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성의 오지로 유명한 임창의 빙도(氷島)를 4번 다녀왔다. 중국의 농촌도 해마다 발전하는 속도가 놀랍다. 운남성의 산간 오지에 고속도로, 지방도로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지자 보이차산의 인심도 박해갔다. 일부 중국 보이차를 즐기는 마니아들만이 소장했던 빙도 보이차는 관심이 집중되면서 빙도의 농가 인심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통이 불편하고, 서쌍판납(西雙版納)의 구(固)육대차산의 의방(倚邦), 만송(蔓松), 괄풍채(颳風寨)에서 생산되는 고수차와 신(新)육대차산의 노반장(老班章), 맹송(勐宋), 경매(景邁)에서 생산되는 고수차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에 무섭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차맛이 유난히 부드럽고 달기 때문이다.
운남성 서남부에 위치한 임창(臨滄)차산은 운남이 자랑하는 각종 차나무 우량 품종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보이차 종자의 유전자은행이라 부르며, 거의 교목형 대엽종 차나무가 주종이다. 운남성의 원시적 형태를 가진 고차수림의 50% 이상 분포된 지역으로 야생 보이차 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녹색의 대설산(大雪山) 아래 휘감고 있는 구름 사이로 울타리가 없는 자연 그대로 보존된 야생차나무의 보고(寶庫)로 중국 정부에서 2007년부터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후 채엽을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감옥으로 보냈다.
필자는 운좋게도 2004년도 수령 1,000년된 대설산 야생 보이차를 마시면서 진년보이차의 진가를 알게 되었고, 빙도노채의 춘차 고수차를 마음껏 시음하면서 호사를 누렸다.
특히 임창시의 봉경현 향죽정 마을에는 신석기시대 와족(佤族)이 천연염료로 수직된 절벽 암석에 그들의 생활상을 그려놓은 벽화에 고차수 위에서 차를 채집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 발견되었고, 약 3200년 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재배형 차왕수는 금수차조(錦秀茶祖)로 보이차의 역사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운남성의 성도 곤명(昆明)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임창은 만약 자동차로 간다면 험난한 도로 때문에 13시간 이상 걸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이었지만, 최근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6시간이면 갈 수 있다. 지리적으로 보면, 임창차구(臨滄茶區)는 횡단산맥(橫斷山脈)에 속한 벽라설산(碧羅雪山)의 남쪽을 따라 형성되면서 중요한 차산은 2개의 도로를 따라 분포하고 있다. 또한 청나라 시대의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운남성의 서쌍판납 이무(易武)에서 출발하여 보이시(普洱市)를 거쳐 임창 중부를 지나 대리(大理)를 거쳐 티베트로 가는 길로서 가장 길며 험난했다. 지금은 214번 국도로 주변에 쌍강맹고차구(雙江勐庫茶區)와 봉경·운현차구(鳳慶雲縣茶區)가 있다. 그리고 보산(保山), 즉 예전의 영창(永昌)에서 미얀마로 통하는 남선고도(南線古道)는 지금의 시맹공로(施孟公路)로써 주변에는 영덕·대설산차구(永德 大雪山茶區)가 포진해 있다. 임창의 쌍강맹고차구(雙江勐庫茶區), 영덕·대설산차구(永德大雪山茶區), 봉경·운현차구(鳳慶雲縣茶區)는 임창의 3대 차구로 구분하며, 보이차 품질이 뛰어나고 유명한 차산은 모두 이 3개 지역차구 내에서 생산되는 고차수 보이차이다. 임창에서 고차수 보이차로 유명한 지역은 쌍강맹고차구의 빙도고수차(島島古樹茶), 봉경·운현차구(鳳慶雲縣茶區)의 운현 만만진 백앵산차(雲縣漫灣鎭白鶯山茶), 봉경향죽정고수차(鳳慶香竹 古樹茶), 그리고 최근에 떠오르는 운현 임상구 방동향(臨翔區邦東鄕)의 석귀고수차(昔歸古樹茶) 등이 있다.
빙도(氷島)차산은 임창시 쌍강현 맹고진에 속해 있으며, 맹고진에서 40k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맹고진에서 대설산 방향으로 자동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다 보면 삼황시대 차(茶)를 발견한 신농(神農)의 사당을 들러서 다시 자동차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남맹하(南勐河) 하천을 댐으로 막은 거대한 빙도 호수가 반긴다. 여기서부터 나오노채마을이 보이고 계속 올라가면 빙도노채, 지계노채, 파왜노채 마지막에 남박노채가 나타난다.
