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대봉 한 상자를 보내왔다
온 식구가 한참 먹어도 남을 만큼의 양이다
하나씩 꺼내어 햇빛 가득한 창가에 늘어 놓는다
몇 개는 채반에 담아 놓는다
어느새 창가엔 주황빛이 가득하다
또 하나의 가을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가족 모두 하루에 한번 눈길을 보낸다
단단해진 감이 말랑말랑한 홍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어떤 날은 감을 바라보며 각자의 기억을 더듬는다
대봉이 홍시가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일주일이 지나니
하나, 둘씩
달콤함이 가득한 부드러운 홍시가 된다
겉 껍질을 벗기고 한 입 베어 먹는다
홍시 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생각한다
이렇게 시간만 필요하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완성품이 되기까지
어느날
아직 덜 여문 대봉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집어들어 다시 제자리에 놓다가 생각이 스친다
홍시가 되기까지 시간만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햇살의 따뜻한 온기와
대봉을 기른 농부에 대한 기억과
하루에 한번 식구들의 눈길과
먹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었다
홍시가 그렇듯,
원하는 완성품은 시간만 필요한게 아니다
간절한 마음이 스며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