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만에 150만 명이 ChatGPT를 떠난 이유
앤트로픽이 국방부 협상 테이블에서 일어선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오픈AI가 그 자리를 채웠다.
2억 달러(약 2,900억 원) 규모의 국방부 계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으로 지정하고 연방기관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린 직후였다. 타이밍이 노골적이었다.
그로부터 48시간 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QuitGPT"라는 서명 운동이 온라인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48시간 만에 150만 명이 ChatGPT 구독을 취소하거나 삭제하겠다고 서약했다. 앱 삭제율은 직전 대비 295% 폭등했다. (참조)
그리고 같은 시간, 앤트로픽의 Claude가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1위에 올랐다. ChatGPT를 제치고. (참조)
"Don't support bootlickers."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번진 문구였다.
반발이 커지자 샘 올트먼이 직접 나섰다. 그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opportunistic and sloppy." 우리말로 하면 "기회주의적이고 엉성했다"쯤 될까. CEO가 자기 회사의 계약을 이렇게 표현하는 건 드문 일이다.
올트먼은 "앤트로픽과 같은 레드라인을 공유한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는데, 금요일에 서둘러 계약을 맺은 게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더 나쁜 결과를 막으려는 진심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기회주의적이고 엉성해 보였다"고. (참조)
오픈AI는 계약을 재협상했다. 미국 시민 감시 금지, NSA 사용 불허 조항을 명시적으로 추가했다. 앤트로픽이 처음부터 요구했던 바로 그 조항들이 들어갔다. (참조)
ChatGPT를 지운 150만 명의 속내가 뭐였을지 생각해봤다.
오픈AI가 군사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타이밍과 방식이 문제였던 것 같다. 앤트로픽이 원칙을 이유로 계약을 거부한 직후, 오픈AI가 그 빈자리에 뛰어들었다. 재협상 전 원본 계약서에는 감시 금지 조항도 없었다. "우리도 같은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경쟁사가 거부한 계약을 급하게 가져간 것. 올트먼 본인도 인정한 그 "기회주의적" 인상이 사용자들에게는 배신감으로 읽혔을 거다.
AI 기업에 대한 신뢰는 제품 성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 데이터가, 내 질문이, 내가 매달 돈 내고 쓰는 서비스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그 믿음이 흔들리는 데 48시간이면 충분했다.
지난 글에서 앤트로픽이 이 싸움에서 지고도 이길 수 있다고 썼는데, 오픈AI의 사례는 그 반대편을 보여준다. 이기고도 질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