다... 라고 쓰고 그냥 문송이라고 읽는 게 맞을지도.



생활비 현실


마지막으로 맥락 하나.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생활비는 미국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생활물가지수(Cost of Living Index) 기준으로 약 214인데, 미국 평균이 100이다.


$200K를 벌어도 월세로 $4,000~$6,000이 나간다. 세금도 캘리포니아 주세가 최고 13.3%에 달한다. 연방세까지 합치면 고소득 구간에서 세율이 40%를 넘는다. 세후, 생활비 빼고 남는 돈은 숫자만큼 크지 않다.


그래서 Levels.fyi 숫자를 보면서 "와 대박"이라고 하기 전에, 그 돈이 어디서 어떻게 나가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 단순 숫자의 크기와 실제 삶의 여유는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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