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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Oct 28. 2018

주니어로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직업인의 기본기 #00 - 여는 말

직업인으로서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 필요한 역량의 종류가 너무나 많다. 논리적 사고력, 협업력, 문제를 풀기 위한 의지, 역량을 키우기 위한 꾸준한 학습력, 친화력, 주니어를 가르치는 능력, 감정적 공감력.... 헤아릴 수 없겠다. 필요 역량 종류가 많으니 그걸 얻기 위한 방법도 다양하다. 실무에서, 모임에서, 멘토를 통해, 강연을 통해, 글을 통해 등등등.


이렇게 직업인을 모두 망라하여 이 질문을 하면 너무 큰 이야기가 되지만, 사회초년생, 주니어 직업인에게는 이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주니어 직업인이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을 잘 하는 사수'를 만나는 것이 제1조건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보고 그의 역량을 하나하나 다운로드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일잘러' 사수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조직구조상 '사수'라는 존재가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정말 '일잘러' 사수를 만났더라도 행복하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뛰어난 능력만큼 기대치가 높은 사수와 호흡을 맞추어 일하는 것은 굉장히 스트레스적인 일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은 '사수'의 역할을 보조하기 위한 글이다. 성장을 열망하는 주니어 직업인들을 위해 일을 하는 '기본기'를 다루고자 한다. 



직업인의 기본기- 여는 말

1. 왜 이런 주제로 글을 쓰는가?

우리 회사 신입들을 위해 교육용으로 기본서를 하나 지정하고 싶었다. 내부 신입교육이 갖추어져 있기는 하나, 일을 하는 자세나 방법론을 다운로드하는 것은 대부분 면대면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이를 어느 정도는 시중의 책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열심히 찾아보고 읽어보았는데, 딱 이 한 권을 읽으면 주니어로서 기본을 갖춘다!라고 할 수 있을만한 책이 없었다(!!!!!).


[알라딘 캡쳐화면] 알라딘의 카테고리에서 신입사원을 위한 카테고리는 없다. 그나마 가까운 카테고리가 '성공학/경력관리'인데, 여기에서도 대개의 도서는 리더들을 위한 책들이다.


조직관리나 리더십에 대해서는 영감 넘치는 훌륭한 책이 정말 많은데 어째서 주니어를 위한 책은 이렇게나 부족할까?


그래서 내가 직접 써봐야겠다 생각했다. 책처럼 정리해보고 싶지만, 그건 너무 큰 프로젝트가 될 테니 그때그때 '내가 주니어였을 때 이걸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떠오르는 것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몇 화 만에 끝날 수도 있고, 10화, 100화를 넘길 수도 있겠다.



2. 글쓴이는 누구인가?(글의 타당성을 어떻게 보증하는가?)

글쓴이는 7개의 회사를 경험했다(본인 창업과 인턴 경력 포함). 주니어로서도 일을 해봤고 사수, 관리자로서도 일을 해보았다. 현재는 브랜드 마케팅 에이전시를 창업하여 일하고 있다.


아직 배울 것이 많은 내가 이런 업무방법을 쓸 자격이 있을까 하는 걱정은 좀 된다. 업무방법이라든지, 창업에 대한 이야기 등을 글로 정리하고 싶은 욕심은 원래 있었으나, 그건 내가 비즈니스적으로 대성한 다음에 정리하고 싶었다. 레이 달리오 형님 정도는 성공해야 '원칙'이라는 제목으로 멋지게 글을 내지 않겠는가?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내 경력상 지금이 '주니어로서 일을 잘 하는 법'을 쓰기에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주니어로서 일을 했던 것이 멀지 않고, 2) 현재는 관리자의 관점에서 주니어와 일을 하고 있어 양쪽의 입장을 모두 알고 있으며, 3) 소기업 창업자인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주니어가 빨리 업무에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매우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주니어로서 일을 잘 하는 법'을 레이 달리오 형님이 쓸 수는 없지 않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왜 시중에 주니어를 위한 업무지침서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조금 짐작이 갔다. 

위대한 경영도서를 쓰는 비즈니스 리더들은 조직의 정점, 또는 자신의 업의 정점을 찍어본 사람들이다. 그들이 본인들의 지식을 글로 전달할 때 즈음에는 '주니어를 트레이닝시키는 것'은 너무 작은 주제가 된다. 

반면 주니어 트레이닝에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그걸 쓸 역량이 되는 사람들, 즉 중간관리자 및 관리자들은 실질적인 관리와 실무에 바빠 글을 쓸 여유를 갖지 못한다.

감사히 잘 읽고 있는 앤드루 그루브 형님의 관리자를 위한 지침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앤드루 형님이 시니어 시절에 주니어를 위한 지침서를 남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그런 가이드를 쓸만한 경험이 있다 자부하기는 부끄러우나, 우리 조직을 트레이닝시켜야 한다는 사명이 있어 시간을 투자해 이런 글을 쓸 충분한 이유가 있다(이 연재글을 모아 우리 회사의 매뉴얼로 정리할 예정이다).


