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의 경계에서 인간성을 묻다
“이제는 AI와 구별되는 ‘진짜 사람’ 임을 증명할 방법이 필요하다.”
알렉스 블라니아 툴스포휴머니티(TFH) CEO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 센터에서 30일(현지시간) 열린 ‘At Last’ 간담회 질의응답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당신은 은행에 전화해 계좌 정보를 확인하려 합니다. 그런데 상담원이 갑자기 말합니다.
"죄송합니다만, 고객님이 실제 사람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음 질문에 답해주시겠어요?"
상상만 해도 황당하게 들리시나요? 하지만 이런 상황이 머지않은 미래에 일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우리 모두가 조만간 마주할 수도 있는 흥미롭고도 조금은 불편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AI와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에 '진짜 사람'임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AI가 너무 똑똑해져서 생긴 기묘한 문제
어제 ChatGPT에 "가을에 관한 시를 써줘"라고 요청했더니, 정말 감성적인 시가 나왔어요. 마치 오랜 시간 시를 써온 시인의 작품처럼 문학적인 느낌이 물씬했죠. 그리고 AI가 그린 그림이 국제 공모전에서 입상했다는 뉴스도 종종 있습니다.
이제 블레이드 러너의 리플리컨트는 SF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테스트하던 시대는 지나고,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자신의 '인간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최근에 온라인에서 대화하는 상대가 사람인지 AI인지 의심해 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반대로 의심받은 적은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 : AI와 우리를 구분 짓는 것들
AI가 아무리 똑똑해진다 해도, 아직은 완전히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특성들이 우리가 '진짜 사람'임을 증명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죠.
AI는 "나는 슬프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말로 슬픔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제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느꼈던 그 복잡 미묘한 감정들 - 상실감, 후회, 그리움이 뒤섞인 감정의 결-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죠.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 있으실 거예요. 첫사랑의 설렘, 시험에 떨어졌을 때의 좌절감,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벅찬 기쁨... 이런 감정들은 단순히 '기쁨', '슬픔'이라는 라벨로 규정할 수 없는 깊이가 있습니다.
"내가 느끼므로 나는 존재한다" - 이것이 AI시대의 새로운 데카르트적 명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최근 회사 프로젝트에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문득 샤워하다가 떠오른 엉뚱한 아이디어가 해결책이 된 적이 있어요. 이런 경험, 여러분도 있으시죠?
AI는 패턴을 학습하고 기존 데이터를 재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창의성은 예측 가능한 패턴을 깨는 데서 나옵니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객관적으로 옳다고 느끼는 선택, 때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용기, 이런 것들이 인간만의 특성이죠.
우리 각자는 유일무이한 삶의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 사춘기의 방황, 성인이 되어 마주한 책임감... 이 모든 경험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죠.
특히 신체를 통한 경험은 AI가 절대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맨발로 푹신한 모래사장을 걷는 감각, 오랜 운동 후 느끼는 근육통, 좋아하는 사람과의 첫 스킨십에서 느끼는 떨림.. 이런 경험들은 데이터로 환원될 수 없죠.
가끔 제가 실수로 줄을 서는데 새치기를 해서 뒤에 있던 분에게 눈총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느낀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단순한 규칙 위반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내 행동이 타인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었습니다.
AI는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 있지만, 옳고 그름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고뇌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과정은 인간만의 영역입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도덕적 딜레마 앞에서 고민했던 경험, 여러분도 한 번쯤은 있으실 거예요.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논리적 답이 없음에도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으려 합니다. AI는 이런 질문에 대해 학습된 철학적 담론을 요약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정으로 이런 질문들을 '고민'하지는 않죠. 의미를 찾고 스스로 삶의 목적을 부여하는 과정은 인간 특유의 활동입니다.
경계가 흐려진 미래 : 우리가 직면할 문제들
AI가 더욱 발전해서 위에서 이야기한 인간적 특성마저 흉내 낼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까요?
얼마 전, AI가 작성한 가짜 기사가 SNS에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어요. 모두가 진짜라고 믿었던 그 기사는 실제로는 전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묘사했죠.
이렇게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면, 사회적 신뢰 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연인 간의 문자 메시지, 온라인 수업의 질문, 심지어 친구와의 대화까지... 모든 상호작용이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은행거래, 투표, 중요 시설 접근 등 신원 확인이 필수적인 모든 시스템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생체 인식마저 AI가 모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진짜 나'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데이팅 앱에서 만난 상대가 실제 사람인지 AI인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또는 온라인 상담 서비스에서 내 고민을 AI에게 털어놓고 있다면? 이러한 의심은 진정한 인간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외로움과 소외감을 더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AI가 모든 걸 할 수 있다면,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많은 사람들에게 실존적 불안을 가져올 수 있어요. 내가 하는 일, 내가 창작하는 것들, 내가 표현하는 감정이 모두 AI로 대체 가능하다면, 인간으로서의 특별함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런 문제들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요?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식별하는 워터마킹 기술, 더 정교한 인증 시스템(행동 패턴 분석, 생체 신호 기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신원 증명 등 다양한 기술적 대안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AI와의 끊임없는 군비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AI가 발전할수록 이를 탐지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하니까요.
AI 사용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거나, AI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법률, 그리고 AI윤리 기준 확립등이 필요합니다. 이미 유럽연합에서는 AI규제법을 도입하고 있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법이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여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일 것입니다. AI가 생성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 그리고 AI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효율성과 생산성만 중시하는 가치관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교류, 정서적 유대, 공동체적 가치, 윤리적 성찰 등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인간다움을 되새기는 기회
사실, AI와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 시대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는 최근 이 질문을 깊이 생각하면서, 오히려 더 의식적으로 '인간다운' 경험을 추구하게 되었어요.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친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자연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때로는 비효율적이더라도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항상 손글씨로 메모하는 습관도 얼마 전까지 계속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빠르고 편하게 남기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예전처럼 손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치는 얼마나 효율적이고 똑똑한가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느끼고, 관계를 맺고, 의미를 찾으며, 때로는 실수하고 방황하는 불완전함 속에 인간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AI시대에 '진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기술이 우리의 존재를 위협한다는 건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직접적인 공격 등으로 위협을 하는 것이 아닌 여러 의미로의 존재 가치를 위협하는 일이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면 되새겨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