임창 지역의 쌍강맹고차구는 빙도고수차가 명품으로 가장 유명하며, 600년 이상의 재배한 역사를 자랑한다. 빙도 보이차는 사실상 정확하게 말하면 빙도촌민위원회(冰島村民委員會)보이차라고 한다. 빙도라는 발음은 태족(傣族)의 발음으로 ‘마을 입구의 대문을 대나무로 만든 곳’의 뜻하는데 지금은 대나무가 없다. 현재는 ‘冰島’로 표기하지만 과거에 ‘丙島’과 ‘扁島’로 표기하였으며, 현 주민은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는다는 납호족(拉祜族)으로 정착한지는 5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빙도촌민위원회에 ‘빙도(冰島)’, ‘지계(地界)’, ‘나오(糥伍)’, ‘남박(南迫)’, ‘파왜(垻歪)’ 5개 마을이다. 5개 마을에서 생산된 보이차는 모두 빙도 보이차이지만 가격의 차이가 있다. 특히 이 중에 생산량이 적고 가격이 가장 고가의 보이차는 빙도노채(冰島老寨)에서 생산되며, 빙도 보이차를 대표한다.
빙도노채(冰島老寨)는 해발 1,500m에 있으며, 42가구(182명)가 거주하고 있으며, 고수차는 노반장 생산량의 20% 정도로 매우 귀하고 맛있어서 비싸고 가짜가 많다. 마을 주변에 고차수 나무들이 고유번호표를 매달고 보존되고 있었다. 그래서 진짜의 빙도 보이차 맛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매년 춘차(春茶)가 나는 3~4월에 빙도노채에 찾아와서 차나무 밑에서 기다릴 정도이다. 빙도노채 고수차는 외형이 검고 밝으며, 단단하게 잘 말려 있고 황록색의 차탕이 맑고 투명하다. 쓰고 떫은맛이 빨리 사라지면서 꽃향의 단맛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느낌이다. 회감이 좋고 마신 후에 입안에서 달고 매끄러운 느낌, 구조감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남박노채(南迫老寨)은 해발 1,500m에 있으며, 빙도노채에서 약 4~5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워낙 길이 험난하여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리고 전기가 없어 10가구 살고 있으며, 나머지는 2004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남박신채(南迫新寨)로 이주해 61가구(239명)가 살고 있다. 남박노채의 보이차는 자연적인 환경이 가장 좋으며, 빙도노채처럼 단맛, 꽃향, 회감 속도는 유사하며, 향기의 지속성이 약간 떨어지는데 보이차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어렵다. 가성비가 좋아 빙도노채대신 남박노채를 많이 구입한다.
나오노채(糥伍老寨)는 빙도노채에서 25km 떨어져 있으며, 해발 1,400m에 있으며, 걸어서 2~3시간이 걸려야 갈 수 있는 곳이다. 2004년에 정부의 지원으로 나오신채(糥伍新寨)로 이주하여 총 32가구(105명)가 살고 있다. 나오노채의 보이차는 매우 솜털이 많은 아름다운 외형, 맑고 밝은 황금색의 차탕, 짙은 꽃향기는 상쾌하고 빠른 회감과 더불어 오래 지속되는 후운이 있다.
지계노채(地界老寨)는 빙도노채까지 걸어서 약 20분의 거리에 있다. 해발 2,100m에 교통이 너무 불편하여 2004년에 정부에서 지계신채(地界新寨)로 이주시켜 60여 가구(270여 명)가 살고 있다. 현재 지계노채에는 몇 가구만 살고 있다. 지계노채의 보이차는 외형은 굵고 솜털이 많으며, 과일, 꽃향이 강하며, 약간의 쓴맛과 떫은맛, 단맛이 있으며, 회감이 뚜렷하다.
파왜노채(垻歪老寨)는 빙도 노채에서 4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해발 1,500m의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2004년에 정부에서 파왜신채(垻歪新寨)로 이주시켜 납호족(拉祜族)과 한족(漢族) 58가구(221명)가 살고 있다. 그러나 10가구는 파왜노채에 다시 들어가 살고 있다. 파왜노채의 보이차는 다른 마을의 보이차보다 쓴맛이 더 강한 것이 특징이다.
○ 종류별 보이차 시음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