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걱정과 슬픔이 있어서
고개를 떨군 이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조용히 창문을 열어주었다
다행히 훅 불고 지나가는 돌풍이 아니다
(그래, 돌풍이면 어때)
가볍고 부드러운 바람이 슬며시 들어와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볼을 어루만진다
넉살좋은 햇살은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늘 용감하게 당당하게 들어오려 한다
우리가 한움큼 바람에 먼저 고개드는 것을
질투하기 때문이다
큭, 웃음이 난다
납덩이처럼 무거운 뭔가가
마음에 콕 박혀 있으면
억지로 빼려고 하지 말고,
그냥 몇 걸음 걸어가
창문을 열어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