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똑같은 얼굴로 살고 싶어한다

알고리즘이 선택한 미의 기준, 당신도 따르고 있지 않은가

by Jay thinks 제이띵스

인스타그램을 10분만 스크롤해도 알 수 있다. 놀랍도록 비슷한 얼굴들이 피드를 채운다. 뾰족한 턱선, 높은 콧대, 큰 눈, 작은 얼굴. 20대 초반 여성 인플루언서 10명의 사진을 나란히 놓으면,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건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미국에서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라는 용어가 생겼고, 성형외과 의사들은 환자들이 특정 필터를 적용한 자신의 사진을 들고 와서 "이렇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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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만드는 미의 기준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참여율'을 최적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좋아요, 댓글, 공유가 많은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특정한 외모 특징을 가진 얼굴들이 일관되게 높은 참여율을 기록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얼굴들이 더 많이 노출되고, 사람들은 그 얼굴들을 더 자주 보게 되고, 익숙해진 그 얼굴을 아름답다고 느끼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단순 노출 효과'라고 부른다. 자주 보는 것에 호감을 느끼는 인간의 본능.


결국 우리는 알고리즘이 선택한 얼굴을 아름답다고 믿게 된다. 그리고 그 얼굴을 닮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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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이전의 아름다움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미인'의 기준은 훨씬 다양했다. 9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을 떠올려보자. 줄리아 로버츠의 넓은 입, 우마 서먼의 독특한 이목구비, 케이트 모스의 작은 눈. 이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아름다웠고, 그 개성이 매력이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스타들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얼굴형과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완벽한 비율'보다는 '독특한 분위기'로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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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의 역설

모두가 비슷해지려고 노력할수록, 정작 눈에 띄는 건 '다른' 얼굴이다. 패션 업계가 이미 이걸 알아챘다. 최근 몇 년간 런웨이에는 이전에는 '결점'으로 여겨졌을 특징들을 가진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큰 코, 틈새가 있는 앞니, 주근깨, 독특한 이목구비 배치.


이들은 알고리즘이 선택한 평균적인 얼굴이 아니라, 바로 그 '다름' 때문에 주목받는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피로를 느낀 사람들의 눈에는, 개성이야말로 가장 희소하고 매력적인 자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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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는 것'이다. 인정받고 싶고, 가치 있다고 느껴지고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얼굴을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는 실제 관계의 깊이를 대체할 수 없다. 천 명의 팔로워보다 내 진짜 모습을 알아봐 주는 한 사람이 더 소중하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알고리즘이 정해준 얼굴을 향해 달려가는 대신, 잠시 멈춰서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무엇을 위해 아름다워지고 싶은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피드가 원하는 것인가.


거울을 볼 때마다 알고리즘이 정해준 기준으로 내 얼굴을 판단하는 대신, 이 얼굴이 내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을 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당신의 웃음 주름은, 당신이 많이 웃었다는 증거다. 그것보다 아름다운 게 있을까.