도입부에서 이야기했듯, 주니어로서 성장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실력 있는 사수와 일하는 것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도 내가 존경하고 있는 여러 뛰어난 사수, 리더분들과 일할 기회를 얻었었다. 이것이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다. 


그분들로부터 혼나면서, 부대끼면서 배운 소중한 가르침들을 최대한 담아 보고자 한다.


그럼 이제 중요한 질문을 해보자.


주니어로서 일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주니어로서 일을 잘한다는 것, 즉 주니어의 실력이란 무엇인가?


주니어의 실력은 아래의 공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 주니어 실력 공식

실력의 구성요소를 3개의 층위에 걸쳐서 나누어보았다(필자가 마음대로 짠 것이니 이 외에도 다른 방법으로 정의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분석해보는 이유는 실력의 정체를 알아야 실력을 쌓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층위를 하나씩 살펴보면서 이와 같은 모델이 어떤 시사점을 가지는지 하나씩 정리해보자.


[Level 1] 주니어의 실력 = 개인 생산능력 x 협업력 

최상위 레벨에서 주니어의 실력은 딱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개인 생산 능력', 즉 가치생산 모듈로서 개인 실력이다.

주니어란 조직의 실무 생산 라인의 최전선이다. 비즈니스의 가치 활동의 시작이 되는 단위로서, 주니어가 개인 단위에서 그 가치를 얼마나 생산적으로 창출하고 있는가 하는 관점이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실력'은 이 관점만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둘째, '협업력' 즉 협업적 관점에 대한 이해도이다.

협업은 비즈니스적 업무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다시 생산 라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비즈니스의 가치 창출은 여러 개의 가치생산 모듈에 의해 협업적으로 이루어진다. 심지어 1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외부의 파트너들을 레버리지하여 업무를 수행한다. 이런 협업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하느냐 여부는 엄청난 퍼포먼스 차이를 만들어낸다.


다시 정리하면 주니어의 실력은 '혼자 하는 일'에 대한 역량과 '같이 하는 일'에 대한 역량의 곱셉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 곱셈(!)인 점에 유의하자. 두 인수 중 하나라도 0이거나 마이너스라면 퍼포먼스가 없어지거나 마이너스가 된다(이를테면 협업력이 마이너스인 상태로 실력만 높으면 역설적으로 실력이 높을수록 조직에 '장기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


협업력의 간단한 예시를 보자.

'A, B의 업무 중 A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업무이고, B는 내가 해서 먼저 해서 ㅇㅇ님에게 드려야 ㅇㅇ님이 일을 시작할 수 있구나. 그럼 B를 먼저 해야겠다!'
(메일에 첨부 파일을 넣을 때) 'PDF로 뽑아보니 용량이 좀 크네. 빨리 다운받으실 수 있게 용량을 줄여 보내야겠다. 바쁘실 테니 핵심만 확인하실 수 있게 본문에는 1. ㅇㅇㅇ. 2 ㅇㅇㅇ이라고 요약해드려야겠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고 일하는 주니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런 협업력이 적용될 상황은 매일 매시간 일어난다. 이렇듯 협업력은 굉장히 중요한 인수이나 많은 경우 여러 역량 중 하나로 나열되는 데에 그치곤 한다. 조금 길어지고 있는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메세지를 뽑는다면 '협업력은 중요하다'이다. 만약 직장에 다니지 않고 혼자서 하는 업무를 하는 이라도 Client(손님, 의뢰자, etc)가 있다. 그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역량이 곧 협업력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편하게 일할까?

협업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하는 질문이며, 이 질문이 머리 속에 있지 않으면 아무리 개인 역량이 뛰어나도 직업인으로서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Level 2] "개인 생산 능력 = 지식역량 + 비지식역량"


한 층위 내려와 보자. '개인 생산 능력'은 가치 창출이 지식에 기반하는지 여부에 따라 '지식역량'과 '비지식역량'으로 나뉜다.


'지식역량'은 직무/비직무적 지식에 기반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성수기에 키워드 CPC가 너무나 높아진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즉시 답하기 위해서는 기학습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짬으로 학습했든, 공부를 해서 학습했든 내재화된 지식이 필요하다. 


'비지식역량'은 지식과 상관없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른 말로 '문제해결력'이라 한다. 위와 같이 '주니어의 실력이 무엇으로 구성되는가?'라는 질문은 지식에 기반하여 답을 가릴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이때는 문제를 정의하고, 분해하고, 가설과 가설 검증계획을 수립하는 일종의 논리적 사고 엔진이 필요하다.


