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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자영 Aug 30. 2018

우리집 거실에 놀러오세요

'남의 집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

이번주 토요일,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집에 놀러온다.
바로 <남의 집 프로젝트>의 호스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정집 거실에서 집주인의 취향을 나누는 낯선이들의 커뮤니티



남의 집 프로젝트는 오로지, 취향으로 묶인 공동체이다. 그런데 그 모임의 공간이 호스트의 '집'이다.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남의 집 프로젝트를 눈여겨 보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문지기 김성용님에게 먼저 연락이 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자영듀토피아, 가장 사랑스러운 우리만의 '기억을 담은 곳'


나는 작년 11월 결혼했다. 결혼을 하며 처음으로 온전한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나갔다. 6년이라는 긴 연애기간 덕분인지 우리의 취향은 매우 비슷했다.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아, 솔직히 말하자면 내 남편인 듀로 말할 것 같으면 취향에 관해서는 '하얀 도화지'와 같은 귀여운 구석이 있다. 예를 들어 약 3개월간 내가 너무너무 좋다고 떠들어댄 가구에 대해 마치 자신이 처음 말하는 것인냥 좋다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다! 어쩔 땐 종종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는 이 귀여운 구석 덕분에 내가 원하는대로 맘껏 '우리 집'이라는 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자영듀토피아. 자영이와 듀의 유토피아. 애칭까지 붙여진 이 집의 컨셉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Paris에서 찾았다. 2017년 함께 떠났던 첫 유럽 여행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고, 프로포즈도 받았는데, 뭐랄까. '파리'라는 도시는 나에게, 새로운 생이 시작된 곳과 다름 없었다.


파리에서는 어딜가든 에펠탑이 보인다.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는 존재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깨달았던 순간이다.


매일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곳. 집이란 공간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컸다. 그만큼 잘 꾸며내고 싶었지만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을 내가 원하는 느낌과 취향으로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인테리어는 작은 소품 하나를 사는데에도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해야 했다. 색상 하나를 선택하는데도, 포스터 하나를 붙이는데도, 젓가락 하나 그리고 냄비 하나를 고르는데도 뭐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너무 똑같으면 밋밋하거나 지루하고 너무 다르면 난잡하고. 적당히 통일성 있으면서 하나 둘, 재미있는 요소가 보이는 그런 곳을 만든다는 것.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공간을 채운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공간을 채우는 것은 보통 부자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집을 꾸미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공간을 채우기로 했다. 즉, 미니멀리즘이 되어보겠다는 말이었다. 꼭 필요한 것만, 진짜 매일 봐도 좋은 것들만!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자영듀토피아에는 두 번 세 번 고민한 물건들만 가져오고 싶었다.



자영튜토피아는 'Remeber Paris'라는 큰 컨셉 아래, 빈티지 모던과 그리너리 하우스라는 두 가지 컨셉을 생각하며 꾸민 집이다. 파리를 생각하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빈티지한 것들을 들여놔야 하지만, 우리는 겁쟁이 쫄보들이라 오래되고 낡은, 그래서 사연이 있고, 영혼이 깃들어 있을 것 같은 물건들이 무게감 있게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싫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모던하게 꾸미되, 소품으로 빈티지하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기준으로, 적절하게 조화된 그런 공간이 점점 완성되어갔다.


딱 놓여져야 할 것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마음이 아닐까.


적당히 좋은 것들 말고,
진짜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로만 채워진 공간.
그게 우리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좋아하는 것들과 뒹굴며 함께하는 밤


남의 집 프로젝트, 가장 '낯설고도 편안한 만남'


남의 집 프로젝트의 방점은 아마도 '집'이 아닐까 싶다. 낯선 이의 집에 놀러가는 경험. 낯선이를 집에 초대하는 경험. 집이라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우리들만의 이야기. 특히 현관문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순간'이 나에겐 매우 특별하게 여겨졌는데, 그 행위 자체가 사회적인 무언가를 벗고 진짜 나로 들어오는 행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영튜토피아에서 함께하는 이번 ‘남의 집 프로젝트’의 주제는 바로 <슬램덩크>다. 재작년 슬램덩크 완간 20주년 기념으로 이노우에 작가를 직접 찾아갔던 <슬램덩크 포에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재작년 진행한 <슬램덩크 포에버> 프로젝트는 와디즈 펀딩으로 슬램덩크 팬들의 후원을 받아 약 12명의 멤버들이 이노우에 작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직접 전하러 간 프로젝트였다. 이노우에 작가는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슬램덩크>를 관리하고 있는 일본에서 가장 큰 출판사 중 하나인 ‘집영사’와의 미팅을 가질 수 있었고 거기에서 이노우에 작가가 우리를 위해 준비했다는, 친필 사인과 엽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프로젝트의 영상을 남길 수 있었고, 또 각자의 경험을 책으로 엮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평생 기억에 남을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국가대표 출신 농구감독님부터 농구를 사랑하는 브랜드 전문가, 슬램덩크를 좋아하는 디자이너까지. 나이와 직업을 불문한 만남이었다.


실제 슬램덩크 만화의 배경이 된 북산고 앞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과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어릴적 이 주제를 두고 꽤나 고민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어떻게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매개로 도란도란 모여 앉아 그 의미와 가치, 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슬램덩크를 함께 읽는 밤을 기대해본다


이번엔 어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오늘은 자영듀토피아에 올 분들을 생각하며 집정리를 했다. 새로운 사람들 만난다는 것은, 그리고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낯선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지금 현재의 나를 바라본다는 말이라는 걸 깨닫는다.


낯설지만 그만큼 편견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그만큼 짙게,  



낯설지만 그만큼 편견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그만큼 짙게,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번주 토요일, 후기는 다음 브런치에서. :)



<슬램덩크 포에버 프로젝트>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pWBrKhs_7xU

자영듀토피아 https://www.instagram.com/j.dewtopia/

남의 집 프로젝트 http://naamez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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