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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형 물고기자리 Feb 13. 2021

넷플릭스 영화 추천: The Dig

세상의 소리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보는 고요한 영화

넷플릭스의 최신 등록 콘텐츠에서 본 “the Dig”는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이, 주연배우가 캐리 멀리건과 랄프 파인즈 그리고 조연으로 릴리 제임스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보게 된 영화이다. 월요일 밤이라는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에도, 영국 서퍽주의 평원과 고택을 자연 그대로 아름답게 담은 영상미와 목소리가 좋은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까지 너무 좋아서 한껏 영화에 집중하였다. 코로나 시기의 가장 아쉬운 것 중에 하나가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 기회가 적어진 것이다. 극장에 가서 좋은 영화를 보거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보고 또는 해외에 가서 길거리 돌에서도 오랜 역사를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 지 벌써 1년이 지나갔고, “the Dig”는 집에서 “예술과 아름다움”을 오랜만에 경험하게 하였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the Dig (2021년)

감독: 사이먼 스톤  

출연:  캐리 멀리건, 랄프 파인즈, 릴리 제임스 

내용: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의 한 미망인이 알려지지 않은 고고학자를 고용한다. 그녀의 사유지에 있는 둔덕을 파헤치기 위해, 그리고 이 모험은 곧 역사를 뒤흔들게 된다. (넷플릭스)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고 숨을 죽이고 있는 1939년, 영국의 동남쪽에 있는 서퍽주(Suffok)에 오래된 둔덕을 소유하고 있는 프리티 부인(캐리 멀리건)은, 결혼 전 13년간 아버지를 병간호하고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아들인 로버트를 키우고 있는 몸이 약한 부인으로, 건강이 악화되기 전에 “둔덕”을 발굴하기로 한다. 프리티 부인이 발굴 의뢰한 배질 브라운(랄프 파인즈)은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아버지로부터 배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프리티 부인과 그녀의 아들 로버트와 고고학을 사랑하는 유대감을 형성하고, 역사적 발굴을 주도하게 된다. 서퍽 해안가에서 떨어진 Suffok Hoo 지역의 둔덕은 바이킹 시대 유적지로 추측했으나 그보다 더 오래된 앵글로 색슨 시대의 배 매장지로 밝혀지고 캠프리지 대학 고고학자와 같이 발굴을 하게 되면서 영국 고고학의 위대한 발견이라고 평가받는 헬멧과 보물을 발굴하고,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다. 

    평생을 바쳐 발굴해도 발견하기 어려운 유적을 발굴한 배질 브라운, 후에 대영 박물관에 전시될 정도로 유서 깊은 앵글로 색슨 시대의 유적에 대한 발굴 책임자를 명망 높은 학자가 아닌 이단아로 불리는 발굴가 배질 브라운으로 지명하는 용기와 원칙을 가진 프리티 부인과 그와의 유대감은 그들의 첫 만남에서 배질의 한마디로 시작된 것 같다. 둘 다 발굴과 고고학을 사랑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과거가 말을 하기 (They speaks, don’t it. The past)”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지역 유지가 사적으로 발굴한 역사적 발견을 국가의 업적으로 빼앗아가려는 사회의 요구를 그 당위성은 인정하나, 과정에서의 개인의 노력과 업적을 지키기 위한 프리티 부인과 배질 브라운의 공동의 노력을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과거의 사실을 발굴하려고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허망하게도 느껴지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과거의 사실을 발굴하고 기록함으로써 미래의 후대가 자신의 뿌리를 알게 해 주는,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유물에 대한 개인 소유를 인정하는 평결 후,  아직 어린아이를 두고 삶을 마감하게 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절망감을 인간의 유한성에 비교한 프리티 부인을 배질은 고고학적 관점에서 위로한다. 

우리는 죽어요. 결국에는 죽고 부패하죠. 계속 살아갈 수 없어요.

제 생각은 다른데요.  인간의 최초의 손자국을 동굴 벽에 남긴 순간부터 우린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언가의 일부가 됐어요. 그러니 정말로 죽는 게 아니죠.   

    캐리 멀리건은 특유의 마른 몸에서 전해오는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이나, 원칙주의자이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완고한 모습을 보이는 프리티 부인 역을 나이 논란(실제 프리티 부인은 1939년에 50대이고, 극 중에서는 40대 정도로 보이나 실제 캐리 멀리건은 30대 중반이다)에도 불구하고 나지막하나 확고한 목소리로  훌륭하게 연기하였다. 영화의 첫 장면에 넓은 강을 자전거를 싣고 건너오는 배질 브라운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의 랄프 파인즈는 완고 하나, 발굴작업을 사랑하는 헌신적인 발굴가로서의 나무랄 데 없었다. 프리티 부인의 아들인 로버트 역시 엄마를 사랑하고 둔덕을 발굴하는 역사적 순간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연기가 좋았다. 

    영국 남동부에 위치한 서퍽주의 평원과 풍경을 넓고 웅장하고 자연의 색감 그대로 담아내고, 사람은 때때로 과감하게 클로즈업하면서 역사적 발견의 순간에 사람과 자연, 각각이 경험하는 것을 아낌없이 보여주었고, 음악은 그 순간에 딱 맞춰 긴장감과 고요함을 선사하였다. 프리티 부인의 사촌인 로리가 전쟁에 참전하기 전에, 발굴 순간을 기록한 사진을 식탁 위에 펼쳐 놓은 장면은 마치, 고고학 사진 전시회를 보는 것과 같았다. 이 영화를 볼 때는 가급적 큰 화면과 좋은 오디오가 구비된 곳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얼마 전 읽은 조너산 샤프란 포어의 “우리가 날씨다. We are the weather- 아침 식사로 지구 구하기” 책에서 진주만 기습 후 전쟁에 깊이 발을 담그게 된 1942년 4월 28일 저녁의 루스벨트 대통령 담화를 소개하였다.  

“우리 모두가 세계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적과 싸우는 특권을 누릴 수는 없습니다. …

하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참여하는 하나의 전선, 하나의 전투가 있습니다…

그 전선은 바로 여기 집에, 우리의 일상생활에, 우리가 매일 하는 일에 펼쳐져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을 겪은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긴장감이 가득했던 1939년, 어떤 사람은 참전하여 전투를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과거의 역사를 발굴하면서 전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 대영 박물관에서 직접 서퍽 후 앵글로 색슨 유적을 볼 수는 없지만, 그 아쉬움을 관련 사이트의 정보와 Virtual Tour로 대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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