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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는 것은 거룩하다

by 제이오름
ChatGPT Image 2025년 10월 9일 오후 08_01_39.png


어미새가 나무 가지 횃대에 잠시 앉아 있다가

푸르륵 날아 올라 둥지 위에 앉는다.


손수 만든 둥지를 꽉 붙든다.

스르륵 뱀이 올라와 알을 삼키지는 않을지,

하늘에서 독수리가 번개처럼 달려들지는 않을지,

온 감각을 열어 놓는다


그가 갖고 있는 무기는 오로지,

뾰족한 부리와 찍찍짹짹 소리와

누가 잡으면

언제든지 버릴 마음이 있는 깃털들과

단단히 움켜쥘 두 발과

어둠속에서도 빛나는 까만 구슬같은 눈동자 뿐.


그의 자태에 거룩함이 묻어 있다

지켜야 할 게 있는 이에게만 있는 그것,

지키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이니


부르르 떠는 순간에도

그 숭고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둥지 끝에 전달된 그 미세한 진동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경건한 떨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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