개인 생산 실력에 비해 협업력이 간과되곤 하듯, 비지식역량은 지식역량에 대비해 간과되곤 한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지식역량은 쉽게 구식화(outdated) 될 수 있다. 반면 비지식역량, 즉 문제해결력은 시간/트렌드/업종을 초월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업인의 본원적 전투력이다. 


당장 다른 직무로 가더라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쌓고 있는가?

여기서 얘기하는 문제해결력이 곧 논리적 사고력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체력, 매력, 배짱 등 시간과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필요한 역량을 모두 포함하는 이야기이다. 중요한 건 본원적 전투력인 이 문제해결력의 중요성을 인지를 하고 그것을 개발해나가고 있는지의 여부다.


[Level 3] "지식역량 = Exp(경력, 학습) x 지식적합성"


지식역량은 'Exp(=경험치)'라는 함수와 '지식적합성'이라는 인수의 곱으로 구성된다.


위에서 살펴봤듯 지식역량의 특성은 '지식적합성'이라는 인수로 인해 경험치가 쉽게 구식화(outdated)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치 함수의 input 중 '경력'은 시간이 지나면 계속적으로 올라간다. 따라서 경험치 함수 자체는 지속적으로 값이 커진다. 소위 말해 '짬'이 참에 따라 보다 능숙하게 일하는 것이 이런 이치다. 하지만 '지식적합성'이 0이 되어버리거나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어버린다면 '지식역량'은 오히려 '실력'을 저해하게 된다. 산업/직무 트렌드가 바뀔 수도 있고, 본인이 이직을 할 수도 있다.


이때 유의할 인수가 '학습'이다.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경험치 함수의 값을 지속적으로 높여주고 지식적합성을 최신화해주어야 한다. 회사를 다니기만 하면 얻는 '경력'이라는 input에만 의존하는 사람과, 의식적으로 본인의 직무/산업에 대해 찾아 공부하며 '학습'이라는 input을 높게 가져가는 사람의 성장 속도는 완전히 다르다. 


'학습'이란 input을 확보하고 있는가?

학습의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다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책과 글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필자 본인도 글을 통해 배운 바가 많이 있어, 이런 글로도 어느 정도 지식 전달이 가능하리라 믿고 이렇게 정리를 해보는 것이다.



주니어의 실력 공식을 보면서 세 가지 질문을 정리해봤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편하게 일할까?

당장 다른 직무로 가더라도 발휘할 역량을 쌓고 있는가?

'학습'이란 input을 확보하고 있는가?


평소에 스스로에게 하지 않았던 질문이라면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만으로도 실무에 조금 보탬이 되리라 믿는다.


아마도 본 시리즈에는 '협업력'과 '문제해결력'에 관련된 부분이 많이 다루어질 것이다. 특히 필자가 중요시하는 '협업력'에 대해 많이 다룰 것이다. 지식적인 것은 업종과 조직마다 필요한 것이 다르다. 하지만 일단 조직적으로 일을 하는 한 '협업력'에 요청되는 요구사항은 보편성을 띤다. 본 시리즈는 그러한 보편적인 '기본기'를 다룰 것이다.


존경하는 오차장님의 귀한 말씀

마지막으로 위 실력 공식의 전체 그림을 보았을 때의 시사점을 하나만 이야기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건 '경력'이라는 인수가 실력 구성에서 상당히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굉장히 단순화한 모델이라, 경력이라는 요인의 영향력이 다른 인수들에게 녹아들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해당 인수들은 학습/태도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즉, 협업력과 문제해결력을 빠르게 키우고, 학습을 통해 업계/직무 지식을 빠르게 쌓는다면 짬을 뛰어넘을 수 있다. 본인의 의식과 노력에 따라 실력의 성장 속도는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예전에 한 컨설팅펌에서 인턴을 할 때, 내 성장에 큰 자극을 준 사수의 한 마디가 있었다.


"인턴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주는 게 아니다. 2년차 Associate Consultant 수준으로 작업물을 가지고 와라."


인턴이 아닌 신입사원이라면 더욱더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명함을 받고 직무와 직책을 받는 순간 당신은 조직 내 한 가치생산 모듈을 담당하는 '프로'다. 매번 프로 수준의 결과물, 1인분의 생산성을 내겠다 생각하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빠르게 성장하고 싶어 하는 주니어들의 조급증은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런 조급한 이들에게 본 시리즈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단순한 여는 말인데 조금 길어졌다.


다음 글(진짜 1화)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문제 정의하기'다. 

비즈니스적인 모든 과업의 시작은 문제정의이기 때문이다.


이 주장에 보다 충실하고자 '문제정의' 자체를 다루기 앞서서 '이 시리즈가 다루고자 하는 문제'부터 정의를 해보았다. 때로는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실력이라는 것을 정의해보는 하나의 시각을 통해 업무에 도움이 될 실마리를 찾기 바란다.


다음 화에서는 '문제 정의하기'를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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