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새가 나무 가지 횃대에 잠시 앉아 있다가
푸르륵 날아 올라 둥지 위에 앉는다.
손수 만든 둥지를 꽉 붙든다.
스르륵 뱀이 올라와 알을 삼키지는 않을지,
하늘에서 독수리가 번개처럼 달려들지는 않을지,
온 감각을 열어 놓는다
그가 갖고 있는 무기는 오로지,
뾰족한 부리와 찍찍짹짹 소리와
누가 잡으면
언제든지 버릴 마음이 있는 깃털들과
단단히 움켜쥘 두 발과
어둠속에서도 빛나는 까만 구슬같은 눈동자 뿐.
그의 자태에 거룩함이 묻어 있다
지켜야 할 게 있는 이에게만 있는 그것,
지키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이니
부르르 떠는 순간에도
그 숭고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둥지 끝에 전달된 그 미세한 진동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경건한 떨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